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내 최대 기업별노조인 현대차노조 12대 임원선거가 ‘마침내’ 끝났다. 1987년 현대차노조 설립 이래 처음으로 3차투표까지 실시되는 등 누구도 당락을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던 이번 투표에서 4만3,423명의 조합원들의 표심은 ‘민주노조 사수’를 외쳤던 박유기 후보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전 임원선거에 비해 6개 현장 제조직이 출마하고 선거시작 전 ‘취업비리 관련자’ 명단이 공개되는 등 선거초입부터 각 후보조간의 선거전이 치열했지만, 선거 양상과 달리 조합원들은 지난 13일 3차투표까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는 각 후보조의 표현대로 표심을 읽기 쉽지 않았다.

2차투표 무효표 속출…현장제조직 결집 저조

‘민노회’ 박유기 후보조와 ‘노연투’ 이경훈 후보조를 대상으로 실시된 2차 결선투표에서 무효표가 1,563표(3.98%)를 차지하면서 각 후보조 모두 과반수 획득에 실패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전 임원선거에서 무효표가 1% 안쪽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 이상이 더 발생한 것.

이에 대해 각 후보진영과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은 1차투표 용지를 그대로 사용, 투표용지에 공란이 많았던 것을 무효표의 원인으로 분석한 것에 비해 현장 제조직 관계자들은 “무효표의 대부분은 기표 실수보다는 박유기 후보조와 이경훈 후보조가 아닌 ‘의도적으로’ 무효표를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역대 임원선거의 경우 2차투표에서 결정적 힘을 발휘했던 ‘반노연투’ 연대.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는 2차투표 전부터 지난 임원선거보다 그 수준과 효력의 반감이 예고됐다. 자주회를 비롯해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현장 제조직들은 공식적으로 기호1번 박유기 후보조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내부방침으로 지지·지원하기로 했으나 사실상 이번 투표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장 제조직 한 관계자는 “이경훈 후보를 제외한 민주노조를 표방한 다섯 후보조가 출마하면서 이번 선거기간 동안 서로에게 입힌 상처가 어느 때보다도 컸다”며 “조직에서 박유기 후보조 지지를 요구했지만 조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가 3차투표까지 진행되면서 2차투표에서 발생한 무효표와 기권표가 오히려 민주노조 결집을 공고히 해 1,609표(4.09%)의 차이를 내면서 다시 한번 ‘민주노조 사수’를 외친 박유기 후보조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지난 11대 선거에서 이상욱 후보조가 이경훈 후보조를 1,162표(3.19%)로 앞선 것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고용안정, 평생고용’ vs ‘대안과 실천’

‘고용안정, 평생고용’을 약속했던 이경훈 후보조가 1차투표에서 1만2,101표(30.01%)를 획득하면서 이전 선거와 마찬가지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섯번째 위원장 출마를 했던 이경훈 후보는 9대와 10대, 11대 임원선거에서 차지했던 고정표 중 일부가 이전 선거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1차투표에서 ‘실노회’를 지지했던 조합원들의 80% 정도가 이경훈 후보쪽을 지지했음에도 3차투표에서 46.08%의 지지를 얻어 이전에 11대 임원선거에서 획득한 47.94%에 비해 2% 가까이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 특히 장기근속자들을 중심으로 고정표를 확보했던 이경훈 후보조는 울산공장 본관과 1공장에서 예년에 비해 5% 가까이 지지율이 줄어들었다.

반면 ‘대안과 실천’을 기치로 내걸었던 박유기 후보조는 이번 3차투표에서 51.62%를 획득, 11대 임원선거에서 이상욱 후보조가 기록했던 51.13%보다 약간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박유기 당선자는 “조합원들 대다수가 ‘고용불안’의 위기 속에서 누가 자신의 고용안정을 책임져 줄 것인가를 가지고 지지를 결정했을 것”이라며 “회사와의 협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이를 실천을 통해 강제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당락의 중요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호1번 박유기 후보조의 경우 위원장 당선자인 박유기 후보가 7대 집행부 기획실장, 10대 집행부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민노회 사무장과 현대차노조 원·하청연대회의 전략기획팀, 노조 정책개발연구위원 등을 맡고 있어 정책브레인이라는 이미지로 다가갔다는 것. 박유기 후보 뿐 아니라 하영철 사무국장 및 조용형 부위원장 당선자 역시 그간 정책을 담당, 대안을 갖춘 후보로서 인식이 됐다는 이야기다. 또 안현호 수석부위원장, 김권수 부위원장은 그간의 현장 경험을 통해 ‘투쟁성’을 입증 받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을 겸비한 후보조라는 평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2, 3차 투표결과에서 조합원들은 해외시장의 확대 등 고용불안의 위기 속에서 2007년 복수노조가 실시되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민주노조’가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번 당락의 결정적 변수였다고 밝혔다.

결국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12대 임원선거에서 당선된 박유기 후보조는 이전 선거와 달리 결집되지 못했던 현장 제조직들을 아우르는 제도를 마련, 10년간 ‘민주노조’를 지지해 주었던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의식을 잠재울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이를 강제할 실천의 수반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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