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민주노총 내에서는 사회적 교섭 참가 여부가 뜨거운 논란이 된 바 있다. 교섭과 투쟁의 병행을 강조하며 사회적 교섭 참가를 주장했던 이수호 전 집행부가 내세운 3대 의제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노동3권 강화 및 노사관계 민주적 재편이었다.

반면, 사회적 합의주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민주노총 내부에서 사회적 교섭 참가에 강하게 반대했던 쪽은 대정부 교섭과 투쟁 강화를 그 대안으로 내세웠다.

교섭 방식, 또는 그 형태의 차이일 뿐 정부 정책에 노조가 개입하겠다는 목표는 같았다. 특히 공공부문 산별교섭이나 궤도연대, 공공연대 등의 개별기업 단위노조 임단협 연대투쟁에서 대정부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회적 협의기구를 임단협과 직접적으로 연관짓지는 않았다. 민주노총과 달리 올해초까지 노사정위에 참가해 왔던 한국노총도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각 산업별 정책개입에 사회적 협의기구, 또는 사회적 대화기구의에초점을 맞췄다.

이처럼 사회적 협의는 임단협과 직접적인 연관 없이 정책개입이 주요 의제였지만, 임단협 교섭과 사회적 협의를 통합운영하거나 사회적 협의기구에서 직접 임단협 교섭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 협의기구-임단협’ 통합운영

19일 (가칭)새노총준비위가 주최한 ‘한국노동운동의 새로운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공공부문 교섭구조를 놓고 집중적인 토론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서 ‘공공부문 노사관계 변화와 교섭체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임상훈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선 방안으로 단체교섭과 사회적 협의의 통합운영을 주장했다.

기업, 또는 일부 산별 차원의 의제가 노사 단체교섭을 통해 이뤄지고 국가 수준의 의제가 사회적 협의에서 논의된 기존 방식을 개선해 산별이나 지역 차원의 의제도 사회적협의를 통해 풀자는 게 임 박사가 주장하는 주요 내용이다.<표 참조>

임 박사는 ‘단체교섭과 사회적협의 통합운영’의 전제로, “사회적 협의과정을 통해 노사정이 전체 임금인상과 관련한 공론화를 시도하고 이 과정에 공공서비스 소비자와 공익대변집단, 공식 단체교섭에서 제외되는 비정규직 대변집단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적 협의가 실효성 있게 개선될 수 있도록 공무원, 교원, 정부투자·출자·출연기관, 지방공기업별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박사가 말하는 ‘단체교섭과 사회적협의 통합운영’의 구체적 과정을 보면, 일단 노사정과 공공부문 관련 공익전문가들이 차기연도 예산을 확정하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에 임금인상 기준이나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원칙에 대해 충실한 사회적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이어 개별 공공부문 기관 노사는 사회적 협의가 반영된 국회 승인 결과를 토대로 재량권을 갖고 기관의 실적이나 특수성을 반영해 임금과 근로조건, 복지, 인력활용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단체교섭과 사회적 협의 간 의제 구분을 임금과 기타 단협 사항과 공공정책 사항으로 구분하되, 개별 기관의 임금교섭과 임금가이드라인처럼 중첩되는 사안은 사회적 협의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다. 또 단체교섭과 사회적 협의 간 기능 구분도 합의 기능과 공감대형성 기능으로 나누고 있다.

임 박사는 “이와 같이 단체교섭과 사회적 협의를 종합적으로 연결해 운용하는 방식은 이전의 이분법적 접근방법에서 가져오는 경직성을 뛰어넘어 공공부문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유용한 대안을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방식을 통해 사회적협의에 치중한 나머지 개별노조의 이해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조와, 현안 해결에 치중하는 동안 사회적 이슈 제기와 제도적 해결방안 모색에 미진했던 민주노총 공공부문 노조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박사는 이런 단체교섭과 사회적협의 통합운영을 위해 단계적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임 박사는 “단기적으로 기업별 교섭과 국가 수준의 사회적 협의가 공존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해 사회적 협의를 산업, 업종, 지역별로 파급하는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투자기관과 현업직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업종별 사회적 협의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별 사회적 협의체계를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교섭체계의 개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사회적 협의과정에 참가해 손해를 보고 비참여로 이익을 보지 않도록 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리실에 임단협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 설치

임상훈 박사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사회적 협의와 “합의 기능을 위한” 단체교섭 통합운영을 강조한 반면, 국무총리실 산하에 ‘합의 기능’을 가진 사회적 협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준용 새노총 준비위 대변인은 ‘공공부문 노사관계 혁신안’ 발제를 통해 “현재 노사정위원회는 정책협의 기능과 교섭 기능 등이 뒤섞여 있으므로 그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교섭기구로서의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적 협의기구 설치’를 주장했다. 특히 그는 “법적 강제수단보다는 당사자 간 합의와 신뢰라는 사회적 강제수단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며 단순히 정책협의가 아닌 합의기구로서의 기능을 강조했다.

김 대변인 역시 이런 방안을 ‘새로운 임단협 시스템’으로 명시해 사회적 협의기구를 임단협과 직접적으로 연관시켰다.

김 대변인은 “예산편성 확정 후 익년도 교섭투쟁을 벌이는 '사후약방문'식 교섭방식에서 탈피해 전년도 예산편성과정부터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사회적 협의기구에서 각 조직 의견 반영 및 기본 협의안 확정해 각 단위노조 및 연맹 부수교섭(보충교섭)을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사회적 협의기구에 대한 형태나 기능만 다를 뿐 임단협 교섭 시스템으로서의 기능은 임상훈 박사와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총리실 산하 사회적 협의기구 참가 주체 등에 대해 “국무총리와 노동계 대표 등 중앙 대표자들부터 시작해 각 부처와 산별노조대표자들까지 모든 형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준용 대변인은 “이런 방식을 통해 노조의 교섭권을 확보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함은 물론, 매년 반복되는 춘투를 지양하고 합리적 교섭관행을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사회적 협의기구 참가 외에 국회 정책 및 예산확정 견제를 위한 추가적인 방안으로 “새로운 노총 조직 내에 국회활동 지원감시센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공무원, 공기업 등 10만명이 10만원씩 매년 연간 100억 규모의 정치지원금을 마련해 시민단체 등과 국회활동 모니터링 후 공개적인 방식으로 정치지원금을 배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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