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터연구소가 주선하여 봉제의류 여성노동자들의 모임을 마련하였다. 7명의 여성노동자 모두가 30~40년의 경력을 가진 노장의 숙련기술자들이다. 이 노장의 여성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이유는 그들의 노동조건이 날이 갈수록 점점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열악해가는 것에 위협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들이 처한 노동조건을 토로하였다. 예를 들어 70~80년대와 노동시간은 똑같이 하는데 임금은 그때와 비교할 때 액수적으로도 많이 차이가 날 뿐더러 사용가치 면에서도 돈의 가치가 많이 차이가 난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생활이 더 빈곤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부자나라가 되면서 21세기 의복은 패션을 중요시한다, 가난한 시절에는 추위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의복이 이제는 멋을 위해 옷을 사 입는 경향이 새로운 의류패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자인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한 벌의 옷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수공이 몇배로 요구되어진다. 70년대의 옷은 두 팔이 들어가고 두 다리가 있는 옷이면 질과 디자인은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이 사람들의 경험이다. 하지만 지금은 숍마다 디자인학과를 갓 졸업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제품이 일주일이 멀다하고 새로운 패션으로 쏟아져 나와야 하는 것이 동대문 쇼핑몰의 경쟁력이고 차별성이다.

문제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과 옷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따로따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디자인을 환상적으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실제 만들어지는 시간은 전혀 계산되지 않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 여성용 반코트 하나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복잡한 디자인일 경우 거의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여 공정도 두 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여성노동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의 공임은 그 이전과 똑같거나 오히려 작게 책정되기 때문에 하루 16시간 쉬지 않고 재봉틀을 돌려도 숙련기술자가 한달에 150만원 벌이를 하면 운이 좋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자본가는 지금도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노동자의 인건비를 깎는 것이다.

60~70년대 옷을 만들어서 부자가 안 된 사람이 없다, 하지만 지금도 옷을 만들어 파는 사람과 옷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내는 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 그 갭이 상당히 벌어져 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빈부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레는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가 벌어지게 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옷을 만들어내는 여성노동자들은 가내노동/소규모 영세공장 형태의 작업장에서 서너명에서 많게는 열명 정도가 일을 한다. 현재까지 가내노동에 대한 공식통계가 없어 가내노동의 추이를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원청수는 감소되면서 기업의 하청이 증가됨에 따라 제조업의 모든 분야에서 가내노동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의류봉제업 가내노동과정을 살펴보면 패펀과 재단을 거쳐 가내노동자들에게 일감이 배달된다. 배달된 일감의 공임은 일이 끝난 후에 정해지는 것이 이곳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되어 있어 그 공정이 얼마나 까다롭다 하여도 먼저 공임을 정하지도 못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다. 작업이 끝난 후 공임은 원청이 책정하여 얼마를 주 든 이미 작업이 끝난 후라 공임에 대한 협상은 더이상 의미가 없게 된다.

또다른 문제는 불안정안 일거리와 불공평한 공임책정에 이어 빈번한 공임 체불로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이렀듯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개선되지 않는 전형적인 3D 직종인 인간 이하의 노동조건에서 전태일이 인간선언으로 고발했던 인간 최소한의 요구가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로 남겨진 채 올해를 넘기게 되지만, 전태일은 결코 내일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 '시다'들도 보다 나은 내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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