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전교조는 규정에 따라 28일 오전 중앙집행위원회의를 열어 박경화 수석부위원장을 위원장 권한대항으로 선임하고, 오는 30일 중집회의를 다시 열어 12월1일 연가투쟁 돌입 여부를 확정짓기로 결정했다. 박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에 선임됨에 따라 “집행부 동반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교조의 입장이다.

박경화 수석부위원장 권한대행…내년 3월 보궐선거

전교조는 28일 오전 중집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위원장 사퇴로 박경화 수석부위원장이 권한대행으로 선임됐으며, 방학 중에는 선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3월 보궐선거를 실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월 새로운 위원장이 선출되면 박 직무대행은 다시 수석부위원장으로 복귀하게 된다.


박경화 직무대행은 “전례 없는 사태를 맞았지만, 10만 조합원의 의지를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교원평가 일방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위원장 사퇴가 조직 내분의 결과로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전교조는 언제나 참교육과 학교민주화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언론은 교원평가를 막기 위해 전교조가 분열하면서까지 국민과 맞서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삼가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 직무대행의 당부에도 불구, 이날 회견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 전 위원장의 사퇴가 ‘강경투쟁’으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구신서 사무처장은 “그렇게 판단할 일은 아니”라며 “(투쟁방침에 대한) 조직적 입장은 3월 보궐선거에서 조합원들이 선택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12월1일 연가 돌입 여부는 ‘불투명’…내부동력 결집 ‘과제’

한편, 12월1일로 한차례 유보된 연가투쟁 돌입 여부와 관련해 전교조는 30일 진행될 중집회의에서 연가투쟁 돌입 여부, 날짜, 규모 등 일체의 사항을 논의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2월 중순까지 향후 투쟁사업 및 조직사업을 총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마무리 짓는 등 조직력 수습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라, 12월1일 연가 돌입은 물리적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전교조는 “연가투쟁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신서 사무처장은 “찬반투표를 통해 모아진 조합원들의 결의사항을 집행부가 임의대로 무산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구신서 사무처장은 “연가투쟁은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형태로 계획돼 있으나, 30일 회의를 거쳐 참석규모를 축소해 일부만 참여하는 형식으로 연가투쟁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원평가 저지투쟁 ‘기존 방침대로’…“강경노선 선회 아니다”

한편, 26일 대의원대회에서 위원장 발의안과 함께 병렬심의된 대의원 발의안 역시 부결됨에 따라, 전교조는 지난 9월에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대안을 제시하며 투쟁한다’는 방침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26일 제출된 대의원 발의안은 ‘교원평가 완전폐지를 목표로 투쟁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의원 안조차 부결됨에 따라, 전교조는 사실상 26일 대대에서 위원장이 사퇴한 것을 제외하고는 교원평가 투쟁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전술 부재’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대해 한만중 대변인은 “대의원대회에서 두 가지 안 모두 부결된 것에서 보여지듯, ‘강경노선 선회’라는 판단은 옳지 않다”며 “기존의 방침(9월 대회 결정사항)에 따라, 교원평가 시범운영 과정에서 발생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알리고, 내년 8월로 예정된 교원평가 제도화를 저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무엇보다 중요한 것 단결"
이수일 위원장 사퇴…"조합원들 '참교육' 충실해달라"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결입니다.” 이수일 전교조 전 위원장은 28일 오전 전교조 회의실에서 위원장직 사퇴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결정은 조직의 민주주의에 충실하고 서로가 함께 하는 전교조의 아름다운 전통에 보내는 진정한 존경과 사랑의 표시”라며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 배경에는 위원장직 사퇴 결정이 전교조 내 정파갈등의 결과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위원장은 또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참교육이 실현될 수는 없다”며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하는 참교육실천보고대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기본 과제”라며 조합원들에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직사업에 충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국민과 정부에 대한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교원평가’에 대한 국민여론에 대해 “교원평가를 도입해야한다는 국민 다수의 질책에는 교육현실을 바꾸어 달라는 열망이 배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전교조는 참교육 실천활동과 학교혁신 사업을 통해 학교를 바꾸고 교사 스스로를 개혁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국민들이 교육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를 향해 “교원평가 시범실시 이후 학교 현장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제라도 시범실시를 중단하고, 교원평가 제도에 대한 재논의를 거쳐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다시 박수 받는 전교조를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11대 위원장에 당선, 취임 11개월만에 사퇴를 표명한 이수일 전 위원장은 지난 90년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및 조사통계국장을 시작으로, 사무처장, 부위원장, 해직교사 원상회복추진위원장,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장,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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