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아파트신축공사장을 쫓아다니며 내부공사가 끝난 아파트 청소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째다. 일만 있다면 며칠씩 집을 비워야 하는 지방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배운 것 없고 변변한 기술조차 없던 여자는 젊어서부터 공장, 유치원, 찜질방 청소 일을 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 하지만 나이가 마흔을 넘으니 월급쟁이 청소부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힘 좋은 사람들이나 한다는 아파트 공사장 청소부에 도전했다. 이웃의 소개로 처음 일을 나갔을 때 반장은 여자의 몸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자는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이를 악물었고 반장한테 몸집은 작아도 손 하나는 맵다고 인정을 받았다.

그렇게 1년, 2년, 3년이 지나서부터 여자의 손에 이상이 왔다. 손끝이 자꾸 무르고 마디마디가 부어올랐다. 진통제를 먹어도 손의 통증이 가라앉지 않더니 이제는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침이라도 맞아볼까 하고 찾아간 한의원에서는 여자 머리로는 기억조차 하기 어려운 병명을 들이대며 무조건 힘든 일을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여자는 일을 그만 둘 형편이 못 된다. 어느 덧 두 아들은 대학생, 중학생이 되었고 집을 나간 남편은 2년 째 소식이 없다. 이를 악물고 일을 마치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여자는 그대로 방바닥에 쓰러져 버리고 만다. 저녁 내내 여자가 돌아오기만 기다렸을 막내가 뛰어와 반기지만 저녁밥을 먹었느냐고 물어볼 기력조차 없다.

“엄마 전기밥통에도 밥이 하나도 없어서 내가 했는데. 김치도 없고, 라면도….”

여자는 막내가 투덜거리는 말에 대답조차 못하고 까무룩 잠이 든다.

새벽 다섯 시, 기적처럼 눈이 떠진다. 다시 일을 나갈 시간. 건넌방을 보니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 건넌방에 가보니 컴퓨터가 켜져 있고 막내는 옷을 입은 채로 방바닥에 쓰러져 있다. 컴퓨터 책상 옆에는 컵라면 용기만 덜렁 올라와 있다. 여자는 서둘러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올린다. 그리고 냉동실을 뒤져 한 움큼 남아있던 멸치를 볶는다.

“이번 주 금요일 날 엄마 임금 받으면 맛있는 거 많이 해줄 게.”

여자는 막내아들에게 쪽지를 남기고 주머니를 뒤져 천 원짜리 두 장을 놓고 나온다.

마을버스에 올라탄 여자는 시간을 확인하고 큰아들한테 전화를 건다. 큰아들은 집안 형편을 뻔히 알면서도 대학에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리고 전문대학에 들어가 제 돈으로 공부를 하겠다며 목재소에서 야간 당직을 하며 학교에 다닌다. 또래 아이들보다 몸집이 작고 약한 큰아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시리도록 아프다. 하지만 여자가 큰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올 때마다 갈아입을 옷을 챙겨주고 돈 2~3만원으로 쥐어주는 것 밖에 없다. 다행히 어려서부터 악바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큰 아들은 어떻게든 제 앞길을 헤쳐 나갈 거다.

“오늘 오전까지 일당이야.”

여자보다 한 10년은 젊을 반장은 한 번도 존댓말을 쓰는 적이 없다.

“다음 일은 언제 있을까요?”

“그런데 다른 아줌마들이 아줌마가 요즘 몸이 아파서 일을 잘 못한다고 짜증이야. 손이 늦다고. 그러니 지방 일도 못 보내겠고. 내 나중에 좀 쉬운 일 있으면 연락할 게.”

여자는 이제 이 일도 끝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래도 주머니에 돈이 있으니 구부정했던 어깨가 다 펴지는 느낌이다. 여자는 시장가서 배추랑 무도 사고 반찬거리를 샀다. 학교에서 돌아 온 막내는 여자가 김치를 담그는 것을 보고 싱글벙글 거린다. 막내는 여자가 몇 가지 밑반찬을 하고 김치를 담그는 동안 옆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쭈뼛거리던 막내가 내 놓은 것은 급식비와 수학여행비 영수증이다. 둘을 합하니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내일 아침에 줄 게.”

여자의 대답에도 어두운 얼굴로 서있던 막내가 불쑥 성적표를 내민다. 중간고사 성적표다. 500명에 460등.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여자는 아이를 타박할 생각이 없다. 그저 학원 한 번 보내주지 못하는 어미인 게 한탄스럽기만 하다. 해가 져도 아이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게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한스럽다. 여자는 아이를 끌어안는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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