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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에게도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 부명숙 전 산재의료관리원노조 위원장
  • 승인 2005.12.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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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10도의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새벽 출근길은 더 매섭기만 하다. 차에서 내려 병동까지 가는 잠깐 사이에도 칼바람이 무섭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병동의 목욕시설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50명이 넘는 장기환자 병동에서 밤새 통증을 견디지 못해 잠을 설친 환자들, 추운 날씨에 기분전환을 하려는 환자들이 목욕시설을 서로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북새통 속에서 반쯤 젖은 채 환자들을 씻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분들은 대부분 환자 간병인들이다.

예전에는 가족 중에 누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 중 한명이 병간호를 하곤 했다. 대개 가족 중에 직장에 다니지 않는 어머니, 딸, 며느리가 그 몫을 담당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이렇게 병간호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생긴 것이 간병인 제도다.

간병인들은 하루에 일정 보수를 받고 환자 병간호를 해주는 사람들이다. 직업 간병인에게 간병시간은 그야말로 노동시간이다. 특히 24시간 간병의 경우 환자가 몸에 이상이 있어 입원한 상태에서 간병을 받기 때문에 통증 호소, 대소변의 불안정, 심리적 불안정으로 인해 잠을 못자고 계속 24시간 간병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병동에서 응급실, 중환자실 간호사들 중에는 허리통증,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덩치는 큰데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중환자들을 일으키고, 앉히고, 돌려 누이면서 허리나 근육을 무리하게 쓰다보니 생긴 직업병이다. 이런 직업병은 간병인들도 마찬가지다. 간병인들은 환자를 들어올리고 휠체어에 앉히고 고된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환자의 심리까지도 보살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환자들은 몸이 아프고 매일 누워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고, 짜증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를 다 받아줘야 하는 게 간병인들인 것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가족을 간호하는 경우에도 힘든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간병인들이 이렇게 어려운 조건에서도 일을 하는 것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간병인은 24시간 간병 기준으로 한달 120만원 정도 받는다. 40대 이상 여성의 한달월급이 80만원을 넘기 힘들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더라도 단순노동을 하는 여성으로서 수입이 적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전문 간병인들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들 간병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이 있다. “아줌마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보호자의 이 한마디 말에 간병인은 보따리를 싸야 한다. 그만큼 해고가 자유롭다 보니 직업간병소개소에 일정회비를 내고 등록하여 이곳 저곳 다니면서 간병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고용보험도 적용이 안 되고, 산재보험도 적용이 안 된다.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이 일 아니면 살길이 막막한데 다른 일자리 알아 볼 시간도 안주고 사정이 있다며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네요”라며 울먹이는 간병인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보호자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간병인이 불성실해서 그러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간병인이 환자를 가족처럼 보살핀 경우도 하루아침에 일거리를 잃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뿐이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전문 간병인 제도가 확산되는 마당에 이제는 이분들도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해고제한 규정을 무조건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계약해지 전 일정기간의 시간을 준다든지 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퇴원환자의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연말이나 명절이 돌아오면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은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산재 장기환자의 경우 가족도 찾아오지 않고 간병인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간병인들도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어 한다.

이렇게 직업적으로 일하는 분들에게 아무런 사회적 보호장치가 없다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2006년도에는 24시간 병원에서 환자 간병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헌신하는 간병인들에게도 사회안전망의 따뜻한 보호장치가 마련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우리 주위에 소외된 이들의 기본권도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지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2005년 파이팅!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명숙 전 산재의료관리원노조 위원장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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