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명 비정규 노동자의 초유의 고공시위. 경찰조차 강제진압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던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의 11일간의 투쟁이 마무리됐다. 비록 지회가 얻은 실익은 크지 않지만 올해 상반기 곳곳에서 비정규노동자의 투쟁이 진행됐음에도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비정규노조운동의 현 수준에서 하이스코 투쟁이 갖고 있는 의미는 적지 않다.

◇비정규노조, ‘원청’을 끌어내다

지난 6월13일 공식적으로 창립해 금속노조에 가입한 지 이제 5개월이 지났을 뿐. 하지만 현대하이스코는 잇따라 4개 업체를 폐업시키고 해고, 대기발령, 정직 등 징계를 남발해 제2의 하이닉스-매그나칩이라는 소리를 줄곧 들어왔다. 실제로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와 동일한 과정(단협체결 요구→위장폐업→계약해지)의 수순을 밟았다.

서울 상경시위를 비롯해 삼보일배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거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의 방법도 다 동원한 상태. 하지만 원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는 현대하이스코 뿐 아니라 이보다 작은 중소영세사업장인 기륭전자분회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대부분의 비정규노조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단협을 체결하기 위해 교섭을 요청하면 그 수순은 동일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는 ‘원청’과 마주 앉았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처럼 정규직노조 임단협에서 합의한 불법파견 특별교섭에 배석한 것과도 다르다. 비정규직지회의 11일간의 공장점거 농성으로 지회의 교섭권을 위임받은 금속노조와 현대하이스코가 직접 마주 않은 앉아 ‘확약서(안)’을 도출한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울산건설플랜트와도 경우가 다르다. 다자간 협상으로 불렸던 플랜트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에는 ‘SK’라는 직접 연관을 갖고 있는 사용자쪽이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지역연대의 힘, 비정규 노동자와 함께 하다

지난달 25일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동부지구협의회 주최로 열린 ‘지역연대 파업 및 지역주민 총궐기대회’ 이날 집회에 참여한 숫자는 5천여명에 이르렀다. 이는 단지 숫자만에 그치지 않는다. 지구협의회 차원의 연대파업에 지역의 단위노조와 32개 지역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지역시민대책위, 민주노동당, 학생 등이 대거 참여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곳은 건설일용노동자들, 동부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두 단위노조가 3/4을 차지하면서 이날 집회에 힘을 실었다. 물론 이에 앞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농성이 이들을 순천공장 앞으로 모으는 이유였기도 하다.

이러한 지역연대의 힘은 사실상 이전부터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비정규직지회에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또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순천시 등 자치단체 역시 발벗고 나섰다. 특히 조충훈 순천시장은 지난 8월25일 나상묵 현대하이스코 공장장을 만나 ‘하청업체와 원론적으로 관계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순천시장은 또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비정규직 대표와도 면담을 하는 등 중재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

◇남은 과제

원청을 대상으로 한 구속력이 없는 ‘확약서’. 사실상 ‘교섭’ 테이블로 끌고 왔지만 현행 노동관계법안을 뛰어넘는 안을 마련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동안 중재를 통해 적극 나섰던 순천시와 광주노동청이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또 지난 20일 여수지방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 고발을 넣은 비정규직지회의 판정 결과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

사용자성을 부정했던 현대하이닉스에 대해 다시 비정규직지회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업’을 단행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이미 하이닉스-매그나칩 경우 하나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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