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콜록거리는 막내아이를 재우느라 잠을 설치다 새벽 2시에 잠이 깼다. 어디선가 간난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저 아주머니도 나처럼 잠을 설치고 계시겠구나. 그래도 슬그머니 반가운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만이 아는 공감대를 느꼈다고나 할까. 쌔근쌔근 잠자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지난 몇 년 동안의 육아전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애 셋을 키우다 보니 이게 보통일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초등학교 다니는 큰 녀석은 스스로 알아서 학교를 다녔지만 일곱 살, 다섯 살인 두 녀석은 

매일같이 치러야 했던 육아전쟁

매일 아침 나와 함께 서울에서 나의 직장인 인천까지 한 시간 걸리는 출퇴근을 해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애들을 억지로 깨워서 차에 태우고 회사 근처의 보육시설에 맡기고 출근하고, 퇴근하면 다시 애들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면 늦은 저녁이었다. 그나마 직장에서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새벽마다 늦을세라 불안한 질주를 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올해는 둘째 녀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그마저도 하기 어려워 내 월급의 절반 이상이 보육비로 나가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지난해 1년 동안 아이들은 새벽 강제출근(?)과 저녁 늦은 퇴근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후유증을 앓게 되었다. 아이들은 지금도 차를 타지 않으려 하고, 옛날 유치원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밝지 않다. 막내는 지난 한 해 동안 몸무게가 제자리걸음이었다. 새벽 7시면 집에서 나가야 하니 아침밥이 넘어갈리 없다. 도시락을 싸서 유치원에 보내줘도 밥을 거르기 일쑤였으니 그럴 수밖에.

얼마 전 여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결혼하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한 여성이 30%가 넘어 사회적 충격이라는 뉴스를 접한 것이 생각난다. 아마도 여대생들도 인생의 선배라 할 수 있는 지금 엄마들의 힘겨운 고충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음이리라.

나는 이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직장여성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이것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할 몫이다.

그러나 현실은 공공 육아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사설 보육시설(놀이방 포함)도 더러 있지만 맡기려고 가서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 끝나는 시간이 오후 6~7시경이다. 그러다 보니 더 늦게 끝나거나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는 이런 육아시설을 이용할 수가 없다. 보육도우미를 채용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된다. 우리 동네에는 대기업이 지원하여 설립한 모범적인 지역 어린이집이 있다. 나도 막내가 태어나고 1년 뒤에 접수를 했는데, 그 애가 여섯 살인 지금도 대기 순서가 100번째가 넘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지역차원의 보육시설 지원 강화돼야

우리 병원에도 간호사들이 고참 경력을 갖고 나면 보육으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3년 전 단체교섭에서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요구하여 한 개 병원 보육시설을 지원하기로 하고, 한 유치원에 재정을 지원하고 운영을 맡기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긴 하다. 부족하나마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당시 교섭 과정에서 느낀 것은 회사가 직원 복지를 위해, 장기적으로 안정적 노동력을 제공받기 위해 직장 내 보육시설을 설치하기에는 기업부담이 무척 크다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내년부터 직장보육시설을 늘리기 위해 여성근로자 300인이상 사업장 의무설치를 내년부터는 남녀 500인 이상사업장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은 한편으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뭔가 부족한 것 같다.

내 경험으로는 유아 보육시설은 직장보다 지역차원에 설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도시의 경우 출근거리가 길기 때문에 어린 아이를 직장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 위험부담이 크고, 사업주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보니 실제 운영을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지역에 공공 육아시설을 더 늘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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