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에게 권력을 돌려준다는 사상 없이 진보권력이 성공한 역사는 없다. 강력한 진보권력은 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이 부재했을 때, 진보는 파시즘이나 실패한 사회주의로 빠졌다. 이것은 중앙권력을 통해서는 대단히 어렵다는 점에서 민을 주체로 세우는 것은 지역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앙의 보수권력을 포위하면서 지역 진지를 중심으로 진보권력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것이다.
지역정치는 구색 맞추기가 아니다
울산북구의 이번 선거 패배를 통해 민주노동당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주민들은 민주노동당 소속 단체장과 국회의원을 타당으로부터 권력을 빼앗은 새로운 지배자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현재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말한다. 그런데 당이 무언가를 결정적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에 처했을 때 쓰는 말이 ‘위기’라면 울산북구에서의 패배는 진정한 의미에서 진보정당의 위기는 아니다.
당은 아직 진보정치의 도정(道程)에서 위기라고 부를 수 있는 성과를 낸 적이 없다. 노동자 전략지역에서 진보정당의 후보가 최초로 당선되었다는 점에서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일이기는 했으나, 오히려 위기라면 울산북구 등 노동자 전략지역 이외의 지역에서의 낮은 지지율이었다. 지역 정치인의 원내진출 가능성에 있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당의 한계이며 어두운 그림자이다.
지금 모두들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한다. 맞다. 비정규직 문제, 당이 전략적으로 끌어안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비정규직과 민중은 배고파서 살려달라고 하는데 비정규직과 민중을 살려줄 실력과 힘이 없는 당의 현실이 비극이요, 현 시기 진보정당에 대한 역사적 요구에 무력하다는 것이 위기라면 위기이다. 그러나 민중은 현재 당의 힘으로 그 어려운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 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만큼 민중의 현실 인식력은 빠르다는 말이다.
오히려 지방행정과 의회를 장악한 울산북구에서 지방권력을 통한 지역정치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작은 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 더 폭발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지역정치란 말 자체를 아예 이해 못하는 중앙당이 위기이면 위기이다. 지역정치와 중앙정치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가를 모르고 지역정치는 지방자치선거 때가 되면 의례적으로 하는 선거준비 차원에서만 보는 것이 당의 위기라면 위기이다. 지역정치를 모르는 그 결과, 울산북구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지역정치에는 한발만 살짝 올려놓고는 각종 구색 맞추기 사업에 생색을 내며 열심히 하는 체 하지만 지역의 보수이데올로기에 포섭된 대중의 바다를 보고도 태만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 위기라면 위기다. 중앙당 상층부만 변하면 민주노동당이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원을 속이고, 민중을 속이는 속류적이며, 기회주의적 파당적 정치가들이 범람하는 당의 현실이 위기라면 위기이다.
현재의 당 국회의원들이 2년 후 지역에서 출마했을 경우 지금과 같이 지역민과 지역정치로부터 유리되고 이토록 국회의원들이 지역정치에 대해 무지할 때 당선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으로 돌아가는 현실이 위기이다.
지역정치의 주체는 지역위이다. 그러나 중앙당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자신 고유의 역할이 있다. 하나는 울산북구와 같이 단체장과 의회가 장악되어 있는 경우 진보적 지방자치에 대한 새로운 전형을 생산하는 데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브라질의 빼떼(PT)당이 상파울루시를 장악한 후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지역주민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하고 그 정형을 확산시킴으로써 집권의 구체적 모습을 제시하고 전국의 대중적 신뢰를 획득해 나갔다. 한국에서도 민주노동당은 지금이라도 울산북구의 경우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진보행정의 실질적 정형을 창출하는데 명운을 걸어야 한다.
행정과 의회권력을 장악한 북구에서 외곽의 썰렁한 비정규직센터를 통한 형식적 상담활동에 머무르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장악된 지역권력의 한가운데로 이동시키는 당의 전략적 사업으로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
‘비정규직해소시민위원회’를 제안한다
우선 ‘비정규직 해결과 지원을 위한 조례’을 제정하며 수백억 수천억원의 제정을 확보하기 위한 순차적 법적 제도 장치를 마련하고, 기금조성조례도 동시에 진행시켜 안정적 재정확보 방안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기금 조성시에는 지역의 기업과 노조, 시민사회와의 연대기금 형식을 통해 광범위한 참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례에는 ‘비정규직해소시민위원회(가칭)’를 구성하여 지역의 기업, 노조(비정규노조 포함), 시민사회(민주노총, 한국노총), 학계 등이 참여하에 지역의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하고 불법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비정규직의 노동자성 문제, 근로조건, 고용안정과 정규직화 문제에 대한 설득과 지도, 재정지원(비정규직 정규화나 고용향상으로 추가되는 재정)과 이익제공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을 해소하는 기업 및 영세업에 비정규직 문제 해소로 추가 소요되는 재정을 지원하고 여타의 사업지원이 되면서 전 지역적, 시민적 동참과 지배적 여론을 조성해 나가는 정치사업을 잘 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또한 구 사업 입찰 시 비정규해소 부문을 평점에 반영하여 자치단체의 공사를 맡는 부분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현대차와 같이 대기업의 경우를 사회적,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는 여기에 ‘비정규직해소시민회의’를 둘 것을 제안한다. 보수 행정이 수천명의 통반장, 부녀회, 동대표 등을 동원해 시정홍보와 잔치 위주로 한다면, 진보 행정은 수천명의 통반장, 부녀회, 일반시민들을 참여시켜 ‘비정규직 해소가 내 가정과 지역의 행복을 만들어 나간다’라는 기치 하에 전 언론과 행정조직을 이용한 대중참여와 대중조직화를 통해 상층부 위주의 시민위원회 활동을 대중적 힘으로 추동시킬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지역 대중의 진보정치 조직화의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권력은 자연스럽게 민으로 이동한다.
지금 당은 자치단체가 장악된 울산북구를 현재 한국 사회의 첨예한 모순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대중적 참여의 기틀과 유형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민주노동당에 대한 집권의 상과 민중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그 파괴력이 여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전 당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민중에게 주는 감동의 구체적 모습이요 민주노동당 집권의 전망을 민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보권력은 지역정치로부터 나온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대안 권력인 진보와 민중성을 띤 민주노동당의 권력은 보수정치와 같이 중앙무대의 기득권세력들의 이합집산이나 보수언론과 결탁된 중앙플레이에 의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의회 내나 대중투쟁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중앙정치행위로만 가지고도 민중이 민주노동당을 대안으로 지지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커다란 환상에 불과하다.
약골은 마라톤 우승 못한다
민중이 있는 지역에서 민중이 이해와 요구를 대중적으로 어떻게 조직하고 대중투쟁으로 만들어 나가느냐에 있다. 조직화되고 정치화된 ‘민중의 부대’ 없이 집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민중에 대한 기만이다. 약골인 사람에게 마라톤대회 우승하라고 달리기 시키는 것과 같다. 마라톤에서 우승하려면 기초체력을 키우는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 지역정치는 진보정당이 마라톤에서 우승하기 위한 기초체력을 단련하는 곳이다.
중앙정치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듯 지역정치의 고유의 영역이 존재한다. 지역정치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당이 과연 지역의 현안 문제에 어느 정도 개입하고 주도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중앙당은 지역위가 이러한 역할을 하는데 지원을 해주고 있는가?
따라서 중앙에 지역정치위원회가 신설되어야 한다. 울산북구의 자원화시설 문제도 지역 당정협의회든 지역정치위원회에서든 정치적으로 풀었어야 했다. 지역 주요 현안문제에 대중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하는데 당이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적 고민과 방안이 시급하다. 마치 울산북구에서의 비정규직해소 정치사업이 지역정치 사업으로 중요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