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의 권고에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이 들어간 것이 비정규 법안의 최소 수준이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다른 뭔가를 얻는 것은 반역사적 동조행위에 불과하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지난 28일 열린 '비정규법안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비정규법안과 관련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즉, 비정규 법안은 정규직 고용이 원칙이며, 고용형태에 의한 어떤 차별도 사회적으로 용인돼서는 안 된다는 기준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 권리 보장 입법의 쟁점과 방향'에 대해 발표한 김성희 소장은 "정부입법안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는데, 차별시정기구가 바로 그 의견의 핵심이다"며 "그러나 기간제한은 무용지물이고, 시정기구의 효과도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 당장 효과가 없고, 개선 효과가 미비한데 이를 얻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양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정부입법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제도적 안정화가 되는 것을 의미, 비정규직 고착화와 보호라는 이중 방향의 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정부안을 조금이라도 수정하는 게 낫지 않나는 입장에 대해서도 "수정하는 것은 공식화된 동의의 효과가 있다"며, "특수고용 문제의 공백을 내년에 논의하기로 노동계안을 수정하면서 합의하는 것도 공식적으로 동의하는 게 돼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관련, '노사정위 공익위원 검토의견의 내용과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공익위원안, 오히려 노동자성 박탈해

권 변호사는 공익위원의 검토의견이 △노동자성의 박탈 △다른 노동자마저도 노동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전락할 가능성 △기존 설립돼 활동중인 특수고용노조의 해산 △단체교섭권·협약체결권·단체행동권의 박탈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검토의견은 적용대상과 관련해 개별적 보호사항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및 사용자)가 아닌 자, 집단적 보호사항의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및 사용자)가 아닌 자를 특수고용형태종사의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검토의견은 준사법적 행정위원회(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인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지 1차 판단을 하도록 했지만 노동위원회가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수는 없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현재 근로자로 인정받는 경우까지도 사용자의 비근로자화 정책으로 인해 유사근로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는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입법적 보완을 하기 위한 문제이지, 노동자간 다른 형태의 단체를 결성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노동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통해 최소근로조건의 보호문제 역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강성태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비정규직보호법안의 핵심은 상시업무와 핵심업무에 대한 싸움"이라며 "노동계는 회사의 업무 중 상시적인 업무를 위해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사용자는 핵심 업무 외에는 모두 비정규직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도 여기에 있다"며 "정규직들은 본인들이 핵심업무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핵심업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회사 사정이 안좋아지면 핵심업무를 모두 비핵심업무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상시업무를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것.

또 "어쩔 수 없이 타협안을 내야 된다고 한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입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이고, 실업률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면, 입법 후 비정규직이 얼마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지, 실업률은 얼마나 낮출 수 있고, 임금이나 기타 근로조건 등의 차별은 얼마나 시정할 수 있을지 입법도달 목표를 정하고, 이에 도달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기본권 보장도 없이 양보는 없다

구권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의장은 "이번 노사 교섭은 완전한 실패"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섭은 타결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노동기본권 보장을 포기하기 위해 교섭을 해온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공동 입법발의한 안이 +100점이라면, 정부안은 -100점이고, 현재 협상은 0점인 것"이라며 "지금 뭔가 성과를 얻어 후일을 도모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현재 실태에서도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 의장은 "기륭전자만 해도 노조를 만들어 노동기본권 주장했지만 결국 파견 계약은 해지당하고, 분회장은 구속됐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모두 공장 밖으로 내몰렸다"며 "비정규직보호법안이라는 사기극을 통해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이미지를 얻으려고 하는 정부여당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기대 어물쩡 넘어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비정규운동 본부장은 "노사 교섭이 2, 4월 교섭보다 사회쟁점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2월에는 열린우리당의 책임이 쟁점화 될 수 있었고, 4월에는 인권위안으로 누가 차별을 심화시키는지가 부각이 됐지만 현재는 마치 기업별 노조가 교섭하듯 교섭 내용이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분노를 유발하고 있고, 이것이 교섭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기간제 사용 '1+1'안과 관련, 현재도 1년 근무하고 난 뒤 1년 근무하려고 할 때 특별한 사유없이 계약을 해지하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를 무슨 성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미흡한 것이고, 중요한 것은 노동3권이 발휘되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비정규노조 조직을 억압하는 손배 가압류 등의 문제와 불법파견에 대한 처벌과 개선책 등 상식적인 부분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와 관련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특수한 형태로 늘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제화공이나 의류 미싱사 등의 월급쟁이를 세무서에 신고해 위장 개인사업자로 만들 수 있다"며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는 노사관계뿐 아니라 조세와 세무관계를 폭넓게 살펴 특고 노동자가 노동3권을 발휘할 수 있는 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원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은 "비정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이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협상도 진전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이것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노동계의 힘이 약하고 단결도 잘 돼 있지 않아 파워게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협상과 양보가 필요한 시점에서 양보를 덜하고 득이 되는 것을 찾기 위해 하나하나의 조항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냉정하고 실질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특수고용노동자와 관련해서도 근로자의 범위와 사용자의 범위에 대해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특별법이 아닌 노동법 체계내에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공개 노사교섭, 비판 봇물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안 공동 입법발의한 민주노동당에도 책임론 제기 
토론회 참석자들 역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법안을 둘러싼 노사 교섭의 비공개성을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투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교섭 자체가 비공개교섭 형태를 띄면서 무원칙 양보교섭이 되고 있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간제 관련 '1+1', 파견제 현행 유지 등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노동계는 대응조차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해당 주체들이 협상 과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주문했다.


또 "비정규법안의 주체가 비정규직인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는데 정부의 비정규법안이 겨냥한 것은 정규직"이라며 "민주노총이 이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동당도 공동 입법 발의자로서 민주노총이 (교섭과정에서) 무원칙하게 수정하고, 교섭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책임은 민주노총에 던져놓고, 자기 책임을 정확히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해삼 본부장은 "노사 교섭에서는 당은 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중요한 것은 원내 전략인데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 입법안으로 간다면 쌀협상 비준안 저지처럼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9명의 국회의원으로 과반수를 넘겨야 하는 입법활동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사회운동을 강화해내는 데 힘쓰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구권서 의장도 "연내 입법 관련한 논의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민주노동당이 원내에서 원외로 뛰어나와 같이 결합해야 한다"며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만큼 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또 "비정규연대만이라도 똑바로 서서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을 쟁취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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