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노조 지부 간부 10명 가운데 7명은 '금융노조가 여전히 기업별 노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금융노조가 겪고 있는 내홍에 대해서는 85%가 '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전에 노조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매일노동뉴스>가 금융노조 각 지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한 결과 금융노조 지부간부들은 산별전환 후 금융노조의 상황을 낙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현재 금융노조 내홍의 해결 방안'으로는 '소송취하'(45.7%)와 '재선거'(46.7%)가 비슷하게 나와 금노 내분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금융노조 지부간부 260여명 가운데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지부 간부(농협중앙회지부 포함 약 190명)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120명의 지부 간부들이 답변을 했다.


"산별노조 기업별로 후퇴"

'금융노조 산별전환 이후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지부간부들의 58.0%가 '기업별 노조운동의 관행과 활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또 '연맹체제 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대답도 13.4%를 차지해, 전체적으로 산별전환 이후 부정적인 평가가 71.4%에 달했다. 반면 '산별노조로 자리잡았다'고 답변한 지부 간부는 1.7%에 불과했다.

또 '본조의 정책 방향이나 활동이 조합원에게 잘 전달되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전달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67.2%로 나온 반면, '잘 전달된다'는 답변은 2.5%에 불과했다. 이처럼 본조와 조합원 간 의견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본조가 현장 조합원의 의견과 요구를 수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5.3%로 가장 높았으며, '조합원의 무관심(32.5%)', '본조와 지부의 다르기 때문(12.8%)', '지부가 현장 조합원의 의견과 요구를 본조에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9.4%)'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2003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금융노조가 공동으로 지부간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시 두 단체가 지부간부 170명을 대상으로 '금융노조 조직진단 및 발전방안'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별 노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대답은 49.1%였으며, '불완전하지만 산별노조의 기본 형식과 위상을 갖추고 있다'는 대답은 48.6%였다. 즉, 2년이 지난 설문조사 결과는 산별노조가 '강화'보다는 오히려 '기업별 노조'로 후퇴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지부간부는 "금융노조가 산별을 만든 지 5년이 넘어섰지만 여전히 산별노조에 걸맞는 조직운영이나 체제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산별체제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지금은 거의 무감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른 국책은행 지부간부는 "무엇보다 산별노조의 대표적인 시스템은 산별교섭"이라고 말한 뒤, "지난 2003년의 경우에는 주5일제 쟁취라는 개별 은행의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는 사안이 있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뚜렷한 핵심쟁점이 없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형 조직의 경우에는 산별교섭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합비, 인사권 현행 유지해야"

산별노조 시스템과 관련된 내용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조합비'와 '인사권'이다. 조합비와 관련된 설문에서 '현재 본조에 납부되는 조합비의 비중(20%)'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적절하다'(72.6%)는 의견이 '적은 편이다'(13.2%)라는 답변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조합비 납부 방식에 대해서는 '(지부에서 본조로 납부하는) 현 상태로 해야 한다'(68.6%)는 대답이 '본조에 전액 납부 후 지부에 분할해야 한다'(31.4%)는 의견보다 두배 이상 높게 나왔다.

지난 2002년 산별노조 2기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는 당시 6% 수준이었던 의무금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으며, 올해의 경우 각 지부들은 조합비의 20%를 본조에 납부하고 있고 내년에는 25%를 내게 된다. 이와 관련, 노광표 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조합비 집중률이 다른 산별노조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대규모 지부 중심으로 하다 보니까 오히려 본조가 몇몇 큰 사업장의 눈치를 보고 자기 영향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부 간부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시중은행 지부 간부는 "설문용지에 '현재 조합비가 많다'라는 답변 항목이 있었으면 그 답을 택했을 것"이라며 "문제는 조합비를 많이 내고 적게 내고가 아니라 본조가 어떤 사업을 하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월급명세서에서 조합비가 빠져나간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문제는 매년 수억원씩 본조에 납부하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설명을 못한다는 것이다. '본조가 무슨 사업을 하길래 수억원씩 내느냐'라는 질문에 선뜻 해줄 대답이 없다."

납부방식에 대해서도 지부들의 '저항'은 거셌다. 한 시중은행 지부 간부는 "모 대형은행의 경우 1년 조합비가 40억원에 이른다"라며 "산별의 원칙상 본조 납입이 맞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마어마한 조합비를 100% 납입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은행 현장으로 돌아간 전직 금융노조 간부 이야기는 더 구체적이다. "지난 2002년은 이용득 위원장이라는 걸출한 카리스마를 지닌 위원장이 버티고 있고 산별노조도 한창 탄력을 받을 때였다. 그때도 '조합비 납부 방식'은 지부들의 저항에 부딪쳐 연맹방식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조합비의 100% 본조 납입은)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가능성도 매우 적다."

하지만 대형은행지부 간부들은 '조합비와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이 결코 보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산별노조에 가입했나? 1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가진 조직이 산별에 가입한 예는 흔치 않다. 적어도 우리는 산별을 만들어서 현재까지 끌어오고 있다. 문제는 본조가 어떤 사업 내용을 가지고 지부와 조합원을 설득하느냐 아니겠는가."

지부의 본조에 대한 간부 파견 방식에 대해서도 지부간부들은 '현행유지(지부의 자의적 파견)'에 60.2%가 찬성을 했다. '본조가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39.8%였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의 한 간부는 "예상은 했지만 아쉬운 결과"라고 말한 뒤, "지부의 간부 파견은 '능력'이 아닌 지부의 이해관계, 예를 들어 선거 등 내부 정치적 관계에 따라 자리가 양분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다 보니 산별노조에서 요구되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헌신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한 지부 간부는 "본조가 인사권을 갖겠다는 것은 또다른 사용자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 간부는 "은행과 각 지부 간에 전임간부 숫자에 대해 합의를 한다"라며 "간부 7, 8명 되는 지부에서 1명을 본조에 파견보내면 그만큼 지부의 공백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간부는 이어 "오히려 본조의 원활한 인사를 위해서는 은행과 각 지부 간에 금융노조 파견 간부에 대한 별도의 합의를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신한은행지부의 경우 올해 임단협에서 '신한지부 전임 간부 외에 금융노조 파견 전임간부는 별도로 둔다'고 합의했다.


이밖에 '금융노조가 쟁취해야 할 가장 시급한 요구사항'에 대해 지부간부들은 1순위로 고용안정(51.7%)을 꼽았으며, 비정규직 조직화(14.7%), 신자유주의 금융정책의 전환(10.3%)이 뒤를 이었다. 또같은 질문 2순위로는 비정규직 조직화(23.0%)가 가장 많았으며, 신자유주의 금융정책의 전환(19.5%), 조합원 복지향상(17.2%)도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에 임금인상의 경우 1순위에서는 4.3%, 2순위에서는 2.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금노 내분, 노조 자체 해결해야 85%"

이번 설문에서 가장 관심이 많이 모아진 부분은 역시 현재 금융노조가 겪고 있는 내홍과 관련된 질문들이었다. 특히 120명의 답변자 가운데 20여명 정도가 이 질문들에 답변을 하지 않을 만큼 예민하게 다뤄졌다.


'지난 1월 임원선거 이후 금융노조가 겪고 있는 내홍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지부간부들은 1순위로 '선거결과 불복종(47.4%)'을 꼽았으며, '불완전한 산별노조체제의 문제(16.8%)가 그 뒤를 이었고, '선거 이후 포용력 문제'와 '지부의 과도한 개입' 등이 12.6%를 차지했다.

반면에 2순위로는 응답자의 27.2%가 '선거 이후 포용력 문제'와 '불완전한 산별노조 체제의 문제'를 꼽았으며, '선거결과 불복종(23.5%)', '지부의 과도한 개입(21.0%)'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의 해결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거무효소송) 법원 판결 전 노조 내 자체적인 해결'을 원하는 답변이 85.4%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법원 판결 전 노조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재선거'라는 답변이 46.7%, '선거무효소송 취하'가 45.7%로 비슷하게 나왔다. 또 '소송이 취하될 경우 금융노조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조직 내 화합을 위한 조직 개편'이 70.1%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산별노조 완성을 위한 각종 규정 개정'을 꼽은 응답자는 20.9%였다.

'재선거를 하게 될 경우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난 1월 선거 시 후보자들을 배제한 재선거'라는 응답이 55.4%를 차지했으며, '후보자격 제한 없는 자유선거'는 35.4%에 그쳤다. 반면에 '지난 1월선거 후보자들의 재선거'에 대해서는 1.5%가 찬성했다.


또 노조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합원 참여의 부족'이 28.8%로 가장 많았고, '간부들간의 분열과 대립'(19.5%), '간부로서의 역량 부족'(18.6%), '노조활동에 대한 전망부족'(10.2%)이 뒤를 이었다.


'금융노조 간부를 맡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없다'(73.9%)는 답변이 '있다'(26.1%)는 응답의 3배이상 높았다. 이는 지난 2003년 노동사회연구소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치('있다' 27.2%, '없다' 72.8%)다. 반면에 당시 본조 간부를 대상으로 한 같은 질문에 대해 본조 간부들은 '맡을 의사가 있다(83.3%)'가 '없다(16.7%)' 보다 월등히 높았다.


본조 간부를 맡을 의사가 없는 이유에 대해 지부간부들은 '능력부족'(38.4%)의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노동운동에 대한 전망 부재'(22.1%), '조합활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20.9%)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편 각 지부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간부들은 '지부 상근간부와 위원장이 함께 결정한다'(67.8%)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지부 위원장이 주로 결정'(21.2%), '대의원 및 조합원의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11.0%)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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