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인터넷상 또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은 은행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는 금감위 박대동 국장의 12월9일자 국정기고문에 ‘잘 보았습니다.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지난 12일 단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댓글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으나, 이는 지엽적인 꼬투리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외환은행 매각과정의 진실이다. 마침 금감위 국장도 ‘론스타의 주식취득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 전적으로 공감하며, 구체적 사실을 가지고 접근을 해 보자.

매각인가, 외자유치인가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총금액 1조3,834억원에 인수했다. 액면가 이하인 주당 4,000원으로 신주를 발행하여 1조750억원을 투자하고,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쯔은행의 기존 주식을 주당 5,400원에 3,084억원으로 사들였다. 이렇게 해서 외환은행 전체 주식의 51%를 인수했다. 그리고 외환은행 이사회 10명(상임이사 2명, 비상임이사 8명) 중 론스타측에서 7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소유구조와 지배구조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니 완전한 매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외환은행 경영진이나 관료들은 ‘매각이 아니라 외자유치’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외환은행 매각은 외환은행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고 모든 책임을 외환은행에 넘겨버렸다.

매각이냐, 외자유치냐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모든 의혹을 푸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매각이라면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고,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후 이를 검토해 최대가격을 제안한 투자자와 비밀준수협약을 체결하고 매각작업을 진행한다.

만일 이러한 절차를 거쳤다면 외환은행의 매각, 그것도 미국에서는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투기펀드(론스타)에게 파는 것에 대해, 그 타당성과 정당성에 대한 국내에 엄청난 논란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와 금감위 관료들은 실제로는 매각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마치 외자유치를 하는 것으로 국민을 속여 왔고, 매각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방법을 전혀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된 매각

금감위는 외환은행이 2003년초부터 SK글로벌 문제와 카드채 문제로 어려웠고, 하이닉스 등 현대계열사 부실과 카드채 문제로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었으며, 그리하여 국내 및 해외은행을 상대로 지분인수를 제안했으나 아무도 관심이 없었고 모두 외환은행 인수에 거부의사를 밝혀 유일하게 관심을 표명한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와 외자유치 협상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금감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제안서를 제출한 시점은 2002년 10월25일이다. 당시 서한에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인수를 통한 출자를 희망했고, 스티븐 리로 불리는 사람이 론스타를 대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2003년 1월10일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이사회는 외환은행장으로부터 이 인수의향서에 대한 정보를 2003년 8월까지도 전달받지 못했다. 당시 론스타측 인수의향서의 주요내용은 △론스타의 목적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임 △론스타는 외환은행 1주당 4,500~5천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지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승인을 얻기 위해’ 외환은행측과 긴밀히 협력할 것임 등이었다.

또한 인수의향서에서는 외환은행이 최소한 2개월여 동안 론스타 측에 기밀정보(confidential information)를 제공해 왔다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2002년 11월에 실사작업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외환은행과 론스타 간에 비밀유지계약(Confidentiality Agreement)은 2002년 12월13일에 체결되었다.

그리고 이후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으며, 심지어 금감위 승인이 나기도 전인 7월22일 당시 재경부 장관이었던 김진표 부총리가 외신(블룸버그)과 인터뷰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다’고 확인해 주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7월25일 주식인수조건((Final Term Sheet)에 관한 모든 계약이 체결되었고, 금감위는 9월26일 회의를 개최하여 형식적인 승인을 마무리 했던 것이다.

투자자 유치를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은 모건스탠리

외환은행은 2003년 3월24일 모건스탠리를 재정자문사로 선정했다. 그런데 모건스탠리는 외환은행 투자나 매각을 위해 어느 투자자에게 어떤 내용의 의사타진을 했는지 그 어떠한 증거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뉴브리지캐피탈은 ‘론스타를 상대로 경쟁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기피했다고 쓰고 있다.

이것은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경쟁적 입찰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심지어는 통상적인 투자제안서(Information Memorandum : ‘거래 구조’-deal structure-에 대한 설명서로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배포)도 준비하지 않았다.

이것은 모건스탠리가 접촉한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포함한 외환은행의 과반수 지분이 매각대상이라는 사실조차도 제공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모건스탠리 대표인 신재하 전무는 외환은행이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다른 적절한 방법을 이사진에게 제공하지도 않았다.

즉, 외환은행은 이미 예전에 후순위채, 하이브리드채권 등의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지만 이와 같은 시도는 하지 않고 매각에만 치중했다. 심지어 주당 매각가격 4천원이 너무 싼 값이며,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받아야 한다는 은행 일부 이사들의 주장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재가치로 4천원이 적정합니다’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5쪽짜리 팩스의 수수께끼

외환은행을 매각한 정부의 핵심근거는 ‘외환은행은 현재는 부실은행이 아니나 외자유치가 되지 않을 경우 2003년말 BIS자기자본이 6.2%까지 하락할 우려가 있어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불 수 있고, 따라서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아시다시피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는 자격요건은 엄격해 국내외의 금융기관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론스타는 금융기관이 아니었다. 그래서 금감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서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판정한 것이었다.

금감위가 은행법을 멋대로 해석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2003년 말 BIS비율이 6.2%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근거자료였다. 이번 국정조사의 문서검증에서 이 문제가 집요하게 다뤄졌고, 금융감독원과 외환은행 양쪽에서 무수한 갑론을박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알려진 확실한 사실은 부실판정의 유일한 근거자료가 팩스라는 것이다. 이 팩스는 총 5장인데, 2003년 7월21일 오전 9시55분에 금융감독원으로 송신되었다는 것이고, 금융감독원이 이 팩스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서 금감위에 보고했으며, 이를 근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는 것뿐이다. 이 5쪽짜리 팩스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잠재적 부실규모가 1조6천억원에 달하며, 이에 따라 2003년말의 BIS 비율은 6.2%에 그치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료가 외환은행에는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의 결정적 근거가 되는 것이 팩스 5장인데, 정작 외환은행에서는 결제한 사람도 없고 보낸 사람도 없다. 다만 얼마 전 사망한 모 차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또한 이렇게 중요한 문서의 송수신자가 없고, 겉표지도 없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원은 팩스를 받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이상의 조사도 하지 않고 이 자료를 그대로 사용했다.

또한 이 팩스에 나타나는 잠재적 부실규모 1조6천억원이라는 수치와 관련, 이 수치의 출처가 론스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03년 7월28일에 열린 외환은행 제14차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 회의에 출석한 이달용 부행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출손실액을 1조6천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또한 론스타가 1조6천억원이라는 액수를 어떻게 산출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해 하고 있다. 이 팩스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작성하도록 지시했는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했는지 밝힐 수 있다면 외환은행 매각에 얽힌 부패와 거대한 음모(암호명 : Knight Project) 작전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매각의 대가로 제공된 수십억원과 수십만주의 스톡옵션, 그리고 경영권 프리미엄의 향방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2003년 11월4일 외환은행측과 경영고문계약을 체결했다. 외환은행을 퇴사한 바로 다음날이었으며, 2004년 5월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으로 선임된 뒤 서비스 계약을 해지하고, 잔여 금액 7억여원을 지급받았다. 또한 외자유치에 대한 성과급으로 7억2백만원을 일시에 받았다. 총 14억원의 돈을 외환은행 매각 후에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으로부터 받은 셈이다.

외환은행의 부행장이었던 이달용씨도 2003년 11월4일, 외환은행측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강원씨와 같은날이다. 이달용 씨의 고용계약 기간 역시 3년이었고, 2004년 4월30일 종료되었지만, 고용기간의 잔액인 8억7,500만원을 수령했다. 또한 2004년 36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고, 현재 평가차익이 21억원을 넘어가고 있다. 이강원씨와 이달용씨가 외환은행측과 각각의 계약을 똑같은 날 체결하고, 비슷한 시기에 종료한 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5개월 후에 계약을 해지하고 일시에 금액을 수령한 수법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은 매각에 대한 협조의 대가가 아니겠는가.

2003년 8월27일 열린 외환은행 제16회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이사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최종적으로 승인한 날임), 이사들은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보상을 받기로 하고 론스타 측과 논의를 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이면계약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외환은행 재정 자문인 모건스탠리 신재하 전무는 ‘론스타가 이사들의 잔여 임기에 대한 보수 및 스톡옵션 행사 권리를 보장하고, 이같은 합의가 각 이사들에게 서면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2003년 8월29일 열린 외환은행 제17차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 전원에 대한 스톡옵션 발행을 승인했다.

외환은행이 론스타에게 인수된 후 일어난 이와 같은 돈 잔치에 대해 검찰의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경영진들에게 지급한 경영고문료 명목의 금전과 이사들에게 제공한 스톡옵션 및 다른 보상들과 관련, 이면계약서 등 외환은행 이사진-론스타 간 협의의 상세한 내용들을 샅샅이 밝힐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는 론스타가 제공한 보상 및 이면계약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이사회 승인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 30%(약 4천억원 정도)의 향방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진실은 몇마디 글로 은폐될 수 없다

론스타라는 미국 펀드가 2003년 9월26일 정식으로 한국정부(금감위)의 승인을 받아 외환은행의 주인이 된 지도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언론과 국회에서 숱한 의혹들이 제기되었지만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2005년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문서 검증’이라는 진전된 수단을 가지고 매각 과정의 의혹을 밝히고자 하였다.

국회의 문서검증은 ‘피감기관이 문서를 내놓지 않으면 그만’ 이라는 회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나아가 정무위원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감사원 감사청구’를 제출한 상태이다. 이제 진실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만든 그 자료가 어디에 근거하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나는 그 자료가 론스타의 대리인인 김&장 법률사무소와 삼정 KPMG에서 만든 자료라고 확신한다. 만일 그렇다면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기관의 매각이 아니라 론스타와 김&장 법률사무소, 그리고 금감위가 공모하여 멀쩡한 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둔갑시켜 팔아먹은 범죄행위이며,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가져온 업무상 배임행위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론스타의 주식취득을 원천 무효화시키고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주식을 몰수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자들은 국고손실에 대해 배상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특별검사를 도입하든지,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를 지시하든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의 BCCI 케이스는 금융감독의 엄정함과 국가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가적 손실과 노동자 해고를 초래한 범죄-론스타 주식몰수와 관련자 형사처벌 해야

우리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얽힌 진실에 적극적인 이유는 지금까지 외자유치라는 이름 하에 진행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매각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향후 그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법률자문은 김&장 법률사무소가 했고 이헌재 전부총리가 고문이었다. 회계는 삼정 KPMG에서 맡았고 그곳에는 진념 전부총리가 고문으로 있었다. 그리고 재경부는 금감위에 공문을 보내 매각승인을 독려했다.

외자유치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자산인 금융기관을 팔아먹은 대가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챙긴 관료와 은행 간부, 그리고 주변에서 이를 도와준 엘리트들의 부패 고리를 단절해야만 한국금융과 경제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들 중 일부가 의기투합하여 사모펀드(PEF)를 만들었고, 토종펀드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 펀드의 대부분 돈은 외국투자자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우리은행과 LG카드, 기업은행, 대우증권 등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단군 이래 최대의 M&A시장이 열리고 있다.

우리가 이 기회에 부패와 무능의 고리를 단절하지 못하면 이들은 단지 PEF와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바쳐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노동자 해고, 비정규직 등 구조조정과 주주이익만 극대화시키는 수익성 지상주의를 가져올 것이며, 금융의 공공성 상실과 국부의 항구적 유출, 양극화 등 모든 국민들에게 폐해가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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