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노동자인 A씨는 비정규직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었다. A씨는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었고 매년 12월31일 근로계약을 갱신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A씨가 속한 노동조합은 8월1일을 기해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목표로 하는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같은 해 9월30일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격해지자 핵심적인 조합 활동가들을 선별하여 이들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한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취업규칙에 정해진 사내재심 절차를 밟았으나 사용자는 원심결정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고, 더 이상 인사위원회를 통해 해고를 정상화 할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된 A씨는 제척기간 중인 11월30일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듬해 2월 중순경에 개최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사용자는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되어 구제의 실익이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근로계약 종료됐다며 구제신청 각하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명령 당시 근로자가 적법한 근로관계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근로자에 대해 구제명령을 내린다 하더라도 매년 12월31일 갱신되던 근로계약기간이 이미 종료되어 구제명령을 내린다 하더라도 그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에서나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를 다투는 경우 쟁송과정에서 양 당사자의 주장을 들은 심판부는 부당해고 등을 인정하거나 혹은 기각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그 결정 중 이를 각하시키는 경우가 있다. 각하란 신청된 구제의 내용이 당사자의 사망, 원직복직 등으로 인해 실현될 수 없거나 혹은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못하여 그 행위의 정부당성 자체를 판단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다. 그런데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사건이 각하될 수 있다.

노동위원회 규칙 제29조는 여러 가지 각하의 사유를 “신청하는 구제의 내용이 법령상 또는 사실상 실현할 수 없거나 신청의 이익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제4호)라고 정의하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근로계약기간이지만 형식상으로는 그 기간 동안 근로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부당해고를 판단할 당시 이미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한다면 복직이라는 명령자체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 이와 같이 판단되곤 한다.

다만 일부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보면, 복직 자체는 명령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부당해고가 명백하다면 임금상당액의 지급에 대해서는 명령할 수 있다면서 복직명령 없이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임금상당액 지급명령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법적 다투는 기간은 계약기간서 빼야

통상 기간제 노동자의 사건은 반복갱신 횟수, 계약직 사용의 진정한 이유, 당사자간에 계약갱신에 대한 신의칙이 형성되어 있는지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되므로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면밀하게 대응하여야 하겠지만 때로는 위와 같은 이유로 각하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기간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봉쇄하기 위해 사용자가 악의적으로 위의 각하제도를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은 비정규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의 가입을 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한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제 고용 노동자의 50%를 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당수가 계약직 노동자들인 현실에서 법률적으로 해고를 다투는 기간 동안 계약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해고의 부당성 자체를 판단해 볼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법적 구제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보완도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입법적 노력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간제 노동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기간제 근로자가 해고되더라도 노동자가 이를 법률적으로 다투는 기간 동안 잔여 계약기간이 중단된 것으로 보는 법률의 입법화가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이럴 경우 기간도과를 이유로 각하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더불어 사용자가 해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사례를 줄이고, 사건처리 기간만 끌면 언제든지 승소할 수 있다는 부당한 인식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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