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30년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를 기념해 12일 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가로 1.7m, 세로 3m의 '월차휴가폐지' 등 노동법 개악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책자형태로 만들어진 대형상징물을 불태웠다.

그러나 이 상징물을 불태우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는데, 타이탄트럭에 상징물을 싣고 대회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를 가로막는 경찰과 심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0... 예년에 비해 본대회 전에 개최된 사전집회는 숫자가 적었던 편. 민주노총은 노동자대회가 열리기전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를 대학로에서 갖고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를 거듭 촉구했다.

사무금융노련의 경우 이날 정오경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동조합 구조조정분쇄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출범식을 갖고 향후 총력투쟁을 결의. 또 '공무원 직권면직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도 정오경 대학로 문예진흥원 앞에서 '부당한 직권면직 저지와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전국공무원대회'를 개최. 500여명이 대오를 형성했으며, 이들중 일부는 '정부가 하위직 공무원들만 죽이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두건을 쓰고 집회에 참석했다.

0. 11일 노동자대회 전야제는 오후 8시께부터 전태일 열사 30주기 추도식과 '전태일 평전읽기 시상식', 추모굿, 그리고 오늘의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의 각종 문화행사와 횃불놀이가 이어졌다.

무대 위에는 예년과 달리 다른 구호가 적혀지지 않고 '전태일 30'이라고만 씌인 대형 걸개를 걸어놓아 30주기 분위기를 살렸고 언론노련의 지원으로 묵은 신문지를 말아 올린 수천개의 횃불이 장관을 이뤘다. 한편 이날 전야제 장소를 동국대 운동장으로 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성균관대 등과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학교당국과 학생회 등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허가가 나지 않았고 결국 최종 장소 확정은 전야제 당일 오후에나 가능했다.

0... 전야제에는 국제연대를 위해 일본, 호주, 인도 등 해외 노조지도자들 100여명이 참석해 노동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연대사를 한 남아공 코사투(COSATU)의 사이몬 보쉬엘로(Simon Boshielo) 국제국장은 "전세계 노동자들이 이 자리에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에 한국 노동자들이 앞장 서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사이몬 국장은 대회참가자들과 함께 'Viva(만세!)'를 잇달아 외쳤다.

0... 동국대 운동장 한쪽에서는 전태일 30주기 추모문화제 준비위원회가 공모한 '나는 전태일인가' 7행시 짓기 응모작 일부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평택에 사는 김학수 노동자(30세)는 "나는 노동자다, 는 건 깡다구와 배짱뿐이다, 전국노동자대회가 코앞이다, 일제히 일어나 나가자, 인자부터 똥배짱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 가자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대학로로"를 응모했으며 경기도 화성의 김지현 노동자(31세)의 "나라는 정말 망가져가고, 는 건 세금뿐이요, 전전긍긍하는 우리 노동자들, 태어나서 고생뿐이니, 일한번 나겠구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가자 노동자대회로"를 응모했다.

0... 전야제가 열린 동국대 운동장 입구에는 지난 8일부터 쟁위행위찬반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투쟁속보가 상영돼 지나가는 노동자들의 눈길을 붙들었다.

비디오를 관람한 노동자들은 사측의 노조탄압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노조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으며 현대중공업 사측의 노조탄압에 공분했다.

노조간부는 "관리직원들이 투표소를 에워싸고 조합원들의 투표를 방해하는 등 노조탄압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며 "노동자대회에 모인 동지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비디오에는 관리직원이 노조 대의원에게 "대의원대회에서의 만족스런 결과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열심히 싸워달라"고 부탁하는 전화녹음내용이 그대로 방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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