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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여 일하는 여성의 '운동하기'<여성과 노동>
  • 정진주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 승인 2005.12.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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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건강상태가 위험신호를 보내와 뭔가 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남들도 다 운동을 한다고 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시설을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해 시간이 나면 공원이나 주변을 조금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헬스나 거창한 운동을 하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러워 내 나름대로의 방법을 개발하며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걷는 것도 조금씩 지루해지고 더욱이 추위가 극성을 부리게 되면 실내공간에서 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하는 방법일 것 같아 운동시설을 알아보니 집주변에 딱히 맘에 드는 시설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시간 있고, 돈 많고, 젊은 세대라면 먼 곳이라도 비싼 돈 내고 다닐 터이지만 결혼한 취업여성의 경우 운동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일하는 여성이 다니는 직장의 대부분은 소규모 사업체로 노동자의 복지, 특히 운동까지 신경쓸 만한 곳이 되지 못한다. 또한 일을 하다보니 운동은 저녁과 주말에만 시간이 겨우 날 수 있는데 그나마도 가족을 위해 ‘반강제적으로’ 하고 있는 여러가지 노동이 면제되거나 다른 가족원과 공유될 때만 가능한 것이다.

운동이 과연 건강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차치하고라도 많은 일하는 여성이 직장 일을 끝내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와 저녁준비와 아이돌보기, 각종 집안일 등을 떠맡는 상황에서 운동은 언감생심이다.

다행히 부부 간에 또는 다른 가족원의 협조를 받아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더라도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은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낮 동안에 집중되어 있다. 요즘 한창 잘 나간다는 요가, 댄스스포츠 등은 낮에 주로 배치되어 있으니 주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 것이 분명하다. 간혹 저녁 7시나 8시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나 저녁식사와 집안일 하고 그 시간에 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주말에 특별히 평일날 할 수 없는 운동프로그램이 준비된 것도 아니다. 주5일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은 직장에 다니는 취업여성은 주말에도 시간을 낼 수가 없다. 그나마 아이가 커서 많은 돌봄이 필요치 않은 중장년층의 취업여성의 일부가 저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부차적인 수단이라는 것이 나의 평소 소신이다. 결혼한 취업여성의 건강수준은 무엇보다도 여성의 가정과 직장생활이 얼마나 여성을 힘들게 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집에서 가사노동, 양육, 노인부양 등을 얼마나 적절하게 가족과 나누어 하고 있는지, 가족의 각종 돌봄노동의 수준을 어디까지 맞출 것인지에 따라 여성의 노동량과 노동의 내용이 구성되어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직장에서 얼마나 오래 일하고 있는지, 회사가 목표한 바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결과를 가져 올 것을 요구하는지,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임금은 얼마나 주고 있는지, 상사나 동료가 얼마나 신뢰하고 협조적인지, 회사 내에서 서로 의사소통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이 노동자로서의 일하고 있는 여성의 건강을 좌지우지 할 것이다. 만약 여성이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는 삶을 택했거나 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높였다면 이러한 양립을 가능하게 해 주는 사회환경적 요인이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일하는 여성의 가정과 직장에서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즐기거나 운동을 건강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라고 본다. 취업여성을 위해 주민자치센터의 운동프로그램의 시간대를 다양하게 배치하고 주말에도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저녁과 주말에 강사나 시설관리로 일하는 분의 노동조건은 충분히 보호해주면서 말이다.

정진주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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