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APEC 정상회의 공식만찬에서 부산자랑을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 노 대통령은 “부산은 내가 공부하고 정치를 시작한 곳”이라고 소개하며 “지구촌 사람 누구나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될 수 있어 APEC의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만나서 대화하면 이해가 깊어지고 신뢰가 쌓여 없던 길도 열리고, 보이지 않던 희망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 전통궁중요리를 대접하며 노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지구촌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이라고 부산 자랑에 열을 올리던 그 시각, 각국 반세계화단체들이 참가한 반아펙 시위대는 만찬장인 벡스코를 1km 앞에 두고 경찰로부터 푸짐한 물대포 대접을 받고 있었죠.

- 친구도 친구 나름인가 보네요. “대화하면 없던 길도 열리고, 보이지 않던 희망도 만들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거리의 노동자, 농민, 빈민, 반세계화 단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가 봅니다.

“아박만 챙겨주다가는…”

- 이번 부산 APEC 회의에서도 민중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았다죠?

- 네. 각국 정상들이 입은 옷과 먹은 음식, 묵은 숙소, 타고 다니는 차 등은 아주 상세히, 그것도 치열한 경쟁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반APEC 진영의 목소리는 ‘유혈충돌 여부’에만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오히려 경찰이 어떻게 컨테이너를 이용해 이들을 꽁꽁 묶어놓았는지가 더 비중있게 다뤄지기도 했는데요.

- 소외된 건 언론보도에서만이 아니죠?

- 네. 각국 정상들은 ‘부산선언’을 통해 기업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애로사항을 고쳐주는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목소리의 접근 자체를 거부당한 소외계층과는 큰 대조를 보였습니다. 이번 ‘부산선언’에서는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 이른바 아박(ABAC)의 권고에 귀를 기울이고 업계와의 지속협력 약속을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절대다수 중산층과 빈곤층의 표를 얻어 당선된 각국 정상들이 다수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소수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다간 언젠가 큰 코 다칠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보무도 당당, 노조행진 참여한 노숙자

- 20일 서울역 광장 앞에 굉장한 인파가 모였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일인가요?

- 네. 20일 철도노조가 2005 정기단협 투쟁 승리를 위한 철도노동자 2차 총력결의대회를 가졌는데요. 노조 당초 예상의 2배가 넘는 6,500여명이라는 조합원이 참석해 그 넓은 서울역 광장을 꽉꽉 메웠다고 합니다.

- 지난달 29일 대학로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1차 총력결의대회에도 5,000여명이 모였는데 날이 갈수록 숫자가 늘어가는군요. 서울역 광장은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라 재미있는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 네. 서울역 광장에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노숙자들이 많은데요. 보통 무관심하거나 관심을 갖고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또는 항의하거나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날은 노조에 적극 가담하는 사람이 나타났답니다.

- 그 사람은 어디서 구했는지 철도의 몸자보까지 쓰고, 모자에 철도단협투쟁 승리라는 머리띠까지 묶고 나타나 지나가는 철도노조 관계자들에게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요. 마지막 거리행진 때는 철도노조의 대정부 10대 요구안의 한 귀퉁이를 잡고 당당히 행진에도 합류했습니다.

'구설수'도 역동성

- 권영길 민주노동당 임시대표가 지난 19일 저녁 당 정책위원회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의례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두시간 넘게 쓴소리와 혁신방안들이 오고갔다고 전해집니다. 권 대표는 정책위 각 정조별 간담회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 원외 시절부터 정책위에서 일해온 한 당직자는 “권 대표가 당직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일에 적극적인 사람이 아닌데, 비대위를 맡고 난 후부터 발 빠르게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백가쟁명’의 시기에 지도자가 다양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우선 박수를 쳐야겠지요. 다만, 권 대표의 행보에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붙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사실, 민주노동당에서 '정치인'의 행보에 해석과 추측이 따라다니며, 향후에 미칠 정치적 영향을 계산하는 것도 오랜만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의견을 구하는’ 권영길 대표의 행보가 민주노동당이 잃었던 활력을 되찾는 한 과정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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