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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왕인 시대와 지역경제발전간의 관계는?
  • 박경 목원대 교수(디지털 경제학과)
  • 승인 2005.11.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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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일간지는 ‘지자체, 땅주고 세금 깎아주고…기업이 왕이다’란 제하에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기업우대 조례를 만드는 동향을 보도하고 있다. 자본주의하에서 기업이 왕이 아닌 때가 없었지만, 올해 6월에 부산시를 시작으로 대구시, 창원시, 광주시 등이 잇달아 ‘기업인 예우 및 기업활동 촉진’ 또는 ‘기업사랑’ 조례를 만들어 각종 애로나 규제를 없애고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 각종 혜택주며 지역경제 살리려고 하지만

▲ 박경 목원대 교수(경제학)
· 대전 지방분권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
수도권과 지방경제의 양극화와 지역경제의 침체를 감안할 때 기업을 왕으로 모시고 각종 혜택을 주면서까지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절실한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산의 경우 신발산업의 침체로, 대구는 섬유산업, 그리고 창원은 역내 기업들의 해외이전으로, 또 광주는 경제기반의 취약으로 기업유치나 우대가 절실한 형편이다. 하지만 신문 제목 말대로 ‘땅주고 세금 깎아주고’ 기업을 유치하여 얻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학자들의 연구나 외국의 사례에 따르면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기업을 유치해도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만드는 기업우대 조례의 내용을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 시상하고 원스톱 기업지원 체제를 정비하며, 각종 신용보증 지원, 해외시장 개척단 파견 지원 등의 기업활동 장려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조례 제정의 이유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눈에 보이지 않는 반(反)기업 정서가 강했다”며 “기업인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 조례를 만들었다”(부산시 기업지원팀장, 동아일보, 2005.10.28)라고 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고개가 갸우뚱하게 된다. 그만큼 지역에서 반기업정서가 강해서 기업활동의 활성화나 기업유치가 안되었다는 말인데, 과연 지역에서 그동안 그렇게 반기업정서가 강했는지 의구심이 간다. 오히려 어느 지역이나 기업을 유치하려고 열심히 했던 게 그간이 실정이 아니었던가.

최근의 지방경제 침체는 이런 반기업 정서 보다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서 불리한 지방의 기업활동 여건과 특히 최근 들어 ICT 대기업의 세계화 전략에 따른 지역간 공간분업 전략 때문이라는 것이 해석이 더 타당한 지적일 것이다. ICT 기업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입지해 있는데다가 ICT 산업의 특성상 고용효과가 그리 많지 않으며, 부품소재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어서 수도권의 ICT 산업의 발전이 지방의 중소기업 발전으로 파급되지 않는 실정이다. 소위 윗목 아랫목 하던 그간의 경제양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그간은 수도권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호전이 어느 정도 시간을 경과하면 지방까지 파급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경기확산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즉, 지역경제가 구조적으로 양극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유럽선 분공장의 지역경제 불안정성 가중 지적도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우대 조례를 만드는 것은 이런 성장산업을 지방에 유치해보자는 의도이지만, ITC 산업은 각종 연구기관이나 고급인력 등의 입지여건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수도권에 집중하고, 지방에 이런 성장산업의 이전은 기대한 만큼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를 예를 들어 보자. 성장의 주력이 되는 반도체나 LCD 공장은 수원, 기흥, 그리고 수도권에 인접한 천안, 탕정에 집중 배치되어 있고, 구미에는 휴대폰, 프린트 등의 고급기술보다는 어플리케이션 개량에 의존하는 공장이 배치되어 각 제품의 생산주기에 따라 국내 지역간 공간분업의 특화를 행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삼성전자는 수원에 있던 DVD, TV 모니터 등의 생활가전 본부를 광주로 이전 중이며, 광주시는 삼성전자 가전 공장의 광주지역 경제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데 따른 감사의 표시로 전국 최초로 삼성로(路)와 같이 기업명을 도로이름으로 지었다. 물론 삼성전자 가전 공장의 이전은 수천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방세 수입을 확대하는 등 광주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가전부문은 성숙산업이며, 장기적으로 삼성의 글로벌 생산라인 조정 전략에 따라 보다 임금이 저렴한 동남아나 중남미로 이전해 갈 개연성이 크다. 광주시가 실상 바란다면 삼성전자의 주력부문인 반도체부문이 이전해 오는 것이지만 삼성은 가전총괄부문이 이전한 수원에 반도체 관련 부문을 더욱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 규제를 풀라는 재계의 요구는 이런 맥락과 연계되어 있다. 차제에 수도권도 기업사랑 조례를 만들고 기업유치 전략을 편다면 지방은 닭 쫓는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분공장 이전의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가 많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이런 연구가 적지 않다. 우리는 엄청난 혜택을 주고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우리 기업을 모셔갔다고 떠들지만 유럽 연구자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부정적인 사례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80년대에 고실업, 경제불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공장부지의 99년 무상임대와 투자비의 약 70%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경쟁적으로 기업을 유치하였지만, 인센티브를 많이 제공할수록, 고기술 기업보다는 중저기술의 성숙제품 기업이 들어왔으며 연이은 공장의 폐쇄나 생산제품의 변경으로 지역경제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대기업 우대에 매달리기보다 중소기업 유치를

또한 대기업 공장이 들어오면 지역의 중소기업과 동반성장도 기대되나, 우리나라와 같이 수직계열기업체제가 주도적인 구조 하에서 기존의 모기업과 하청계열기업 관계를 넘어 지역의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협력 거래관계를 만들기가 쉽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어 울산시는 지역산업진흥의 일환으로 오토밸리 사업을 중심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오토밸리 사업의 핵을 이루는 현대자동차는 울산시의 오토밸리 사업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다. 마찬가지로 충남의 탕정에 삼성 LCD 공장이 입지한 것을 계기로 충청남도도 충남지역의 LCD 부품관련 회사와 삼성전자간의 협력체제를 형성하려고 했지만, 삼성전자는 이 보다도 진입로 등의 개설에 더 관심을 보인 다고 한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발전되어야 하고, 또 기업가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통의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우대에 더 매달리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보통의 중소기업’은 지역의 고용과 소득을 유지하고, 지역 특유의 생활과 문화를 유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 위주의 지역 산업구조조정은 고용의 파괴, 중소기업의 파괴, 생활의 장의 파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런 점에서 2000년 6월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채택된 OCED의 중소기업 헌장(볼로냐 헌장)을 지역별로 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는가 보인다.

박경 목원대 교수(디지털 경제학과)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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