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 등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두산그룹 일가에 대해 9일 불구속을 확정하자, 노동계가 “검찰이 또 다시 재벌의 시녀로 전락했다”며 강력 비난했다.

두산그룹 비자금 조성 사건이 터진 후 줄곧 구속수사를 촉구해온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는 법 잣대의 형평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지회 관계자는 “수백억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사회적 지탄대상이 된 재벌총수를 구속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재벌 봐주기 수사의 극치”라며 “법의 잣대가 노동자에게는 쇠방망이고 재벌에게는 솜방망이인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분노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도 검찰을 사회정의를 허무는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 불구속 기소에 일침을 가했다. 성명서에서 경남본부는 “노동자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법과 원칙을 외치던 검찰이 재벌 앞에서는 얌전한 강아지 같이 불구속수사 관행 정착 운운하며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며 “오늘 두산 총수일가에 대한 불구속 방침을 보며 ‘검찰 장학사업’은 삼성재벌만 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금속연맹 법률원 경남사무소 박훈 변호사는 “몇천원 훔쳤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찰이 수백억원을 해먹은 자본가들을 불구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 혁신을 이야기하는데 이대로라면 검찰은 해체되어야 할 조직”이라고 말했다.

금속연맹과 두산중공업노조, 대우종기노조는 13일 전국노동자대회와 15일 상경투쟁에서 검찰청 앞 집회를 열고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을 규탄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들어 두산중공업에서 중대 산재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지회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일 주조공장 폭발사고와 7일 담수작업장 노동자 질식사에 이어, 9일에는 주조공장에서 작업하던 협력업체 노동자가 협착사 했다.

지회 관계자는 “두산이 중공업을 인수한 2000년 이후 해마다 사망사고 건수가 두자리수를 넘고 있다”며 “안전은 뒤로 하고 생산성과 납기만 독촉하는 두산의 경영방식 때문에 사람 잡는 회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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