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황우석 스캔들을 보며 ‘나는 이 사회를 얼마나 알고 있었나’, 물음표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황우석이란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된 것은 지난 여름부터인듯 하다. 인간배아 복제 기술을 이용해 난치병 환자에게서 줄기세포를 추출했다는, 따라하기도 쉽지 않은 이 낯선 문구들이 이제는 누구든 침 튀기며 논쟁하는 대중적 관심거리가 되었다.

처음 몇 번은 멋모르고 끼어들어 저거 아직 모르는 거다, 의료시장 상업화에 이용될 거다, 훈수도 두어 봤다. ‘휠체어 탄 사람도 벌떡 일어날 수 있다는데 왜 초치는 소리 하냐’는 면박에 바로 입을 다물어야 했지만. 

황우석 논란에서 빠져 있던 것

그런데 이번 황우석 논란에서 처음부터 빠져 있던 것,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을 최근 이 사태에 관심을 갖고서야 발견하게 된 나는 ‘경악’했다. 황우석은 18명의 여성에게서 185개의 난자를 얻었고, 이 실험이 성공하기 전에도 16명의 여성에게서 242개의 난자를 받아 사용했다고 한다. 여성은 한 달에 하나의 난자만을 만들어낸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여성들에게서 저 많은 난자를 어떻게 뽑아냈단 말인가.

여성의 몸에서 실험용 난자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인공수정 때 하는 ‘배란억제-과배란-난자채취-체외수정 후 나팔관에 배아이식 과정 중에 체외 수정 전 단계까지를 거쳐야 한단다. 한 번에 많은 난자를 얻기 위해 2~3주간 호르몬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하고, 마취와 통증, 출혈을 감수해야 한단다. 초음파를 통해 난자의 성숙과정을 지켜보다가 난자가 성숙되면 마취를 하고 체내에 굉장히 긴 바늘을 넣어 난자를 꺼낸다는 것이다.

‘굉장히 긴 바늘’ 이라…, 저 길고도 고통스런 과정을 겪는 동안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의 몸은 그녀의 것이라 할 수 있나. 영영 아이를 못 가질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호르몬제를 맞은 여성의 10%는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난자를 기증받을 때는 의학적 용도로 사용한다고 말했지만 아직은 그저 실험용, 연구용 일 뿐이다. 언론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여성의 거룩한 희생으로 추켜세운다. 그러나 이 여성들은 돈이 필요했고, 가난했고, 남성들로 가득한 실험실에서 인정받아야 했다. 

난자 빼가기가 이토록 쉽다니…

그런데 이렇게 얻은 난자를 이용한 연구결과의 특허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문들을 보라.

의료상업화의 신봉자이자 ‘난자공급책’이었던 의사는 황우석에게 50%의 지분을 요구했다고도 하고, 40%의 지분을 요구했다고도 한다. 의형제처럼 지내다 이별을 선언한 미국의 과학자도 50%의 지분을 요구했다고도 하고, 확인해줄 수 없다고도 한다.

무슨 근거로 추산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번 연구로 예상되는 의료시장의 규모가 33조라고도 하고, 어느 언론은 이를 부풀려 황우석 연구의 가치가 33조라고 우기기도 했다.

이쯤에서,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내가 사는 이 나라에 대해서, 이 사회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다. 무엇이든 돈으로 계산되는 나라인 건 알았지만, 국부가 어쩌고 하면서 과학자의 거짓말까지 감싸려 할 줄은 몰랐다.

줄기세포연구 허브가 서울에 세워진다고 할 때 이 나라가 세계에서 실험용 난자 구하기가 가장 쉬운 나라이기 때문인 건 몰랐다. 난자와 정자와 자궁을 사고파는 줄은 짐작은 했지만, 이 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난자수출국인 줄은 몰랐다.

거짓을 거짓이라 외친 언론에 대해서 12개 기업이 광고를 철회해야 할 만큼,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인 줄은 몰랐다. 정말이지 이 정도로 하나의 목소리만을 강요하고, 이 정도로 돈에 환장한 나라인 건 몰랐다.

아, 그리고, 그리고 말이다. 여성의 몸에서 난자 빼가기를 이토록 쉽게, 길가다 붕어빵 사 먹듯이 할 수 있는 이 사회가, 과학을 위해서 난치병 환자를 위해서, 국부와 국익을 위해서 네 몸에 주사바늘을 꽂아 난자를 내주라고 하는 이 사회가, 사람들이 나는 무섭다.

엄마와 딸이 손잡고 나와 ‘박사님, 난자 걱정은 마세요’ 하면서 애국하는 이 나라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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