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및 자살시도도 산재로 인정된다는 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 근로복지공단과 법원 판례는 자살 및 시도 전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을 입증하거나, 업무상재해로 요양중에 자살(시도)했을 경우에만 산재로 인정해 왔다.

서울행정법원(행정2단독 김병수 판사)은 지난달 28일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에 근무하다가 우울증이 발병, 자살을 시도한 결과 장해를 입은 노아무개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회사 내 부서변경 뒤 업무상 과중한 부담과 상급자로부터의 잦은 질책 등으로 식욕부진 등 우울증세를 보인 노씨는, 2002년 8월5일 자살을 시도한 뒤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며, 이어 8월20일 다시 자살을 시도한 결과 시력장애와 신경마비 등의 장해를 당해 산재요양신청을 낸 바 있다.

재판부는 “원고가 우울증 심화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두번째 자살을 기도하다가 저산소증 뇌손상을 입었다”며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내성적이면서도 완벽주의적인 성격 등 우울증이 발병하기 쉬운 소인들을 가지고 있다가 업무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부서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 작용해 우울증을 유발했다고 추단된다”고 설명했다.

원고 노씨의 산재요양신청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첫번째 자실시도 전에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업무상재해로 인한 산재요양 중에 자살 및 시도를 하지 않으면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을 담당한 서상범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에 대해 개별적인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그 업무기인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해 온 보수적 관행에 제동을 거는 획기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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