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는 매년 10월30일을 기준으로 사무보조원의 근무성적을 평가하고 있다. 현재 한창 평가작업이 진행 중이다. 직무수행능력과 책임성, 직무수행태도를 각각 60점, 20점, 20점으로 해서 A~E까지 5개 등급으로 구분해 평가한다. 한 항목에서라도 E등급을 받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 업무수행능력 부족이나 업무 태만, 예산 감축 등으로 고용조정이 필요할 경우에도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국회사무처 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부처에서 ‘사무보조원 운용지침’에 의해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현재 근무성적 평가 불량 등으로 계약이 해지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은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민간업체에 비추어 보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17일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재계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지만, 언제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고, 자신이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와 예산정책처에는 이 같은 ‘사무보조원’뿐만 아니라 ‘일용직’, ‘용역직’이라는 이름을 가진 비정규직 노동자가 3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정규직 공무원의 보조 업무를 맡거나 청소, 조경 등을 맡고 있다.<표 참조>

국회 사무처, 예산정책처 비정규직 현황2005년 8월 현재
근무처인원담당업무업무 상시성계약형태
총무과4기자실 보조상시사무보조원
시설관리과 1제헌회관상시일용직
기획편성담당관실1영상자료 복사상시일용직
2 방송운행상시파견근로
방송제작담당관실 5촬영보조상시일용직
방송기술담당관실3회의장 관리 등한시파견근로
의정연수과 1어린이국회한시일용직
기록보존소4국회사 원고작성한시일용직
회계과 1경리계한시일용직
정무위원회1사무보조한시일용직
국제기구과 2업무보조한시일용직
속기1과2회의록 부록입력한시일용직
시설관리과 24조경, 원예한시(계절)일용직
126청소용역대행(IBS)상시용역
설비과 142시설관리대행(한일흥산)상시용역
경위과4X-Ray 검색요원상시일용/용역
예산정책처 21사무보조상시사무보조원

이들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비정규직은 ‘상시’ 노동자들이다. 공무원이 하던 일을 똑같이 하는데도,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공무원들과 차별을 받고 있다.

국회사무처 총무과는 기자실에 4명의 사무보조원을 배치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기자휴게실의 음료대를 관리하는 등 기자들의 ‘뒷바라지’이다. 이 자리에는 몇년전만 해도 정규직 공무원들이 배치됐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기자들 뒤치다꺼리나 하려고 공무원 됐냐”고 불만을 제기하자, 사무처가 이들 대신 일용 용역직을 채용해 이 자리를 채웠다. 정규직 자리를 비정규직이 차지한 경우이다. 총무과 관계자는 “업무의 특성상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는 이러한 사무보조원이 21명이 1년 단위로 2~3차례 계약을 갱신하며 일하고 있다. 공무원들과 달리 ‘지침’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사무보조원들의 월 급여는 110~120만원 선이다. 연봉으로 지급하며 초과근무수당은 없다.

국회의사당 민원인 출입구에서 일하는 4명의 X레이 수하물 검색 요원들의 고용형태는 특이하다. 똑같은 사람이 일하는데 이들의 신분이 몇달 간격으로 변했다. 지난해 1월부터 6월말까지는 일용직 신분이었고, 7월부터 12월말까지는 용역계약직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1월부터 2월말까지는 일용직이었고 3월부터 10월말까지는 용역계약직 신분이었다.

이들이 소속된 경위과 관계자는 “X레이 검색기를 도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 일을 하려면 방사선 판독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공무원들은 그런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못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들인 이들의 임금은 월 평균 110만원선이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국정감사 지적이 나오자 국회는 이들을 내년부터 ‘사무보조원’으로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1,800만원 증액했다. 심 의원은 국감에서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경위과 관계자는 “사무보조원으로 바뀌면 현재보다 급여나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와 공무원노조 국회본부는 현재 진행 중인 단체교섭에서 비정규직 해소를 단체협약 요구사항에 포함시켰다. △국회 내에서 상시적이고 계속적인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상시 계속 업무에 더 이상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말 것을 사무처에 요구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 당사자의 고용불안도 문제지만 업무효율성도 떨어진다”며 상시 계속업무의 비정규직 고용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무처는 보조 업무의 비정규직 고용이 정부 방침이라며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