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1년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25만명이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특히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실효성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또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분석 결과 비정규직 노조가입률은 2.4%, 여성은 6.4%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노동자 100명 가운데 2명만이 노조에 가입된 것이다. 한편, 정규직은 631만 중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가 143만으로 22.7%의 가입률을 보였다. 

공공기관 여성비정규직의 현실

최순영 의원실에선 공공기관 중 중앙행정기관, 공기업 및 산하기관(출연기관, 보조기관, 위탁기관), 교육기관에 대해 비정규직 실태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를 요청하여, 자료를 제출한 총 1,003개 단위기관에 대해 분석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 결과, 전체 비정규직 중 여성은 58%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앙행정기관(35개)의 경우 여성비정규직은 64.5%를 차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여성 비정규직의 절대다수가 노동자 중위임금 2/3 이하의 저임금 직종에 집중된 결과 동일직종 내 비정규직 남녀 임금격차는 11만5천원으로 비교적 적게 나타나는 반면, 전체 비정규직의 남녀 평균 임금의 격차는 47만3천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직종에 따른 성별 분절화 현상이 여성의 저임금을 고착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전체 여성 비정규직 중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비율은 17%에 그치며, 특히 중앙 행정기관 중에서도 생리휴가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기관은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산자부, 환경부, 국가청렴위원회, 감사원 등이며 기타 공공기관으로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국제협력단 등도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최순영 의원(여성가족위원회)은 여성가족부 국감에서 "1,003개 기관 종사 여성비정규직 중 단 1%만이 산전후휴가를 사용했다"고 질타하자 여성가족부 장관은 '기초적 실태조사 및 모성권 확보'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난 80만원만 받아도 좋아…”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와 최순영 의원실은 국정감사 이후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분석하여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몇몇 기관의 협조를 얻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지난 일주일 간 총 14개 기관의 심층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있었던 일 몇 가지 꺼내 놓겠다. 청소용역을 하시는 분들의 실급여는 대체로 60만원에서 70만원 정도를 받고 있었는데 희망급여를 적으라고 하니, 대부분 80만원이라고 적으셨다. “희망급여 좀 더 쓰시지 그러셨어요?”라고 하니, “난 80만원만 받아도 좋아…”라고 하시며 빙그레 웃으셨다. 나도 따라 웃으면서 마음 깊은 곳에선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소박한 꿈을 가지신 분들의 희망을 왜 실현할 수 없는지….

미혼여성이 많은 기관에 가니 생리휴가가 정말 있냐고 반문해왔다. 분명히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가조차 모르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상상하던 것 외로 정말 많았다.

또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고유 업무 외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인간정수기’라고 적어놓았다. 왜 그러냐고 하니 자신의 사무실에는 정수기가 없기 때문에 정규직 직원들에게 마실 물을 공급하기 위해 여러 사무실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은 과연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거의 대부분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답변을 매우 성의껏 해주면서 우리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와 주신 것만 해도 고마워요.”
“꼭! 반드시 해결해 주세요.”

설문조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그들의 소박하고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눈빛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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