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 두달이 채 남지 않았다.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란 확성기 소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연중 내내 거리를 뒤흔들었지만 허리띠를 졸라맨 서민들은 그 소리에 점점 더 무감각해져가는 듯하다. 양극화 시대에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웃목도 따뜻해질 것이란 정부의 꽃노래를 곧이곧대로 믿는 서민들이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랫목 소식을 조금은 궁금해 하는 이들을 위해 저잣거리에 나도는 얘기를 종합해 봤다.

우선 각 나라들의 경제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국제유가 상승은 그 위력이 다소 약해지고 있다.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8일 전날보다 1.11달러 떨어진 배럴당 59.47달러를 기록, 110여일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난방유 수요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지만 이런 우려를 뚫고 유가가 안정 기미를 보인 것은 일단 연말 경기를 낙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국내로는 지난달 소비자기대지수와 소비자평가지수가 2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향후 경기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8일 통계청은 10월 소비자기대지수가 97.5를 기록, 전달의 96.7보다 0.8포인트 올라 2개월 연속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가 전달보다 3.3포인트 오른 97.2를 나타내 6개월 후의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8.24포인트 오른 1226.71을 기록, 연말 랠리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올해 전고점 돌파는 물 건너갔다는 심리가 팽배했지만 미국 나스닥 IT주들의 선방에 따른 훈풍으로 투자심리가 급전환됐다. 여기에 소비심리 개선 소식까지 더해져 은행과 유통업종은 각각 2.60%와 1.99%나 올랐다.

그럼 올해 50여일 남은 기간 동안 주가 랠리는 일어날까. 적립식펀드, 퇴직연금제, 변액보험 등 '탄알'(돈)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본원통화가 12월에는 처음으로 40조를 돌파할 것이란 예측이다. 게다가 IT 실적 호조로 미국 증시, 특히 나스닥이 들썩거린다.

하지만 비관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고소득층의 소비증가 움직임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유가도 언제 다시 들썩거릴지 알 수 없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도 염려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인과 해결책이 제각각인 양극화 문제는 두고두고 한국경제를 괴롭힐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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