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노총의 기자회견장은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전비연)의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했다. 전비연 소속 조합원 4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는 한국노총 회의실로 올라가 한국노총에 “기자회견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함께 나가 싸울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당초 오전 10시30분에 한국노총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계획을 취소하고 곧바로 한국노총 기자회견장인 회의실을 찾았다.


이들은 회견 시작 전 “한국노총의 수정안은 정부법안 이외에 또 하나의 악법을 만드는 것이다”, “싸워도 우리가 싸울 테니 한국노총은 가만있어 달라” 등의 주장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는 부르는 등 긴장감을 고조시키기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정규노조 대표자들로서 한국노총이 이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한다기에 그 내용을 들으러 온 것이지 물리적으로 막으로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전 11시께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약간의 마찰이 있었지만 이들이 미리 밝힌대로 기자회견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막판에 서로 논쟁을 벌이면서 감정이 격앙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순탄치만은 않았다.


구권서 전비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한국노총이 이번 결정을 역사적 결단이라고 하지만 도박인지, 결단인지 모르겠다”며 “다만 이번 결정에 850만 비정규직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것만은 알아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 의장은 “기자회견을 물리적으로 막진 않겠지만 한국노총은 자기가 발표한 안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선언 수준에 멈추지 않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키도 했다. 다른 관계자들 또한 “한국노총 안은 보호입법안이 아닌 개악안”이라며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대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시민단체와 연대해 천막도 치면서 투쟁도 하고 정부와 경영계와 교섭도 하는 등 안 해본 것이 없다”고 설명하며 “누구나 원칙은 ‘비정규직 철폐’이고 나 역시 동의하지만 1일부터 국회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보호법안의 관철 및 연내 입법을 위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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