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임원선거에서 2차투표에서 결정적 힘을 발휘했던 ‘반노연투’ 연대. 이번 선거에서는 2차투표 전부터 지난 임원선거보다 그 수준과 효력의 반감이 예고됐다. 자주회를 비롯해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각 현장 제조직들은 공식적으로 기호1번 박유기 후보조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내부방침으로 지지·지원하기로 했으나 사실상 이번 투표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장 제조직 한 관계자는 “이경훈 후보를 제외한 민주노조를 표방한 다섯 후보조가 출마하면서 이번 선거기간 동안 서로에게 입힌 상처가 어느 때보다도 컸다”며 “조직에서 박유기 후보조 지지를 요구했지만 조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현장 제조직의 결집보다는 조합원들의 표심이 매번 2차투표에서 '노연투' 대 '반노연투'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박유기 후보조, 이경훈 후보조의 표 차이가 1,517표 차이로 3.86%에 불과했으나 무효표가 1,563표, 3.98%로 집계된 것. 예년에 비해 무려 3%나 더 많이 나온 무효표의 결과가 바로 조합원들의 표심을 반영했다는 말이다. 중선위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의 대부분은 기표실수보다는 박유기 후보조와 이경훈 후보조가 아닌 ‘의도적으로’ 무효표를 만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울산지역 한 활동가는 “울산지역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은 2차투표에서 끊임없이 민주파에 대한 애정을 확인시켰줬지만 지난 10년간 이들의 달라지지 않은 행보는 조합원들에게 실망으로 표출된 것”이라며 이번 투표 결과를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2차 투표는 이경훈 후보조와 박유기 후보조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10여년간 민주노조운동을 표방했던 현장 제조직에 대한 평가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박유기 선본과 이경훈 선본은 8일 하루 종일 회의를 진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으나 공식적으로 투표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은 상태. 다만 이들이 3차투표에서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이번 투표 결과에서 무효표를 던진 조합원들의 표심을 이해하고 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