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직업전문학교와 기능대학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24개의 직업전문학교와 21개의 기능대학 등 모두 45개 기관을 7개의 권역별 대학 체제로 통폐합 한다. 이렇게 되면 45개 기관이 7개의 대학 본교를 포함한 31개의 캠퍼스 체제로 바뀐다.

기관의 통폐합 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인력공단은 평생능력개발 지원이나 자격검정관리 등을 맡고, 기능대학은 평생직업능력개발 교육 등을 맡는다. 이는 노동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공공훈련 인프라 혁신방안’이다. 노동부가 이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급격한 기술변화에 따라 평생학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간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직업전문학교 입학생이 줄었고, 수료생들도 취업을 위해 다시 전문대 등으로 진학해 온 실정을 감안하면 정부의 혁신방안은 타당성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 ‘타당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곳곳에서 항의와 반발이 일고 있다.

기능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지자체들의 반대도 거세다.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노동자들도 천막농성에 들어갔고, 24일부터 파업투쟁을 벌이겠다고 한다. 기능대 교수와 학생들의 불만은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지역민 교육훈련 기회의 감소나 상권 축소, 대학 폐교에 따른 도시 이미지 추락 등을 걱정한다. 이들은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해소될 성질의 ‘반발’들이다.

정작 문제는 산업인력공단의 노동자들이다.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노조(산비노조) 조합원 170여명 가운데 150여명이 직업전문학교 교사들이고, 20여명이 상담사들인데, 이번 통폐합으로 이들이 ‘대량집단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한다. 현재까지 이들에게 ‘혁신방안’은 ‘실업자가 될 수 있는 끔찍한 방안’이고, 법안의 국회통과는 ‘해고통보’와 마찬가지로 통한다.

그런데 노동부는 ‘혁신방안’을 준비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승계나 정규직화는 사전 검토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저 “농성천막을 치워라!”, “장관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하는 식으로만 나왔지, 생존권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늘 이런 식이었다. 공공기관을 이전한다고 하면서도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뒷전이었다. ‘비정규직 보호입법’을 해야 한다고 틈만 나면 강조하는 노동부조차 정책 입안단계에서부터 비정규 노동자 대책은 생각조차 않는데, 다른 정부부처, 아니 기업의 경우는 말해본들 뭣하랴.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 노동부는 혹시 자신들이, 자신들의 탁상공론식 사업행태가 ‘혁신’ 대상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에서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노동자들도 천막농성에 들어갔고, 24일부터 파업투쟁을 벌이겠다고 한다”를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노동자들도 지난달 24일부터 파업투쟁에 들어갔다”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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