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로부터 해고가 부당하다는 승소판정문을 송달받고 단 1분이라도 빨리 의뢰인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 서둘러 전화를 걸 때의 그 기분이란.

그 순간 일의 보람이랄까, 이런 걸 잠시나마 느낀다. ‘그래 정말 참 잘 됐어’ 흐뭇해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며칠 뒤, ‘회사가 복직하라고 해서 출근했더니 일은 안주고 사무실에 앉혀놓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합니다. 이런 상태로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그 갑갑함이란…. 사건을 졌을 때보다도 더한 갑갑함이다. 

복직명령 받았어도 또다시 해고

최근 행정법원은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사용자로부터 복직명령을 받고 출근하였으나 사용자가 업무를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출근하지 않고 생계를 위해 타 회사로 출근한 것을 이유로 해고된 사건에 대해 이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하였다.(2005.7.14, 서울행법2004구합35745)

상황은 이렇다. 노동자 갑이 복직명령을 받고 정작 출근하여보니, 그동안 아파트 관리소장이었던 노동자 갑을 대신해 관리소장이 새로 채용되어 관리소장 업무를 하고 있는 상태였고, 갑에게는 아무런 업무도 주지 않은 채 당초 근무하던 관리소장실이 아닌 회의실(이곳은 주로 임원들의 회의장소로 이용되는 곳으로서 탁자와 의자만이 있고 책상은 없다고 한다)에 있으라고 하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자 갑은 이건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 그때부터 출근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사용자는 노동자 갑이 무단결근을 하고 이중취업을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또 다시 해고하였던 것이다.

이에 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해고되었던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해고 이후 복직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자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종전의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이는 사용자의 고유 권한인 경영권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므로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우 복직 근로자가 위와 같은 복직을 거부하면서 계속 결근한 행위는 무단결근에 해당할 것이나(대법원 1997.5.16, 선고96다47074판결) 사용자가 복직 근로자와 업무의 분장관계에 관하여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도 아니하고 또한 그에게 합당한 일을 시키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와 달리 보아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 경우 노동자 갑에게 형식적으로 복귀명령을 하였으나 그 후속조치로서 그에 상응하는 업무를 부여하지 않아 노동자 갑이 출근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무단결근하였다고 할 수 없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회사에 근무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참작할 사유가 있다며 이를 이유로 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하였던 것이다. 

노동위 취지 무색케 하는 사용자 권한 남용

사용자가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하여 원상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위원회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이런 행태에 대해 일침을 가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위 사례의 경우 사용자는 관리소장직을 담당하고 있었던 노동자 갑의 자리에 이미 새로 관리소장이 부임해 있기 때문에 2명이 관리소장을 둘 수 없는 사정에 대해 강변하였으나 재판부는 그렇다하더라도 갑에게 합당한 업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해고된 이후 그 자리에 새로운 인원이 충원된 경우 무조건 이를 이유로 복직된 해고자에게 정상적인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 일이 다반사인 실태에 비추어 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된 근무조건으로 복직시킨 경우 정상적으로 복직시킨 것으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근기 68207-1646, 2001.5.21) 이 또한 원상회복이라는 제도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이번 판결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시킨 사용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의 취지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통해 그간 깨졌던 노사간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 노력해야지, 유형, 무형의 불이익을 주어 또 다시 사업장에서 추출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자신이 인사권한이라며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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