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실장이 “다시, 한국노총의 수정안을 비판한다”는 제하의 글을 다시 올렸다. 지난 글에서 “앞으로 양 노총이 건강하게, 제대로 연대하기 위해서라도 진하게 논쟁을 하겠다”며 “민주노총이든 누구든 반박 글을 오리면 매우 신속하게 논쟁에 임하겠다”고 했는데, 이 글은 그 일환이다. 이번 글에서도 제목부터 쟁점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다시, 비정규직 법안 연내 입법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를 비판한다”고 잡았으니 이해하여 주길 바란다.

민주노총, 연내입법 의지 있는지 묻고 싶다

김 실장은 글의 서두에 필자의 글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의 입장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는데 한 면에서는 맞고 다른 면에서는 틀리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입법요구안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그동안 양 노총이 공동으로 요구했던 안인데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법안을 올 정기국회에서 어떻게 처리하자는 것인가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을 여전히 모른다. 다시 한번 묻는데 비정규직 연내 입법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 김명호 실장은 “민주노총은 절박한 비정규 문제 해결을 위해 연내 입법화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우리는 지금 비정규직의 처지를 고려하여 반드시 연내 입법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어느 곳을 보아도 말 그대로 ‘주장’만 있지 이를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결단’ 또는 ‘의지’나 연내 입법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복안’은 찾아볼 수 없다. 민주노총은 도리어 국회 입법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른 이 시점에, 그리고 특히 한나라당이 그동안의 노동계 투쟁과 교섭의 성과를 무시하면서 노동부 제출 원안과 거의 비슷한 입법안을 당론으로 공식화하고 재계의 요구대로 연내 입법을 막고자 나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 ‘범국민토론회’를 갖자고, 얼핏 보기에도 연내 입법과는 거리가 먼 느긋한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실장에게, 그리고 민주노총에게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지금의 쟁점은, 그리고 양 노총 간의 차이는 국회의 정치지형 등 제반 역학관계를 고려하여 그동안의 노동계 투쟁과 교섭의 성과를 최대한 온전하게 보전하는 형태로 연내 입법을 쟁취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연내 입법을 포기하더라고 노동계 원안을 고수할 것인가 이 두 가지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이다.

여기에다 굳이 선택지점을 추가한다면 단병호 의원과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차별 금지와 관련된 부분만 입법하는 ‘부분 입법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연내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만 할 뿐 지금 이 시점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선명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이런저런 부담을 알면서도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공개적으로, 선명하게 밝힌 한국노총에 대한 비판에만 골몰하고 있다.

따라서 다시 한번 연내 입법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가 무엇인지를 ‘말만의 주장’이 아닌 실천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제시하여 줄 것을 이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이와 같이 쟁점을 분명하게 할 때 김명호 실장의 한국노총에 대한 재비판 내용 또한 과도하거나 적절치 않은 것이다.

한나라당 압박에 함께 나서자

첫째, 김명호 실장은 한국노총에 대해 “투쟁할 엄두도 내지 않고 투쟁하려는 동지의 발목을 잡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나아가 한국노총이 “수구언론의 왜곡된 주장을 돕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했는데 전자에 대한 반박을 하기 이전에 사실관계가 명확한 후자부터 반박하자.

김 실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건대 한국노총이 언제, 어느 내용으로 ‘수구언론의 왜곡된 주장을 돕는 일’을 했는가? 지난 글에서도 밝혔지만 토론과 논쟁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김 실장은 “이런 내용대로 여당이 법안을 만들게 되면 비정규직이 줄어들고 차별이 없어질 것이라는 한국노총의 주장은 기가 막힌 궤변”이라는 기술에 대해 근거를 대라는 필자의 요구에 대해서 묵묵부답인데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비난은 더이상 하지 않기를 분노를 담아 요구한다.

그리고 한국노총이 ‘투쟁할 엄두도 내지 않고 투쟁할 동지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 또한 민주노총 기조 하에서나 가능한 아전인수격의 비난이다. 김 실장도 지난 글에서 인정했듯이 한국노총은 지난 1년 동안 비정규직 입법을 위해 현 정권과의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면서 열심히 투쟁하고 교섭했다. 물론 한국노총이 지난달 30일 기지회견을 통해 연내 입법의 드라이브를 걸면서 ‘투쟁과 교섭의 병행’이라는 원칙에 걸맞게 한국노총 기조에 맞는 ‘막판 대중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것은 필자 스스로든 한국노총 내부든 반성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한국노총이 손을 놓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노총은 11월30일 ‘연내 입법 마지노선’을 발표한 이후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각 정당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설득과 압박을 하고 있다.

특히 이 글을 쓰는 오늘 한나라당이 그동안의 노동계 투쟁의 성과를 깡그리 무시하는 당론을 발표하면서 연내 입법을 무산시키고자 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이와 관련, 필자는 한나라당을 규탄하고 압박하는 투쟁에 양 노총이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기조나 전략이 다르면 그에 따라 전술은 당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 실장도 알다시피 한국노총 지도부는 11월30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 연내 입법 마무리를 위한 한국노총의 구상과 프로그램을 자세하게 밝히면서 함께 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이 연내 입법의 마무리 전략만 제시한다면 수정안의 발표도, 기자회견 날짜의 조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가? 그러나 연내 입법에 관한 입장과 태도가 달라 서로 다른 길을 간 것이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투쟁할 동지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일면적이고 현상적인 비판이다. 만약 그런 식의 비판이 가능하다면 한국노총 입장에서 ‘민주노총이 연내 입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각자의 선택에 대해 남을 비판해 자신을 정당화시키지 말고 대중과 역사에 평가를 맡긴다는 자세로 각자의 실천에 충실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양 노총이 보다 발전된 형태로 공조, 연대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힘이 모자라는 게 누구의 잘못인가 

둘째, 김명호 실장은 힘 관계를 고려하고 최대강령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자신의 지론이라고 하면서도 사용사유 제한은 ‘원칙’이라는 전제 하에 한국노총은 ‘원칙 없는 타협’을 했다고 비판하고, 나아가 “힘이 없으면 원칙을 버릴 수 있고 영합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은 노동운동의 근본 자세가 아니다”라고 훈계(?)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사유 제한은 ‘원칙’이 아니라 이 나라 노동운동이 역량을 결집하여 계급간 힘 관계를 역전시켜 쟁취하여 할 ‘투쟁 과제’이다. 이와 관련해 김명호 실장은 최대강령주의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모르겠지만, 역관계의 고려 속에 현실화시켜야 할 투쟁과제를 ‘원칙’으로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최대강령주의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이 시점에서 노동계가 지켜야 할 원칙은 제반 역관계를 고려하여 타결 또는 마무리 전략을 포함하는 ‘교섭과 투쟁의 병행’ 원칙이다.

셋째, 김명호 실장은 특수고용직 노동3권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무엇이 달라 한국노총이 포기했다고 악의적으로 비난하는가?”라는 필자의 반박에 대해 “적어도 연내 국회에서 각 정당들은 최소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고 반박 아닌 반박을 했다. 김 실장에게 묻건대 이 나라 국회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그것도 연내에 명확히 합의할 수 있다면 도대체 무슨 고민이 있겠는가? 9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노동3권 보장 요구가 씨알도 먹히지 않아 요구하고 투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이런 주장을, 지금 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면 한국노총 또한 주저 없이 주장할 것이다.

김명호 실장이 자신의 글 마무리에서 “투쟁하지 않고는 단 한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보기를 희망한다”고 한국노총에 충언한데 대해 100% 동의한다. 필자의 표현 방식을 빌린다면 한국노총은 ‘투쟁 없는 교섭’에서 ‘투쟁 있는 교섭’으로 전환하는 것이 조직적 당면 과제이다. 그리고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보기에 여러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이런 조직적 과제 해결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때만 되면 한국노총을 야합이니 어용이니 매도하지 말고 긴 안목을 갖고 긴 호흡을 하면서, 그리고 자신에게도 솔직하게 겸허하게 운동하여 주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