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 행진을 하려던 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노조(위원장 임세병) 조합원 및 집회 참가자 72명이 전원 연행된 가운데, 23일 상급단체인 공공연맹과 산비노조 지원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잇달아 열고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했다.<사진>

산비노조 조합원과 연대단체 참여자들은 지난 22일 오후 4시30분께부터 '비정규직 철폐, 일방적 조직개편 저지를 위한 규탄대회'를 가졌다. 이후 조합원들은 온몸에 쇠사슬과 밧줄을 묶고 국회까지 행진을 하려 했으나 경찰들의 진압으로 조합원 69명과 강성철 전국해고자복지투쟁위원회 연대사업국장, 이정호 서울대 학생 등 72명이 성동경찰서, 강서경찰서 등 14개 경찰서로 분산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한 조합원은 방패에 머리가 찢겨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 봉합수술을 받았으며, 쇼크로 실신, 어깨 부상 등을 입은 조합원들도 있었다. 또 임 위원장도 허리 부상으로 병원으로 옮겨 응급처치를 받고 퇴원하는 등 경찰의 강경 대응에 의한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공공연맹과 산비노조 지원대책위원회는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산비노조 조합원들은 직업교육의 사회공공성을 훼손하고, 8년 가까이 공단에서 정규직과 똑같이 일해 온 비정규노동자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공단 개편에 항의하기 위해 평화롭게 국회 앞으로 이동하고 있었다"며 "경찰은 이를 폭력적으로 저지하고 이에 항의하는 산비노조 조합원들과 연대온 동지들을 방패로 휘둘러 이마가 찢어지고, 여성 조합원들을 실신케 하는 등 폭력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또 "노무현 정권은 폭력적으로 강제 연행된 산비노조 조합원들과 이에 정당하게 항의하던 전해투 해고자와 학생 동지 모두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며 "또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한 졸속적인 공단 구조개편 법안을 철회하고, 공단의 비정규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강욱 민주노총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농민들에게 지금 쌀개방 저지가 가장 큰 화두라면 노동자들에게는 비정규직 문제가 그와 같은 문제"라며 "정부에서 비정규직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노동부의 산하기관인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의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비정규직의 굴레를 사슬을 통해 재연한 산비노조 조합원들을 강제 진압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진행된 규탄집회에서 임세병 위원장은 "어제 온몸을 쇠사슬과 밧줄로 묶은 이유는 빠져나갈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고, 오히려 더 조여만 드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 조차도 무자비한 군홧발과 곤봉, 방패로 화답한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비정규직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철도와 통신을 민영화 하더니 이제는 산업인력공단법 개편을 통해 직업 훈련까지 난도질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고 외치는 사람들을 진압하는 등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며 "이후 우리 학생들과 자녀들은 '차라리 죽겠다'고 말하지 않도록, 비정규직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살기위해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권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의장도 "검찰과 경찰, 노동부,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노동자들에게 해준 것은 무수한 연행과 해고, 천문학적 액수의 손배가압류가 전부"라며 "그럼에도 그 더러운 손으로 비정규직의 권리보호를 외치는 정부에 결사항쟁을 통해 반드시 정권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비정규직의 권리를 찾겠다"고 밝혔다.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2시 종묘에서 열린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결합했다.

한편 22일 산비노조 집회 참가자 72명의 강제연행과 관련, 공공연맹과 산비노조 지원대책위, 사회당 등 경찰의 폭력연행을 규탄하는 성명서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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