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2.10 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기고
100만표는 당에 자신감을 주었다, 그러나…조승범 민주노동당 선전편집실장②
  • 조승범 민주노동당 선전편집실장
  • 승인 2005.11.29 14:46
  • 댓글 0
전쟁을 겪은 소년은 더이상 소년이 아니라고 했다. 2002년 대선을 치르고 난 후의 민주노동당을 이렇게 표현하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어쨌든 2002년 17대 대선을 기준으로 민주노동당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거 진심입니까?"

비록 3%대의 낮은 득표율이지만 당선 가능성과 사표 방지 논리의 유혹을 뿌리치고 과감하게 지지해준 100만에 가까운 지지자들은 민주노동당의 이유 있는 자신감의 근거가 돼 주었다.

▲ 조승범(38) 민주노동당 선전편집실장은 과거 민중의당, 민중당 시절 부산에서 활동하다가, ‘청운의 꿈’을 접고 생업전선으로 향했다. 정치기획사에서 일하던 그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이문옥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2002년 대선 때 권영길 후보의 홍보팀장을 맡는 것으로 당 상근활동을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당 홍보물을 만들어온 그가, 지난 3년여간의 활동기간 동안 느낀 고민들을 <매일노동뉴스>를 통해 털어놓기로 했다.
대선 당일날 중앙당으로는 엄청난 양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정몽준의 노무현 지지 철회에 위기감을 느낀 노무현 지지자들의 화풀이성 전화도 많았지만 변함없는 지지와 용기를 주는 97만명 중의 몇분의 전화도 있었다.

그중 한분의 사례. 전화를 받자마자 컬컬한 음성의 중년 남성이 대뜸 물어왔다.

“그거 진심입니까?”
“예? 뭐가 말씀입니까?”
“권영길 후보 홍보물 보니까 애들 학원비 걱정 없도록 무상교육 하겠다는데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고요.
그게 진심이면 비록 나 혼자이긴 하지만 지지하겠습니다.”

보통의 경우 우리의 무상의료, 무상교육 공약에 대한 반응은 실현 가능하냐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분은 진심으로 그걸 할 의지가 있냐고 물었던 것이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고 하지 않던가. 비록 당장은 힘이 부족해서 못한다 하더라도 처음 품었던 그 마음대로 한발, 한발 가다보면 그분처럼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갈 것이다. 이 일은 대선이 끝나고 입당원서의 홍보 소재로 쓰여졌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홍보물 중 하나다.

국회 앞으로!

지역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중앙당 상근자들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때마침 중앙당사가 입주해 있던 두레빌딩이 경매에 넘어가 있던 상태라 새로 이사갈 곳을 구해야 했는데 그곳이 현재의 한양빌딩이다. 여의도공원을 기준으로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로 구분해서 부르는데 묘하게도 큰 정당들은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에, 나머지 군소정당들은 동여의도에 당사를 두고 있었다.

그냥 기자회견을 하면 기자들이 관심도 가져주지 않던 때라 언론에 한번이라도 더 나기 위해 기자회견 때마다 온갖 퍼포먼스를 다 해야 했던 우리는 농담삼아 당사에 기자들이 오기 쉽도록 국회 앞으로 옮겨야 한다고들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된 것이다. 더구나 새로 입주하게 된 한양빌딩은 1997년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될 당시 민주당이 중앙당사로 쓰던 건물이라고 해서 세간의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금 현재 주요정당들의 중앙당사는 여의도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 마포에 있다가 얼마전에 여의도로 옮긴 민주당을 제외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자의라기보다는 타의에 가까운 이유로 중앙당사를 여의도 바깥에 두고 있는데 요즘 다시 여의도로 오려고 한다는 얘기들이 들리고 있다.

근무환경이나 경제적 비용 등을 생각하면 우리도 차라리 여의도가 아닌 조금 한적한 곳에 당사를 두자고 주장하고 싶지만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아직 그들과 우리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기자들이 접근하기 편한 곳에 당사가 있어야 유리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우리가 우리 사회와 정치의 당당한 한 축이라고 인정 받기에는 2%쯤 부족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당사를 옮기면서 홍보실은 대선 이후 변화된 환경을 반영한 당 홍보 팜플렛과 늘어나는 신입당원들을 위한 교육용 홍보CD를 발간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재정이었다. 우리 사회와 정치의 문제점들과 그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폼나는 칼라 홍보물에 다 담기에는 불가능할 만큼 우리는 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고 배포해야 할 대상도 당의 재정이 감당하기에는 벅찰 정도였다. 그래서 나온 팜플렛이 노동,농민,도시서민,여성 등의 각 부문과 평화,인권 등을 담은 과제별 홍보 리플렛이었는데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홍보물이었다.

홍보실 상근자 2명이 당의 모든 과제와 정책을 공부해서 싣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라는 포인트를 살리지 못하고 그저 모든 정책을 나열해 버린 홍보물이 되었던 것이다. 설명하지 않고도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홍보물, 아니 설명을 하더라도 핵심을 쉽게 전달하는 홍보물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총대신 꽃을’-'전쟁반대! 파병반대!'의 기치

▲ 2003년 3월 민주노동당이 주최한 '반전평화콘서트' 홍보 포스터.
2003년은 미국의 부시가 석유 때문에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해다. 문제는 그 불똥이 우리한테까지 튄 것이다. 그것도 아주 크게.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불과 몇개월만에 그 허구를 증명하게 되었는데, 정말 어이없게도 할 말은커녕 미국의 파병 요청이 있자마자 즉각 받아들이고 만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즉각 전쟁반대와 파병반대를 주장하며 다양한 형태의 싸움을 준비해 나갔다. 그중 하나가 바로 3월28일에 열린 반전평화콘서트였다. ‘총대신 꽃을’ 이라는 제목으로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반전집회와 문화공연을 결합시킨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하였는데, 당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집회, 그것도 콘서트 형태의 행사는 초유의 일인지라 상당한 모험이었다.

콘서트의 취지에 공감하여 안치환, 이은미 등 인기 가수들이 저렴한 비용만을 받고 출연해 주기로 했지만 무대설치와 음향장비 등 워낙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인지라 무료입장이 아닌 유료입장을 택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과연 모일까 하는 걱정은 콘서트 당일까지 계속되었다.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고려대의 제일 구석에 위치한 노천극장으로 지구당 깃발을 앞세운 당원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원들이 모이는 것보다도 더 기뻤던 것은 인근의 주민들과 상당수의 중·고등학생들의 입장이었는데 현재 대변인실에 근무하는 이지안 부장과 함께 행사진행을 총괄했던 필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일인지라 곳곳에서 미숙한 점이 드러나고 삐걱거리기도 하며 의도했던 바 목표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반전평화 콘서트는 그 형식 자체로 상당히 의미있는 시도였는데, 그 근간에는 대선에서의 일정한 성과 이후 당이 갖게 된 자신감과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함께 깔려 있었던 것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진보진영은 각종 통일 관련 행사와 투쟁을 벌이는데 당에서는 7월29일 임진각에서 다시 한번 독자적인 반전집회를 가지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도 대중의 관심과 당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획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자전거 대행진이었다.

일산에서 임진각까지의 짧지 않은 거리를 100여대 이상의 자전거가 당기와 반전평화의 깃발을 펄럭이며 줄지어 달리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파병반대투쟁은 이후에도 민주노동당이 기존의 보수정당들과는 확연히 다른 반전평화정당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당이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질수록, 언론을 더욱 많이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될수록 참신하고 새로운 방식의 투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도했던 기획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효과적인 투쟁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전의 방식 그대로 집회와 시위, 농성과 선전물 배포 등의 고답적인 형태로 후퇴하지 않았던가 하는 것이다. 진보진영이 늘상 주장하는 문화적 다양성은 스스로에게 먼저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조승범 민주노동당 선전편집실장  labortoday@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승범 민주노동당 선전편집실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