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올해 1월부터 상반기 비정규투쟁의 중심에 섰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그리고 현대하이스코 61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인정'을 요구하며 11일간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기까지.

850만 비정규노동자 숫자의 급증만큼이나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올해 비정규노동운동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22일 비정규노조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들의 목소리를 30일부터 2일까지 3회에 걸쳐 지상중계 한다. 30일에는 올해 비정규노동운동의 성과와 특징, 정부의 비정규법안에 대해, 1일에는 비정규노동운동의 과제와 이후 전망에 대해 싣는다. 마지막으로 2일에는 이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비정규노동운동의 성과와 의미를 담아 올해 비정규노동운동을 재조명한다.<편집자 주>


30일자에 이어 계속


김성희 :
대부분의 비정규투쟁이 발생 원인은 그대로 둔 채,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들을 해결하는 것으로 문제를 마무리하면서 사회적 치유는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무소불위의 자본은 있는데, 교섭할 상대는 없다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기륭전자의 경우 역시 원청사용자성 문제가 쟁점이 되는지.

박경선 :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기륭전자의 경우도 판정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속 계약해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지노위 공익위원들이 계약해지를 중단하라고 의견을 제출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했다. 회사쪽은 그룹 인사차원에서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시멘트 그룹이 이전부터 비정규직 확대를 방침으로 세우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자체 법률팀까지 운영하면서 내린 입장인 것 같다. 실제로 기륭전자 역시 중소자본임에도 불법파견 판정과 관련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아직 예비판정이다. 대법원까지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중소자본이라고 해서 ‘현대차’의 ‘배째라’ 입장과 다르지 않다. 현대자본, 현대하이스코 등 자본은 총체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서훈배 : 현재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법제도를 자본의 입장으로 이야기로 말하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이다. 흔히 비정규직을 신자유주의 구조 속에서 노동유연화라고 이야기 하는데, 특수고용은 노동유연화가 아니다. 노동유연화라면 노동자와 자본가가 있어야 하는데, 특수고용은 노동자성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가들에게 이보다 좋은 고용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해서 자본가들에게 특수고용 법안은 논의 안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돌입하면 장기투쟁사업장으로 가게 되는데 이는, 경총을 비롯해 자본의 총전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교섭할 상대가 없다?

김성희 : 비정규직 문제는 자본, 정부와의 전면전이라는 이유로 결국 개별사업장이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노동계가 이를 돌파하기 위해 숱한 투쟁을 벌였는데 왜 쟁점화가 안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돼야 할 것 같다.

안기호 : 자본, 정부, 현재의 민주노조운동 중 명확하게 우리의 적은 자본과 정부가 분명하다. 그러나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투쟁과 연동해서 이야기하면 비정규직노조는 하청자본과 맞짱 떠서 이길 수 있었지만 원청의 거대한 장벽을 넘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현대차 울타리 안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대표라고 하는 현대차노조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더욱이 쉽지 않다.
어쨌든 자본을 상대로 하는 준비된 투쟁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대중을 조직해서 현장을 장악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이 5공장에서 비롯됐고 준비된 투쟁이었음에도 말이다. 물론 현재는 비정규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하고 이후에 다시 준비된 투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충실히 노력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김성희 : 원청사용자성이 핵심 쟁점인데, 이를 풀기 위해서는 원청은 피해나가려고 하고 다자간협상이라도 해서 원청을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하이스코 생각은 어떻습니까.

차행태 : 11일간 고공농성을 통해서 현장을 장악했고 결국 원청이 나와 노사간 실무교섭을 진행, 다자간협상에도 서명했다. 교섭과정에서 원청사용자성을 분명히 짚고 넘어갔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다, 나머지는 법의 잣대에서 논하면 된다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11일간 고공농성으로 전국의 여론이 움직였고, 결국 현대그룹을 움직인 것이 사실이다. 이후 확약서와 관련 교섭을 계속하겠지만 지금 현장에서는 원청이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약서 이행 중 4조3교대 및 해고자 복직 등에 대해서 원청이 적극 지원키로 한 것에 대해 이후 협의단 내의 논의를 더 지켜볼 문제다.

김성희 : 그런점에서 하이스코의 다자간협상에서 원청이 서명한 것에는 의미를 둘 수 있겠다. 현대차의 경우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자간협상=비정규직노조 무장해제(?)

오민규 : 특별교섭이 진행되긴 했는데 국정감사장에서 윤여철 현대차 사장이 공식적으로 실무교섭을 3자가 합의로 한 것이라며 본교섭에서 비정규노조와의 교섭은 부인했다. 실제로 특별교섭석상에서 원청은 비정규교섭위원에게 나가달라며 원청사용자성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비정규노조와 교섭할 경우 원청사용자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여론에 뭇매를 맞는 한이 있어도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희택 : 울산건설플랜트, 건설운송 등 자본이 연대하는 것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울산건설플랜트의 경우에도 SK뿐 아니라 공장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전경련, 경총, 하도급 전체 업체를 비롯해서 노동부, 공안, 지역여론까지 가세해서 노조를 압박하는데 개별노조가 이를 맞받아치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렇다면 사회쟁점화, 혹은 연대투쟁을 통해서 자본의 공세에 총노동의 공세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쉽지 않았다. 노사간 교섭을 법적 효력도 없는 다자간협상으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다 안다. 이는 비정규직에 계속적으로 제기될 숙제다. 쉽게 풀릴 수 없는 문제, 갑갑하고 어렵다.

안기호 :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전혀 성과가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애초 3자가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하기로 했고 자본이 현재 불법파견 특별교섭의 성격과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현대차노조를 상대로 비정규직노조를 무장해제 시킨 상태로 보는 것이 맞겠다. 다자간협상이 위와 유사하다. 비정규노조의 투쟁을 여타 제사회단체를 통해 노골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압박하는 형국이다.

김광복 : 하이닉스-매그나칩 자본의 성격은 사실상 론스타와 시티은행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원청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고 하청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계약해지가 1년이 넘어가는 동안, 싸울 상대 역시 불분명했다. 최근 충북도지사를 통해 원청과의 대화창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지역 노사정협의회를 통해 대화를 할 것을 주장하며 정규직화는커녕 오히려 선별복직 하겠다고 말한다. 현재 지회는 선별복직과 간접고용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성희 : 지방자치단체 중재자로 나선 것이 하이닉스-매그나칩, 현대하이스코, 울산건설플랜트죠? 그런데 중재라는 것이 무마하는 수준을 넘기는 어려운데 그마저 안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공통적인 것 같다. 현대차는 워낙 덩치가 커서 한 지역의 쟁점이긴 하지만 울산시보다는 우선 정규직노조가 교섭의 형식을 통해 사실상 중재자 역할을 대행하는 것 같고. 다자간협상은 결과적으로 제한된 결과를 받을거냐 말거냐는 거라는 이야기로 정리된다. 원청사용자성을 돌파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회적 방법밖에 답이 안 나오는 거죠?

오민규 : 현대차, 하이닉스-매그나칩, 현대하이스코가 제조업 불법파견이라는 부분에서 같지만 투쟁양상이 조금 다르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5공장 탈의실 점거 등 생산에 타격을 주긴 했지만 공장 내에서 붙박이 투쟁을 한 반면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나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는 폐업으로 인해, 공장 밖에서 투쟁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공장안에 고립돼 사회적 연대를 만들기 어려웠고 상급단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현대하이스코나 하이닉스-매그나칩은 공장밖에서 지역여론을 조성, 자본을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단, 현대하이스코의 경우는 11일간의 공장 내 고공농성을 벌이면서 공장 밖과 안을 아우르는 투쟁을 벌였다.
어느 방식이 더 효율적이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 투쟁이었다. 다만 비정규직운동이 크려면 사회 여론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광복 : 현장안 장악이 쉽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원청노조의 연대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왜 우리를 만나냐고 압박했다.

오민규 : 사실 비정규직노조에 현장안과 현장밖을 모두 장악해서 투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현재 비정규직노조운동에 너무 과한 요구다. 총연맹급 집행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지만 다자간협상, 교섭도 아닌 이 중재의 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김성희 : 안과 밖을 어울러 투쟁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조건이나 다양한 변수 등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결과적으로 누군가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인데 자연스럽게 ‘연대’의 문제로 넘어간다. 같이 어우러지면 안과 밖 모두 해결될텐데, 사실 안(노동계)에서의 연대조차도 쉽지 않죠. 조건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 의지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연대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할 듯싶다. 정규직 노조와의 관계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김광복 : 개인적으로 원청노조 간부와 만난 적이 있다. 같은 노동자로서 원청 문제가 걸려 있는데 너무 수수방관하는 거 아니냐 했더니 자기들(원청노조)도 몇 차례 했다고는 하더라. 현재 시민사회단체는 적극 연대해 준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지자체 관계자들은 노사정협의회를 통하자고 하고.

김성희 : 현대차노조는 민주노조운동의 대명사로 불리기 때문에 가장 많이 부각되기도 했고 현대차외 다른 정규직노조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는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고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정면으로 이 문제를 짚고 가는 것이 중요한데,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차행태 : 원청노조인 하이스코노조의 경우 본조가 울산에 있었다. 순천으로 내려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지회 설립을 준비하다 자리 잡히기를 기다렸고, 원청노조가 임단투 들어갈 시기 함께 할 생각이었는데 정규직노동자들은 순천으로 내려와서도 명예퇴직 등 계속해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원청노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이들은 투쟁을 통해 임단협을 쟁취하기 보다는 현대그룹 차원 수준으로 매년 합의했고, 처음엔 원청노조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민주노총 동부지구협, 지회 등 4자 회의에서 지회설립을 두고 두 차례 논의를 했지만 원청노조는 두 번 정도 회의에 참여하다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지회 설립 준비를 하면서 원청노조는 정규직조합원들의 교양을 위해 설립 시기를 늦춰달라고 주문했지만 우리 역시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어쨌건 지회 설립 이후 원청노조가 구사대가 만들어지는 것은 막아줬고…, 뭐 굳이 정규직노조를 변명하자는 것은 아니고 원청노조도 힘이 없는데, 현재는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김성희 : 정규직도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는 말은 객관적 사실이고 '연대'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경영조건이 좋더라도 자본은 계속 노동을 갈라치기하고 정규직은 그렇게 고용불안에 놓여있고.

차행태 : 원청 조합원 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식 수준도 마찬가지다. 활동가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한 시기다.

김성희 :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느끼는 생존의 문제, 현실의 온도차이가 서로 다르고, 이 문제를 어떤 해법으로 풀 수 있을까. 그동안 현대차노조에 대한 비판은 진정성을 갖고 있기도 하고 누구를 이롭게 하기 위해 부각된 적도 있고 현대차노조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비정규투쟁의 희망 '35%'

오민규 : 불법파견의 중요한 지점은 이미 조직된 원하청연대회의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이야기만 나오면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은 속이 새카맣게 탄다. 정규직노조와의 연대가 깨졌을 때 우리 스스로 투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이 끈을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고 요구되는 부담감이 크다.
원하청연대회의와 관련해서 공동결정, 공동책임, 공동투쟁이 이야기된다. 그러나 이는 원청노조와 하청노조의 힘의 역학관계에서 볼 때 항상 원청노조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월적 힘을 가지고 있는 원청노조의 입장이 원하청연대회의에 반영되지, 비정규직노조의 입장이 반영된 경우는 사실상 극히 드물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정규직노조의 입장은 동의한다. 그러나 최근 기아차, GM대우 창원지부, 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 가결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응답한 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35% 정도다. 정규직노조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65%의 조합원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기 보다는 35%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활동가들이라면 과연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운동해야 할 지는 명확하다.
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 투표시 비정규직노조가 치열하게 싸웠던 울산에서 오히려 44%의 정규직노동자들이 임단협을 타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기아차 역시도 화성지부 정규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타지부보다 보다 지지했다. 결과적으로 활발한 비정규직 투쟁이 있는 곳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보다 가능성 있다.

서훈배 :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몇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 정규직노조와의 연대를 이야기하는데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끼리의 연대 수준은 어떠한가. 물론 사내하청 동지들 현장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청사용자성 이라는 공통된 요구를 가지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은 함께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김성희 : 작업장 안과 밖, 사회적 연대전선 구축과 현장에서 자본을 상대로 한 투쟁. 정규직노조와의 연대. 산적한 과제를 안고 투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주체간 연대도 제대로 되지 않고, 과연 우리 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까.

박경선 : 기륭전자도 열심히 투쟁했지만 외부적으로 아쉬운 것이 있다. 금속노조가 선거기간이었던 점,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비리 문제로 구사대에게까지 망신당하고. 서울지역에만 비정규투쟁과 관련, 수많은 공대위가 있지만 서로 투쟁이 공유되지 않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한 것인가. 현대하이스코 확약서가 원청을 끌어낸 또 다른 시작을 선포하는 투쟁이라면 현대가 됐건, 기륭이 됐건 불법파견을 승리로 귀결시키는 사례들을 만들어야 한다.

오희택 : 플랜트의 경우 정규직과의 연대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대부분 사용자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플랜트 업종간 연대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정규직과 함께 하는 비정규직 운동을 이야기하는데 거의 구호로 전락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미 현장이 무너진 정규직에게 기대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노동운동이 민주노조운동을 시작한 것은 5년 정도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조운동을 견인하고 있다.
비정규총파업 한번 기획해보자. 고립분산적으로 매번 깨져나가고 있는데 조직 한 번 잘해 비정규총파업 했을 때 국가권력, 자본이 어떻게 반응할까. 바로 이러한 힘들이 민주노조운동을 견인하고 우리 내부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김성희 : 비정규노동운동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사실상 사활이 걸린 투쟁이다. 결국 조직이 취약한 비정규직 조직은 외곽의 연대를 구할 수밖에 없다. 현대하이스코의 경우 건설플랜트의 지원이 있었다고 하던데?

차행태 : 금속노조가 지부 선거기간이어서인지 금속노동자들의 연대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월25일 지역연대파업에서 여수, 전남동부경남서부건설노조 조합원 2만명 중 4천명이 참석했다. 그 이후 여수건설노조 집회에 우리 역시 조합원들과 함께 연대했다. 건설집회에 금속노동자들이 참여한 적이 거의 없어서인지 건설노동자들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이제 전남동부지역은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 투쟁의 힘 있는 연대에서 여수건설노조로 다시 옮겨 가고 있는 있다.



지역, 업종,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 전선 확대


김성희 :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연대와 관련, 지역, 원·하청연대 등 이야기됐는데 상급단체와의 연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참가자들 면면을 볼 때 금속연맹 이야기가 주가 되겠다.

오민규 :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는 중요한 사회적 정당성과 명분성을 갖고 있다. 해서 단위노조보다 민주노총이나 각 연맹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부담이 더한 것 같다. 단위노조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연맹으로 올라가면 조금 수월해지는 듯 하기도 하고, 물론 비정규직 주체 입장에서 바라볼 때 한계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긍정적 기여는 분명히 있었다. 금속연맹이 8월26일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모아 6시간 정치파업을 벌이고 같은 달 31일 비정규직노조 투쟁에 지원 연대 지침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 과정에서 연맹은 정규직노조를 설득하고 또 그 공간속에서 비정규직지회는 독자적 파업을 벌인 점 등이 그렇다.
류기혁 열사문제에서도, 해당 정규직노조에 비해서 상당히 진일보한 입장을 취했으나 연맹 입장을 강하게 밀거나 정규직노조의 태도에 대해 비판과 설득 역시 부족했다. 물론 연맹이 개별 현장에 지도력을 갖지 못한 현실에서 분명한 한계는 갖는다.

김성희 : 마지막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전망, 비정규노동운동의 전망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해주었으면 좋겠다.

안기호 : 비록 현실에서의 연대가 보잘것없고 때로는 힘이 빠지고 참담해지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한다. 노동계가 투쟁전선을 모아내고 어떻게 미래의 가능성을 구체화시킬 것인지, 투쟁 없이는 현실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바로 민주노동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기는 갈수록 증가하는 비정규직 위기 역시 같이 동반한다. 지금 계급적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희택 : 현재 건설은 점점 거대화되는 자본과 국가권력의 힘을 보면서 개별적 투쟁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지역·업종 건설노조는 현재 산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단, 인위적인 산별이 아닌 투쟁을 통한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 힘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서훈배 : 결론부터 말하면 비정규노동운동의 전망은 밝다. 비정규투쟁 5년을 이야기하지만 5년 전 우리는 특수고용이라는 말조차 몰랐다. 5년 사이 엄청난 변화들을 만들어 냈고, 올해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제 조직된, 조직할 비정규노조들과 함께 민주노조운동을 건강하게 견인, 투쟁의 중심으로 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운동의 중심이다.

박경선 : 구로공단에서 20년을 활동하면서 이제 지역에서 정규직노조를 보기가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이미 정규직노조가 주도하는 운동은 끝났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모든 노조 활동들이 비정규직 투쟁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후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여성노동자, 비정규노동자를 조직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조직 확대 할 곳이 없다. 이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다.

오민규 : 앞서 서훈배 위원장이 지적한 사내하청과 관련한 연대 부재는 따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금속부분 사내하청노동자수가 5천여명인데, 이미 몇몇 곳에서는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음 힘도 갖고 있다. 5천여 사내하청노동자가 원청사용자성 인정을 내걸고 공동투쟁을 벌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텐데, 아직 극복할 지점이다. 또 비정규노동운동은 간부 역량과 질적 성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수호 집행부가 내년 5월1일 세상을 바꾸는 파업을 목적의식적으로 준비했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공동으로 밀고 가는 투쟁을 스스로 조직해 거기서부터 새로운 운동의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차행태 : 민주노총이 활동가 양성 등 비정규기금 50억 기금을 이미 결의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뛰다보면 준비된 활동가들이 무척 부족하다. 이러한 토대가 비정규운동을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김광복 : 가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문제를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단지 우리만의 연대가 아닌 정치적으로 풀어갈 문제라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만들어 나가는 투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이 바로 더 큰 연대가 아닐까.

오석순 :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이슈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어떤 단사의 투쟁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노동계의 힘을 결집해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비정규직 투쟁을 승리로 이끌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 역사를 만드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이어간다

김성희 : 충분히 생생한 현실의 문제를 드러낼 수 있도록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워낙 각각 사업장별로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 생생한 투쟁의 진행과정에서 법제도 문제, 정부와 국가를 상대하는 문제, 자본과 맞닿은 문제, 노동자들의 연대까지, 그리고 비정규운동의 전망까지도 이야기 했다. 현재 비정규노동운동은 진행과정의 이야기이고 진행과정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 다가올 미래는 주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올해 주요한 비정규투쟁을 이끌었던 비정규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날의 간담회는 의미를 지닌다.
정리를 해보면 비정규투쟁은 생존권적 투쟁과 함께 정치적 투쟁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는 중요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삶의 문제, 삶의 고통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 제기하기도 하고 정권과 자본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이 취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두 가지 쟁점을 동시에 풀기는 너무 부담스럽다. 결국 현재의 모든 자원들이 모두 지원을 해야 하고 그것을 싸움의 주체들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면서 체득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투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대의 문제도 좀 더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자기조직, 이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보다 연대의 폭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장시간 고생 많으셨고 한 번의 토론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다시 한 번 자리를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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