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업단지 내 34개 원청사가 집단적으로 노조에 대해 무력화를 기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원청사의 하청노조 무력화 시도는 그동안 수차례 있어 왔지만 이처럼 집단적으로 노조 무력화를 기도한 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여수건설노조(위원장 이기봉)가 입수한 'CLUB Project'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클럽(여수건설노조)의 동향, 상반기에 원청사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노조무력화 실행에 대한 각 회사별 점검과 평가, 하반기에 노조탈퇴를 비롯한 계획, 파업과 임금협상에 대한 공동대응을 내용으로 하는 공장장협의회 건의사항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여수건설노조의 동향 뿐 아니라 울산과 광양, 포항지역의 플랜트 건설노조의 동향까지 파악하고 있으며, 프로젝트의 목표를 'CLUB Menber 축소', 즉 노조의 무력화로 직접 명시하고 있다.

여수산업단지는 발주처-원청-하청-건설일용노동자의 고용구조를 갖고 있으며 여수산단 내 34개 업체들은 하청 협력업체들에게 직접 발주를 하기도 하고, 원청 건설사를 통해 발주하는 등 건설일용노동자들을 간접고용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그림과 같이 여수산단 공장장협의회의 핵심 역할을 하는 ‘간사협의회’에 소속된 업체는 한화석유화학(회장), 엘지엠엠에이(총무), 금호석유화학, 남해화학, 삼남석유화학, GS칼텍스 정유, (주)엘지화학, 여천NCC, 제일모직, 한국바스프, 호남석유화학 등 총 11개사.

원청사의 이같은 하청노조 무력화 시도는 최소한 지난 3월11일부터 진행된 것으로 보고서에 나와 있다. 원청사들은 상반기 공동실행항목으로 △휴대폰 반입금지 △노조간부 및 방송차 현장 출입금지 △작업자 명단 확보 및 출입관리 △각 사 자체조직 구성 운영 △협력사 사장단 교육 △대관·대언론 활동 등 6가지 항목 등으로 나열돼 있다.

실제로 보고서에서 지난 4월7일 여수산업단지 내 공장장협의회에서 추진을 결정했고, 5월말까지 8개사가 6개 항목 중 휴대폰 반입금지, 노조간부 출입금지 등 4개 항에 대해서 실시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여수건설노조는 11월 현재 여수산업단지 내 전 현장에서 4개항이 이행됐거나 여전히 실행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6년 여수산단의 대규모 신규증설 사업을 앞두고 있는 원청사들이 사전에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서에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공동실행항목의 이행과 관련해 협력업체조차 평가에 반영, 인센티브나 페널티에 대해 원청사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원청사의 노조무력화에 비협조적인 하청 협력업체 명단을 산단사가 공유해 공동입찰 제한을 하며, 이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안 유지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또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소위 ‘우수인원’을 선발해 명단을 관리하고 올해 11월초에 D/B 구축을 완료하는 등 블랙리스트 작성과 노조 와해 작업을 하반기 중점 추진 활동으로 꼽았다. 그외에도 조합탈퇴활동이라는 제목 하에 비조합원 우선고용, 성향우수자, 우선 고용, 조합원 동의시에만 조합비 원천 징수 등이 하반기 중점 추진활동에 포함되어 있다.

9일 오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이같은 내용을 폭로한 민주노총과 건설산업연맹, 여수건설노조는 “34개 원청사가 노조에 대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핸드폰 소지 금지와 노조조끼 착용 금지는 부당노동행위일 뿐 아니라 명백한 인권유린”이라며 “원청사는 노조무력화 공작을 즉각 중단하고 재발방지와 하청노조의 노조활동 보장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이러한 원청사의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부는 어떠한 처벌도, 심지어 조사조차도 제대로 행하지 않고 있다”며 원청사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여수건설노조는 이번에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노동부와 건찰에 34개 원청사에 대한 고소·고발을 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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