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여성학’이나 ‘여성운동’을 얘기하면 그 변화대상을 여성으로 생각한다. 즉, 여성운동이 여성만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양성평등사회를 위해 지구의 절반인 남성 또한 변화의 주체자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미래는 여전히 절반의 불평등한 사회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노동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운동이 여성,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등의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활동의 미래 또한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 여성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조건에서 남성조합원들의 인식변화에 따른 조직적 배려가 함께 수반되지 않는다면 여성조합원들만의 노력으로 양성평등사회는 너무 요원하다. 

여성의 임원할당제 찬성률 높아

얼마 전 한국노총은 여성조합원들의 조합활동 참여에 대한 단위노조 대표자들의 의식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여성들의 진취적 자세(30.3%)와 여성조합원에 대한 교육강화(30.8%)를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내놓았다. 여기에 대의원 및 임원할당제를 통한 조합활동의 공간을 여성들에게도 넓혀주어야 한다는 의견(32.7%)과 함께 이를 위해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임원할당제에 대해서는 당장 필요하다는 의견이 62.6%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노동조합이 현재 여성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함을 볼 수 있다. 즉, 여성문제에 대해 매우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이 26.1%에 불과하며 보통 이하가 73.9%에 달한다. 다시 말해 여성문제에 대해서는 제기되는 사안에 대처하는 정도의 활동을 펼칠 뿐 적극적인 차원에서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보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아쉬운 점은 여성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에서 ‘남성간부들의 성평등 의식 제고’는 불과 11.4%에 지나지 않아 남성들이 변화의 주체로서의 의식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여성조합원들의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하여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강화하거나 여성 스스로의 주체적 활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식을 보이는 반면 남성 스스로의 의식 전환을 통한 변화에는 수동적임을 볼 수 있다. 

남성 스스로의 의식 전환은 수동적

따라서 이번 조사의 결론중 하나는 양성평등의 노동조합 활동을 이루기 위해서 여성조합원에 대한 교육 강화와 함께 남성조합원들에 대한 ‘성평등의식 제고’ 교육 또한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양성평등교육은 여성조합원이나 여성간부들을 대상으로만 진행되며 남성조합원들에게는 노동법이나 투쟁, 조직과 관련한 교육이 일반적이며 성평등 관련 교육은 거의 없다. 현재 대부분의 노동조합 대표자나 남성이고 간부들도 거의 대부분 남성들이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조의 대표자나 간부의 가치관은 노조의 활동방향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남성조합원들이 함께 성평등의식을 높여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다면 양성평등 한 노동조합은 말로만의 공허한 외침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이 문화바꾸기를 통해 여성을 포함한 소외된 계층들과 함께 주체세력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노동조합 활동을 여성, 남성을 모두 포괄하는 양성평등한 공동체 지향적인 관점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방향으로는 우선 모든 노동조합 교육에 성평등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 두번째는 남성노동자들에게 적합한 성평등 교육안을 연구하여야 한다. 세 번째는 이를 설득력 있게 강의할 수 있는 강사풀을 조성해야 한다.

아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평등교육 인프라도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남성노동자에 대한 교육까지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일 수도 있지만 양쪽 모두를 배려하여 균형을 맞춰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불균형과 불평등은 지속될 것이다.

이제 남성노동자들을 위한 ‘남성학’이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