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먹고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 같다. 자신이 노동하거나, 타인의 노동을 등치거나, 둘 중의 하나다. 부동산 투기나 임대소득, 상속, 주식투자, 고리대금, 로또복권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 출발은 전자나 후자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노동해서 몇 명을 먹이고 몇 명의 노인을 부양하고 있을까? 혹은 자기 자신만이라도 ‘적당히’ 부양할 수 있을까? 

저임금 여성노동자 남성의 2배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저소득 가구들의 생계가 붕괴했다. 올해 2/4분기에 하위소득 20%에 속하는 노동자 가구는 차 떼고 포 떼고 나서 월평균 약 70만원의 ‘쓸 수 있는 돈’을 벌었는데, 월 100만원을 지출했기 때문에 약 30만원의 적자를 보았다. 같은 기간 동안 상위 소득 20%에 속하는 노동자가구는 월 약 500만원의 쓸 수 있는 돈을 벌어서 320만원을 지출하고, 180만원의 흑자를 냈다. <표>에서 저소득 노동자가구의 적자는 점점 심각해진다. 여러분은 어느 소득계층에 속하는가? 임금노동자 가구의 적자가 이런 상황이니만큼, 무직 가구의 적자율은 상상에 맡겨두자.

왜 노동을 해도 가난한가 하는 질문은 우문일지 모른다. 여성 임금노동자 10명 중에서 7명이 비정규직인 상태에서, 여성 취업자가 1,000만을 돌파한다는 소식도 즐겁지만은 않다. 경제위기 때 여성취업자가 증가했던 것처럼, 최근의 취업자 증가도 비슷한 이유는 아닐까.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5분위별 흑자율(단위: %)
구 분하위 20%중하위 20%중위 20%중상위 20%상위 20%전체
2002 1/4 -13.3 8.6 16.9 22.7 39.2 23.7
2003 1/4-19.1 7.3 17.9 25.0 38.4 23.5
2004 1/4 -25.6 5.4 14.6 23.6 37.9 21.7
2005 1/4-24.16.417.824.835.622.0
주: 처분가능소득 = 소득 - 비소비지출, 흑자액 = 처분가능소득 - 소비지출,
흑자율 = (흑자액/처분가능소득) × 100
자료: 통계청, 도시가계조사 각년호

여성 저임금 노동자는 몇 명인가? 남의 나라들이 쓰는 기준 중에서 좀 낮은 기준으로 살펴보면(시간당 임금 중위값의 60% 미만의 임금 기준), 여성 저임금 노동자는 198만명으로 여성노동자의 29%에 달한다. 남성의 2배를 넘는다. 2004년 8월 현재 월로 환산할 경우, 임금이 약 75만원에 못 미치는 노동자들이다. 여성 저임금 노동자는 누구인가? 여성 상용고의 9%, 임시고의 34%, 일용고의 70%이다. 수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여성 저임금노동자는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지름길

최근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된 상황을 보면, 어떤 법안이든 조만간에 통과되지 않으면 돌 맞을 것 같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조만간 통과든 아니든 간에, 돌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훌륭한’ 법안으로 통과된다고 할지라도, 비정규직 문제는 그 자체로 해결되지 않는다. 법안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더 중요하다.

안타깝지만,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불합리한 임금격차의 개선, 정규직 고용의 유도, 여성 직종, 비정규직 직종의 저임금 개선과 관련된 정책들은 눈에 띠는 게 없다.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라도, 좀 자질구레하더라도 노력하는 정책들이 보였으면 좋겠다. 굵직한 것들이야 그간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서도 다루지 못한 주제들인데, 총리실 산하에 국민대통합연석회의가 설치된다니 기대해 볼 수 있을까.

현재 대학진학률에는 남녀간 거의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일단 노동시장에만 들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청년 남성은 셋 중 하나, 여성은 둘 중 하나가 비정규직으로 출발해야 한다. 아직까지 비정규직 일자리는 쓸 만한 일자리의 교두보가 되지 못한다. 쓸 만한 일자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상당수가 출산·육아를 거친 후에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재출발해야 한다.

몇 푼의 출산장려금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공적(?)이 되어버린, 주변의 독신 여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 인생에서 잘한 게 있다면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라고. 한 마디 덧붙인다면, 이런 것이다. 강제 결혼과 출산을 법제화할 수 없다면,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빠르지 않을까.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