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교사와 학생들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2001년부터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관심은 학교급식조리원들의 상담으로 시작되었는데, 2003년에는 전국적으로 학교비정규직들에 대한 조사사업을 벌였다. 학교에는 학생과 교사 말고도 10개의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거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영

양사, 사서, 급식조리원, 과학실험보조원, 교무보조, 전선보조, 사무보조 등 이들 학교 비정규직들은, 당시 모두 일당제였고, 1년에 한 번 어떤 경우는 학기별로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심각한 저임금 등 매우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었다. 학교에는 교사와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하면 왜 교사와 학생만 생각이 나는걸까?

학교가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니까 당연한 것이기는 하다. 그런데 조사사업을 마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학교급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학교급식이 실시되었다. 그러면 급식을 만들고 배식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데, 우리는 한 번도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급식조례운동이 우리 농산물 사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함께 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사고가 주변(?)으로 더 넓게 확대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주변(?)에서 일하는 많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국여성노조가 2003년 조사사업을 하고 토론회를 할 때와, 2년이 지난 지금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처지는 그래도 많이 달라졌다. 임금도 조금 높아졌고, 고용불안도 일정하게 해소되었다. 대학졸업하고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때문에 정규직의 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었던 영양사들, 비 오듯 땀 흘려 일하고 고작 60만원을 받았던 급식조리원들…. 이들은 2003년 당시 “우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 일용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차별을 받을 수 있는가?” “우리는 일용잡급직이 아니다. 방학 중에 그 나마 쥐꼬리 같은 임금마저 나오지 않아 실직상태에 놓이게 된다.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외쳤다.

전국여성노조는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안을 마련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해 왔으며, 2004년 교육부에서 ‘학교회계직 관리기준’이란 이름의 처우개선안이 마련되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이 있다. 정규직과의 임금 및 각종 복지에서의 차별을 계속 해소해 나가야 하고,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여 근속년수에 상관없는 임금을 받는 현실도 바꿔야 하고, 무엇보다도 상시업무에서 일하면서 1년에 한 번씩 계약을 하고 있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 

비정규보호입법, 여성비정규직에 도움 된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2년 허용과 그 이후 무기계약 간주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비정규보호입법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학교비정규직들은 지금 1년마다 계약서를 쓰면서 재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비정규 보호 입법이 마련되면, 이들은 2년이 되면 무기계약 노동자들이 될 수 있다. 그 이전에는 학교회계직관리기준 ‘학교의 장은 직원의 의사를 존중하여 재계약하여야 한다’는 내용에 따라 재계약을 할 수 있다. 물론,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경우에 대해서는 단호히 투쟁해서 막아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는 것이다.

기왕 비정 보호입법을 거론했으니 사족을 달자면, 우선 연내입법을 하고 법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며. 또 법 시행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법에 부족한 핵심적인 내용은 기간제 여성노동자들의 모성보호 방안이 없는 것과 차별시정 청구주체에 노동조합이 빠진 것이다. 그리고 법 시행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것은 2년 계약 이후 대량의 해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노동부도 이에 대한 특별한 조치와 대책을 간구해야 할 것이고, 노동조합들도 해고를 막고 또 노동조합 조직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다양한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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