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육교사양성과정을 마치고 취업할 곳을 찾고 있는 예비보육노동자를 만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10년 넘게 일하다가 아이를 낳고 다시 현장 복귀가 어려워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보육교사를 해보겠다고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다.

전공학과는 아니지만 대학도 졸업하였고 전문직업 경험도 많은 편이라 보육교사교육원에서 배운 지식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풍부한 인생경험과 자기 아이를 키운 경험이 보육교사를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좋은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어린이집 월급 65만원 제시”

그러나 처음 찾아 간 어린이집에서 원장이 제시한 월급은 고작 65만원. 너무 화가 나서 못하겠다고 거절하고 나왔더니 10만원을 더 줄테니 오라고 해서 근무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루종일 일하고 받는 월급 75만원, 작은 민간어린이집이라 상여금도 연월차도 없고 흔한 중식수당조차 없다. 연봉 900만원이 이 여성노동자가 아이와 자신의 생계를 위해 벌 수 있는 전부이다.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새내기 보육교사는 자신의 월급이 너무 적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주변의 시세(?)가 모두 그러니 많이 달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보육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1997년에 서울지역 민간시설을 중심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3.5%가 월평균급여 60만원 미만이고 그나마 조사대상의 평균 근속년수 3년에 따른 평균임금이 66만7천원이었다. 10여년의 세월동안 민간교사의 임금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받고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정부가 정한 보수기준을 따르도록 돼있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지만 그래도 2005년 현재 1호봉 기준으로 연봉 1,500만원이 안 된다. 

인건비지원 포기하고 형평성 맞춘다?

그러나 그나마도 정부의 예산지원방식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민간과 국공립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건비 지원을 줄이고 아이들 수에 따라 개별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국공립시설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인건비 지원에 있었고 이 때문에 민간시설과 형평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임금과 고용 면에서 안정된 국공립시설과 열악한 민간시설은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시설 ‘운영’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도 서비스 질에 있어, 비용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 “형평성”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상대적으로 나은 보육의 질을 보장해왔던 국공립의 확충이나 인건비지원방식은 포기하고 시설간 경쟁을 통해 아동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보육의 시장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반별 정원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과 결원에 따른 부담으로 보육교사의 임금이 제대로 책정되거나 지급되기 어려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저출산 시대, 돌봄노동 저평가 안 돼

보육현장의 전반적인 저임금 상황에서 인건비 지원의 포기는 보육교사들을 더욱 불안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머리수에 따라 지원금을 줄 경우 국공립시설 조차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근속자들의 대량 해고나 경력자 채용의 회피, 경력여부와 상관없는 만성적인 저임금 상태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저출산 대책으로 끊임없이 보육정책의 필요성과 예산확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아이를 돌보는 보육노동자의 돌봄노동은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재생산이 중요하다면 그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돌봄노동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평가하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보육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사람을 키우고 돌보는 일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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