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텍공대위, 금속산업연맹이 주축이 돼 하이텍 정신질환 산재인정과 근로복지공단 개혁을 촉구하며 지난 2~14일 12일간 20여명의 활동가들이 안산, 인천, 광주, 전북, 충남 충북 울산 부산 대구 등 총 9곳을 대상으로 전국순회투쟁을 했다. 더 이상 하이텍 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국적 투쟁을 통해 근로복지공단과 산재보험제도 개혁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순회투쟁단에서 12일간의 투쟁의 성과와 과제를 담은 <기고>를 보내왔다. <편집자주> 


지난 11월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순회투쟁을 진행하였다. 순회투쟁의 명칭은 노동자 건강권 쟁취 순회투쟁단. 20명의 동지들이 12일 간의 전국 순회투쟁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그리고 설령 일터에서 다치더라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이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160일이 넘는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목숨을 건 45일간의 단식이 진행되어도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자탄압에만 혈안이 된 근로복지공단의 작태는 비단 하이텍 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노동자탄압의 선봉장이 된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의 실태를 폭로하고, 함께 투쟁할 것을 호소하기 위해 12일간의 쉽지 않은 순회투쟁을 결심하게 되었고, 우리는 전국에서 벌어지는 근로복지공단의 만행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12일간의 전국 순회투쟁을 시작하다

누군가 이렇게 반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프면 치료 받는 게 당연한데 그런 것 갖고 순회투쟁까지 하나?”라고 반문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노동자들의 건강권 현실은 너무나도 참담하다. 하루에 10명, 일년이면 3,000명의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고 9만 명의 노동자가 노동재해로 쓰러져 가고 있다. 이것은 노동부의 공식적인 통계이다. 현장에서 은폐되고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하지 않았던 직업병까지 더하면 일년에 30만 건이 넘는 노동재해가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세월이 20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요즘은 애완동물이 아파도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사람이 아픈데,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자본과 정권은 산재노동자에게 치료받을 권리마저도 박탈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광풍 속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다.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시작이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확산이었다면 그 결과물은 우리노동자들의 건강권 훼손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는 지사장 면담을 하고자 들어간 순회투쟁단에게 전경들을 앞세워 근로복지공단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틀어막았다. 결국 대표단을 구성해 면담을 들어갔을 때에는 지사내부 곳곳에 CCTV가 20대가 넘게 설치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회의실, 지사장실은 물론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공간에도 치밀하게 CCTV를 설치해놓았다. 아마도 공단은 민원인인 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며 감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을 것이다. 지사장실에서 면담을 할 때 동지들이 CCTV를 가리자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왜 가리느냐?” “여기가 당신네들 집이냐?” 라는 막말을 해댔다. 이날 면담에는 공단에서 수술치료를 승인해놓고, 번복해서 불승인 처분하는 기가 막힌 피해사례를 가지고 지사장에게 강력항의 했지만, 지사장은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할 뿐 전혀 미안한 태도가 아니었다. 면담단이 들어갈 때부터 1시간여에 걸친 면담이 끝날 때까지 공단 직원 거의 전부가 우르르 몰려와서 마치 면담단이 폭력배라도 되는 양 감시하고, 오가는 것조차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근로복지공단 경직된 태도는 여전해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는 많은 민원인이 찾아오는 월요일 오전임에도 순회투쟁단의 출입을 막기 위해 아예 셔터문을 내리고 힘겹게 찾아온 산재노동자들을 돌려보내는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날 폭력경찰의 과잉진압으로 3명의 동지가 연행되었으나 경찰도 딱히 연행명분이 없는지라 연행 동지를 태운 채 주변을 빙빙 돌다가 결국 풀어주는 일도 벌어졌다. 순회투쟁단의 요구에 동지들 앞에 나와 ‘산재보상보험법을 준수할 것’을 약속한 지사장과 보상부장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그날의 투쟁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탓이지 근로복지공단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한 동지가 공단 내부 규정이 산재보상보험법과 어긋나지 않냐고 따져 묻자 황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린 보상부장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었다.

노동부의 안전점검이 있었던 바로 다음날 산재사고로 사망한 두산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몸을 가누지도 못해 100미터 거리의 화장실을 가는데도 1시간이 걸리는 노동자에게 ‘그래도 화장실을 갈 수 있지 않냐’며 입원치료를 종결시킨 근로복지공단,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으며 돈을 벌기 위해 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을 허위로 진행하는 대한산업보건협회, 이것이 지금도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렇게 노동자의 건강권은 파괴되어 가고 있다.

‘근골격계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요양업무 처리지침’ ‘집단민원대응요령’ 이라는 3가지 개악규정과 지침으로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개악에 앞서서 이미 산재승인 줄이기·산재노동자 범죄자 만들기·산재치료 조기종결강요를 전국에 걸쳐 공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치밀한 계획 속에 차근차근 2006년초 산재보험개악을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치밀한 탄압과 공세 속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순회투쟁단이 전국을 돌면서 또 하나 확인한 것은 전국 어느 곳에서나 힘겹게, 하지만 굽힘없이 진행되고 있는 장기투쟁들이었다.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수많은 동지들과의 연대를 거듭하면서 노동자건강권쟁취 투쟁, 민주노조 사수 투쟁은 따로 떨어져서 진행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 각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힘겨운 투쟁들은 결국 자본의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요, 이는 구조조정, 노조탄압, 그리고 건강권 파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하나의 맥락인 것이다. 이 투쟁들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노무현 정권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순회투쟁단, 그리고 함께 했던 동지들이 공유한 문제인식이었다. 

노동자 하나 돼 건강권 쟁취 투쟁해야

우리 노동자들에게 건강하게 일 할 권리, 아프고 다치면 치료받을 권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조운동 진영에서는 노동안전의 문제가 특수 영역의 투쟁, 전문가들이 하는 투쟁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하지만 노동안전의 문제가 전문가의 몫이 있겠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역할이 크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문제, 그리고 비정규직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신자유주의 광풍의 시작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와 비정규직의 확산이었다면 참담한 결과물은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 그리고 골병 들어가는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과 정권에 대항한 투쟁, 그리고 살맛나는 일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투쟁 그리고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에 노동자들의 건강권 쟁취투쟁이 함께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의 일상투쟁이 될 수 있는 노동안전보건이라는 무기를 현장의 노동자들이 손에 쥐고 비정규직 투쟁뿐만 아니라 전체노동자의 건강권 쟁취투쟁에 현장의 노동자들이 전선을 형성하고 나서야 할 때가 왔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자본과 정권은 산재보험을 개악하려는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

산재보험 개악분쇄투쟁과 전체 민주노조사수투쟁이 따로 가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제 각 지역 장기투쟁사업장, 그리고 사안별 투쟁을 하나로 묶어서 함께 투쟁할 때만이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꼭 승리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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