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이런 저런 정부의 지원대책이 나오는 등 정부차원에서 이 제도의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아닌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사실상 이 제도가 준고령자를 조기에 퇴직시키는 구조조정의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이런 점에서 임금피크제를 일찌감치 도입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대부분이 정년연장형이나 퇴직 후 재고용과 결부된 임금피크제라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 노동자에게 불이익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되기 몇 해 전부터 임금이 삭감되는 대신 그 대가로 취업규칙에 정해져 있는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인데, 그동안 급여의 불이익 없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었던 기득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불이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사실상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어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법에 따른 변경절차를 적법히 거쳐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97조에 의하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 근로조건을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3조의 취지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근로자가 단체로서 행동할 때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이 모든 노사관계법의 기본입장이며, 집단에 적용되는 법규범의 변경에는 집단의 의사에 의한 동의를 얻게 함으로서 집단 전체에 그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이 일반 법규범의 변경절차로서 타당하기 때문일 것이다.(1977. 7. 26, 대법77다355판결)

그렇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는 방식 역시 이러한 법 취지에 입각한 방식이어야 할 것인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는 사용자의 제안에 대해 그러한 영향을 받는 근로자들이 의견교환을 통해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회의방식이 불가결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집단적 동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찬반여부의 결정에 있어서 사용자의 영향력 행사로부터 자유롭게 의사를 교환하고 의사를 집약하는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1992. 2. 25, 대법91다25055판결) 

개별 아닌 집단적 의사에 의한 동의 있어야

결국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요구되는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이라 함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은 아니더라도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될 수 있긴 하나(대법 1992. 2. 25, 91다25055/ 대법 1993. 1. 15,92다39778) 기구별, 단위부서별로 의견을 취합하는 방식이 사용자가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회의 참석했더라도 투표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종용하여 투표를 하게하는 등 회의방식을 통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불러 찬반의견을 받는 개별적인 동의방식은 사용자측의 개입 내지 간섭 아래에서 이루어진 동의로서 적법하다 볼 수 없다. 더군다나, 부서장의 책임 하에 이의 없다는 취지의 인쇄된 확인서에 근로자들이 연서하도록 하는 경우, 그와 같은 확인서를 회사측에서 만들어 배포하고, 서명·날인이라는 의사표현 방법은 의사표명자의 신원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므로 회사와 근로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형성 및 표현에 간접적이나마 억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 그와 같은 확인서에의 서명·날인이라는 승인 방법이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결정에서가 아니라 회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선택되어졌다는 점 등에 비추어 그 동의과정에 있어서 회사측의 개입·간섭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근로자들 상호간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러한 확인서에 서명·날인한 것은 단지 그 서명·날인자들의 개별적인 동의에 불과할 뿐이고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1996. 7. 25, 서울지법95나4516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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