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원 임기 8개월여를 남겨두고 있다. 숨 가쁘게 달려왔다. 나뿐이 아니다. 과로로 먼저 가신 고 이경숙 의원님을 포함해서 광역 비례대표 의원들 모두들 그랬다.

조직을 위해 사생활도 희생시켜왔을 것이다. 성과를 얼마나 남겼는지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당의 지원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당의 처한 현실을 알기에 하소연 한번 못해 보았다.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비판을 들어야 했고 때로는 의정활동 방식의 차이에 놓고 난데없는 ‘옳고 그름’으로 비난도 받았다. 당원과 주민들 앞에서는 몸을 더욱 낮추었다. 당에 대해서는 공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말들도 자제했다. 그렇게 3년여를 달려온 것이다.

당의 성장을 견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만히 뒤를 돌아보니 당으로 남겨 놓은 것이 별로 없다. 잘못한 것이다. 당의 질적 성장과 외연의 확대, 지역 의제와 지역사회 이슈에 대한 선점능력을 보았을 때 더욱 그렇다. 홀로 고군분투하고 만 셈이다.

태양에너지 조례를 만들 때도, 이주노동자지원센터 조례도 그랬다. 의정활동의 내용으로 당의 지향과 당의 정신은 담았으되 ‘활동’에서 당은 그냥 무관한 개별이었다. 대중교통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자문단을 꾸리고 지역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활동했지만 당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체계를 세우지 못한 탓이다. 시 당의 지방자치위원회가 제대로 서지 못했다. 그리고 당을 의지하고 끈질기게 요구하지 못했다. 당의 상태를 그냥 이해하려 했다. 굳이 책임을 묻자면 더 큰 책임은 의원에게 있다. 정보와 현실의 힘은 의원 중심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대중을 정치의 중심으로 세우는데 미약했다

시민을, 대중을 정치의 중심으로 세우고자 했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법을 찾고 성과를 자신의 것들로 만드는 데에 거드는 이가 되려했다. 그러나 때때로 해결사 노릇을 해왔다. 또 많은 부분 성과를 독차지 했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 제정과정은 정말 순전히 장애인 당사자의 노력이었다. 자립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을 지원하도록 하는 데에 조례가 필요하다고 스스로 문제제기 했다. 나는 그저 판단의 정보를 주었을 뿐이다. ‘광주시 복지정책을 보았을 때 법으로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 방법이겠다’거나 ‘의원입법으로는 의회 의결이 어려우니 주민발의 좋겠다’거나. 주민발의 요건에 필요한 2만6천여명의 서명도 결국 장애인의 노력이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골목을 누비며 매번 장애로 인한 의사소통의 한계를 뛰어 넘으며 그렇게 서명을 모아나갔다. 그러나 언론에 낯내는 일은 내 몫이었다.

노동계 의원으로 대표성을 충분히 발휘했는가

당은 노동계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세웠다. 의회에서 대표성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 노동이었기 때문이다. 또 있다.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었다.

하지만 업무는 광범위했다. 복지와 교육, 환경, 건설, 교통 등등… 광주시정 전반이어야 했다. 지역의 대표성도 광주전역이 되었다. 종종 지역구가 어디냐는 시민들의 질문에 농담 삼아 “시장 지역구와 같다”고 답변해서 웃곤 했다. 그리고 5분 발언이나 시정 질문, 긴급현안질문, 행정감사 등등에서 노동의 문제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유일한 민주노동당의원으로 광주시의 정책을 놓고 사안마다 ‘진보’와 ‘보수’의 차별을 만들고자 했다. ‘노동이 바로 진보’임을 시민들께 보여주고도 싶었다.

비례대표 임무는 어디까지

임기 막바지. 다시 2006년 지방선거다. 민주노동당 당원의 공직과 당직은 역할분담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4년 의원임기를 마치면 비례대표의 임무도 같이 끝나야 한다. 하지만 광역 비례대표 의원들은 2006년 선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비례대표 연임은 당의 정신과 맞지 않다. 그렇다고 각자의 출발 지점으로 홀가분하게 돌아갈 수도 없다. 당으로서는 국민의 표로 심판받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역구 광역의원으로 출마를 결심한다. 비례대표 의원이 임기를 마치고 지역구로 나서는 것은 일반의 상식이다. 자연스럽게들 이해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훈수를 주신다. 격려도 이어진다. 그러나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엄마 나는 반대야!”

4년 전 6살이던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엄마가 그리울 때마다 의원은 도대체 언제 끝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다시는 “의원 같은 것 하지 말라”며 ‘절대 반대’란다.  가까이 사시는 시부모님은 비례대표까지 했으니 당연히 지역구 출마를 해야 하는 줄 아신다. 그러나 너무 애쓰지 말라며 간접적으로 어려운 선거임을 내비치신다.

환경기초 시설문제로 만난 소각장폐쇄 대책위에서 자신들의 지역구로 나서 달라고 한다. 고맙게 그 마음을 받는다. 그동안 지역위 활동이 부족했다는 당원들의 질책을 받아들인다. 당과의 협의도 원활하다. 분회를 중심으로 선거기획팀도 가동되고 있다. 경험 있는 당원들은 동네에서 동네사람으로 살 것을 요구한다. 아침운동도 주민과 함께 하라고 하고 지역의 문제를 찾아서 주민을 만나라고 한다. 지역으로 스며들라는 말이다. 하지만 선거를 의식한 탓인지 스스로가 영 당당하지 못하다. 당원들이 주문한 행위들도 여전히 수단처럼 생각된다.  아직 진심으로 지역 주민이 되지 못했나 보다.  

그러나 다시 초보 후보자가 되어야 한다.  아들 길로의 동의를 얻고 가족을 든든한 응원군으로 삼아 분회 당원들을 부대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지역을 누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의정활동을 겸허히 평가 받고 민주노동당의 현재도 평가받을 것이다. 스스로 부여한 지역구 개척 임무를 지고 무겁고 두려운 마음으로 주민들 앞에 알몸으로 다시 서려 한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 주신 매일노동뉴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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