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경영자총연합회가 정부가 추진 중인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에서는 공감했으나 각 사안별로는 크게 의견을 달리했다. 이들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0월6일 열렸던 노사대토론회에 이어 두달만에 제2차 노사대토론회를 개최해 노사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대한상의가 토론회에 불참하면서 의미는 크게 감소했다.

한국노총과 경영자총연합회는 8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 명지빌딩 20층 에셀홀에서 두번째 노사대토론회를 갖고 앞으로 추진될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수영 경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노사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 하면서도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관해서는 이견을 보이며 맞붙었다.

이용득 위원장은 먼저 “노사간의 문제는 노사 당사자간의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지는 여전히 변함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산별노조를 강제하지 않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강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에 대한 강한 비판을 내놨다. 이 위원장은 “노조가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불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전임자 임금은 노조가 지급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유럽 등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산별노조가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산별노조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서 임금지급 금지만 강제한다면 재정적 지불능력이 없는 노조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며 “이 둘을 모두 법으로 강제하던지 아니면 둘 다 강제하지 말던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인사말을 통해 이수영 경총 회장은 “무엇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훼손해 왔고 산별노조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라고 강조하며 “중소기업노조가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건전한 노사관계로 거듭나기 위한 아픔으로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이견을 보였다.

이 회장은 앞서 “많은 사람들이 노사대토론회가 한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많이 했지만 두번째를 개최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며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솔직한 이야기들을 풀어간다면 더 발전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노사간 대화를 통해 문제는 해결하자는 뜻에 대해서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기업입장에서 국가발전과 기업 환경을 고려해야 하고 이같은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이 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방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만이 노사관계가 선진화되는 방향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노사가 논의한 내용들을 정부에서도 반영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각각 노동계와 경영계를 대표해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 또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하에서의 교섭창구 방식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폐지 △대체근로 제한 완화 △노동기본권 및 파업권 제한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의견을 달리해 논의가 쉽지만은 않음을 예상케 했다.

먼저 발제에 나선 백헌기 사무총장은 “정부가 ‘노사관계 개혁방안’을 노사 당사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설정해 발표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정신을 훼손했다”고 비난했으며 “또한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노사관계 전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노동조합의 개별화와 분권화를 통해 노사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주장했다.

이에 따라 백 총장은 “노사관계 개편방안은 정부의 일방적 일정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서 입법돼야 한다”며 “특히 복수노조에 따른 교섭창구 문제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을 중심으로 34개 항목 중 중요도와 시급성을 가려 단계적으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도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 등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해결해가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은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데 중점을 둬야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되서는 안 된다”고 어감의 차이를 보였다.

이어 김 부회장은 “그동안 노사관계의 합리적인 발전을 저해해 온 가장 큰 이유는 제도의 부재에 있다기보다는 노사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잘못된 의식과 관행에 지배돼 왔기 때문”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 때는 ‘상호 권리에 대한 존중’과 ‘명확한 절차 규정’, ‘불법에 대한 엄정한 책임부과’라는 규칙을 중심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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