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초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서울 등지에서 쫓겨나 몰려들면서 생긴 도시가 바로 성남이다. 산비탈이건 개울가건 가리지 않고 세워지기 시작한 천막이 집이 되어 이제는 100만을 눈 앞에 둔 도시로 발전하였다. 자연 도시로서의 기능을 갖추지 못하였고 도시발전은 낙후함을 면치 못하였다. 성남시민들은 정부로부터 철저히 소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분당의 개발은 도시민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케 하였다. 흔히 세간에서 말하는 야당성향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90년 이후 분당을 제외한 수정, 중원지역에서 야당후보가 늘 국회의원이 되었고 특정 지역출신임을 항상 내세우곤 하였다.

지난 선거가 준 교훈

그런 성남시민들이었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였다. 1996년 총선, 무소속 정형주 후보의 출마 당시, 선거를 준비하면서 북한동포돕기 쌀모으기운동을 통해 약 5만가구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여, 1만2천가구에서 쌀을 받아내는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8.7% 득표에 그쳤다. 2000년 총선에서는 실직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직가정 자녀들을 위한 방과후 학습지도와 무료급식’을 해주는 푸른학교를 통해 후보의 이미지를 알려나가면서 21.4%라는 득표를 만들어 냈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두번의 선거는 왕성한 지역활동으로 만들어진 나름대로의 지지기반과 토대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지역의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50년 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기득권세력을 뛰어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었음을 그대로 드러내 주었다.

아무리 왕성한 지역활동을 전개한다 하더라도 기득권세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조직된 대중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결코 선거에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두 번의 선거가 준 교훈이었다.

후원회원 2만명…득표 2만2천

그래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우리는 정형주후원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지역활동의 성과를 후원회원으로 조직하였고, 심지어 길에서도 후원회원을 모집하여(20%의 지지라면 길에서 만난 10명 중 1~2명은 받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2만명의 후원회원을 모집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 우리의 지지자를 결속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직화된 대중이 아닌 후원회원이라는 결속력으로도 2만2천여표를 획득하였고 비록 당선되진 않았지만 2만 후원회원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된 셈이다.

지난기간의 선거는 왕성한 지역활동을 통해 당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선으로까지 가기 위해서는 지역 활동의 성과를 반드시 조직으로 남겨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2006년 지방선거는 성남지역 집권을 위한 시험대

2006년은 민주노동당에게 있어 실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26 재보궐선거에서의 패배는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었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는가에 따라서 당의 진로는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재 민중들은 전국 곳곳에서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농민들은 쌀 수입개방에 맞서 자식처럼 소중히 길러낸 쌀을 불태우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철폐를 위해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의 심화로 갈수록 민중들의 삶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은 이를 구원할 정치세력으로 자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진보정당에 기대를 걸었던 민중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에서 진보정당은 더욱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민중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성남에서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지역보다 지역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성과가 있지만 최근 들어 정체와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임에도 우리는 결코 쉬거나 멈출 수 없기에 2006년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선거에서 보내주었던 성남시민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남아 있고 이를 조직화하는 데 전 간부들이 하나같이 나선다면 지금의 시련은 능히 극복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 어떤 외풍에도 흔들림없이 당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은 조직된 대중에게서 나온다는 교훈을 중심으로 남은 6개월을 대중운동을 통한 지지기반 확대와 조직화에 힘쓴다면 2006년 지방선거를 민주노동당의 집권능력을 당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10만의 지지자를 돌파하자

흔히들 선거에서의 목표를 이야기하라면 당선이라고 하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몇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성남에서의 필승전략은 득표 목표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득표 목표는 부차적인 것이 되어 있다. 그것은 10만 지지자 돌파라는 원대한 포부가 있기 때문이다.

성남중원에서의 2만 후원회원과 수정,분당의 지지자명단을 합하면 약 4만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6만의 지지자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10년의 성과를 단 6개월만에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그것은 후보들의 결의와 조직된 대중들의 힘에 달려 있다. 후보들이 6만 후원회원 모집사업의 선두에서 전체 당원들을 이끌어 가고 당 간부들은 산악회, 축구회, 중소상공인회, 노인회, 장애인조직, 실업대책위원회, 사랑의 봉사단(가칭), 노점상조직등의 대중조직을 책임지면서 이런 대중조직에 망라되어 있는 광범위한 대중들을 발동한다면 10년의 성과를 단 6개월만에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조직된 대중의 위력은 지난 지역운동의 경험에서도 충분히 입증된 바가 있고 이를 최대한 살려나간다면 민주노동당만이 가진 실천력으로 기득권정당들의 조직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노인 한 분이 200명이 넘는 후원회원을 모집해 주셨고, 한 친목계에서 500명이 넘는 지지자 명단을 적어 주신 것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대중조직 건설과 10만의 지지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몇명의 의원을 배출했는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표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이다. 지역을 집권하는 길에 10만의 지지자와 함께 한다면 못 해낼 것이 없다. 그것이 조직된 대중들로 만들어 진다면 필승불패의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분명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후보들과 당 간부들의 높은 결의와 헌신적인 노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간부들을 믿고 당원들을 믿고 성남시민들을 만난다면 기적은 이루어진다. 10만의 지지자로 2006년 지방선거 승리하자.

민주노동당 활동의 몇가지 제언

울산북구에서의 패배,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비리사건, 당내 정파 갈등…. 민주노동당에게 산적한 현안은 그리 만만치 않다.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을 안고 치러야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위원회 또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자칫하면 지난 십수년간 피땀 흘리며 쌓아왔던 진보정치의 탑이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17대 총선 이후 15%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던 민주노동당이 지금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10명의 국회의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고 전국 곳곳에서 민중들이 투쟁하는 곳에는 언제나 민주노동당의 깃발이 휘날렸건만 지금이 현실은 이를 인정해 주기보다 민주노동당에 걸었던 기대에 실망하는 민중들의 날카로운 비판만이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변명을 하고 있을 처지는 아니라 생각한다.

보다 더 냉철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10명의 국회의원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객관을 인정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 서민의 대변인으로서 무엇을 해 놓았는가, 진보정당으로서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얼마만큼의 변화를 이루어 놓았는가, 진성당원을 가진 정당으로서 당원들을 당의 주인으로 세워가고 있는가 차분하게 자기 성찰을 해야 할 때인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비상대책위에 바란다. 민중들이 민주노동당에 던지는 질책은 비난이 아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무능함과 진보적 가치 생산의 나태함을 지적하는 애정어린 비판이라 생각하기에 지금이라도 진보정당 건설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민중을 위해 헌신하자’는 기치를 확고히 세우고 매진한다면 다가오는 2006년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민중들이 보내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여 현재 민중들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과 투쟁을 통해 당내의 단결을 선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단결만이 살길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당원들이 당내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분회 활성화는 당원들의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인 것만큼 전당적인 분회쇄신운동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득권 정치세력과 차별되는 진보적 정책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생산하고 대중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여기에 지역위원회가 지역에서의 대중운동을 헌신적으로 벌여낸다면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전환점이 마련될 뿐아니라 진보정치의 정당성과 집권의 가능성을 민중들의 가슴속에 심어놓게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간부들이 앞장서서 현실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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