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과 10일 이틀간 연이어 민주노총 10주년 그리고 전태일 35주기, 민주노동운동 35년을 맞아 각각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여성노동자운동에 관한 주제로 토론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열띤 논쟁과 토론이 진행되었다. 여성노동자 문제에 여성학자들 그리고 여성활동가, 여성노동조합 위원장 등 현장에서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참석한 만큼 토론 내용도 풍부하였고 여성노동운동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방향제시의 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체 토론의 화두는 “여성친화적 노동조합운동” 이었다고 본다. 

민주노조 역사에서 사라진 여성노동자

민주노조운동 35년 그리고 민주노총 10주년의 역사 속에서 여성노동운동을 평가 할 때 여성노동운동이 건강하게 살아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였다. 그리고 여성노동운동의 현실은 우울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는 진단이 충분히 나올 만 하였다. 노동운동은 비교적으로 발전하였는데 여성노동자의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참석한 사람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라서 여성노동자는 역사에서 물론 현실 노동운동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인가? 여성노동운동이 노동운동에서 배제되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요인에 대해 냉정한 진단과 여성노동자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사회의 약자를 가장 우선 과제에 두어야 할 노동운동이 여성을 남성과 같은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고 이차적 노동자로 간주하고 전체노동자문제가 해결되면 여성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 될 거라는 계급우선 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때 박정희개발독재 시절 “선 개발 후 분배” 논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정권은 60~70년대 여성노동자들을 착취만 했지 그 대가는 지불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예로 민주노운동의 전신인 70~80년대 여성노동운동이 남성중심의 노동운동에서 역사적으로 철저하게 거부되어왔기 때문에 민주노동운동의 정신이 올바르게 계승되어지지 않고 여성노동운동이 왜곡되고 있는 원인이다. 그 결과로 현재의 노동운동은 대공장 그리고 사무직, 남성노동자 중심이 되어 노동시장의 주변화 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즉 다수가 여성노동자들임에도 이들이 실천노동운동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노동운동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들과 무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노동운동의 미래는 더욱 심각할뿐더러 불투명하다는 것이 자명하다. 토론의 결론은 노동운동에서 여성노동문제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여성독자적노동조합으로 나가야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아무튼, 여성독자적인 노동운동을 위하고, 전체 한국노동운의 미래를 위해서도 여성노동자를 노동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내야 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남성중심적 노동조합 문화부터 바뀌어야

1천만(신경아)이 넘는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고, 그중 600만(나지현)이 비정규 여성노동자로 노동조합이 조직해야 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여성노조에 가입해 있는 여성노동자 조직률은 대단히 미미하다. 여성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거나 가입해야 할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의 노력은 무엇이 부족했으며, 보완되어야 할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 첫 번째로 여성친화적노동운동의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여성친화적 노동운동접근방식은 어떤 것이 되어야하나?

우선 현재 남성중심의 노동조합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은 진보를 향해 운동하는 의식이 깨어 있는 집단이다. 하지만 노동조합 내에서 여성을 동등한 노동자이기 보다는 운동의 보조자로 간주되어 온 것을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노동자라, 동지라는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여성을 바라보는 기존의 사고의 전환이 여성친화적인 노동조합운동의 시작이다. 전태일의 고통도 어린 여성노동자의 고통이 자신의 것으로 생각되면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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