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한 열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순수하고 투명하기만 했던 섬마을의 한 소년이 어른이 되면서 어떻게 세상에 눈뜨고, 분노하고, 그것을 이겨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 이 이야기는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의 삶과 비정규직들의 투쟁, 노동운동가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작은 섬, 상태도에서 태어난 용석은 초등학교 2학년때에야 섬을 떠나 육지로 나왔다. 그곳에서 용석은 처음으로 세상과 맞부딪친다. 그러나 별천지일 것만 같던 세상은 어린 용석에게도 만만찮은 곳이었다. 가고 싶던 학과를 뿌리치고 취업이 잘된다는 전남대 금속학과를 졸업했지만 때마침 들이닥친 IMF로 어느 곳하나 발부칠 곳이 없었다.

서울에서 취직 준비를 하며, 매형의 건축일을 도왔지만 결국 취직은 이뤄지지 않았고, 다시 목포로 내려와 주류도매상에서 일하는 친구와 함께 일했다. 그러다 우연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는 공부방을 소개 받아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2학년, 상태도에서 목포로 나오기 전 날개달린 물고기가 세상을 날아다니는 꿈을 꿨듯이 그때부터 용석은 날개달린 물고기가 돼 다시 세상을 날아다녔다.

공부방 아이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 사랑하며, 항상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것을 용석에게 가르쳐줬다. 근로복지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온갖 차별을 다 받아온 용석은 그 아이들 앞에서 '차별에 대한 노예'가 될 수 없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당긴 것이었다.

2000년 근로복지공단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2002년 1월 계약직이 돼 노조에 가입하고, 광주본부장을 맡으며 쉴새없이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그. 그의 뒷모습을 열심히 쫓았지만 2003년 10월26일 전국노동자 비정규직 철폐대회가 가까워질 때는 차마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그의 분신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책장을 넘기는 일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이끌어낸 그의 분신을 건너뛰고서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었다.

그의 분신은 오히려 간결하게 처리됐다. 그가 분신을 앞에 두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파업을 앞두고 망설이고 있던 조합원들에게 그의 분신은 충격이었다. 그들의 분노가 하나로 뭉쳐 근로복지공단 점거를 위한 투쟁이 조직되고, 파업이 시작됐지만 '투쟁'이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조합원들은 그들의 동지였던 이용석을 떠올렸고,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을 버리고 나만, '우리만 함께 한다'라는 생각이면 반드시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중략)… 우린 정당하고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우린 꼭 승리할 것입니다."라는 그의 유서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찾았다.

소설은 그해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이 마무리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6개월간의 짧은 노동조합 활동이지만 그 안에는 현재 노동운동의 현실과 과제가 그대로 드러난다. 차별을 몸으로 체험하면서도 재계약이라는 족쇄에 노조 가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그러한 비정규직들의 조직화와 투쟁을 여전히 과제로 떠안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노조 및 활동가들,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도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인정치 않고, 비정규직의 투쟁에 연대하지 못하는 정규직노조 등의 모습이 그 짧은 기간 속에서 다뤄진다.

이러한 어려움들을 이용석 열사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 사소한 일에 대한 관심, 약속의 이행, 기대의 명확화, 언행일치, 진지한 사과로 풀어나갔다. 이같은 글귀들은 이용석 열사가 그의 수첩에 신념처럼 써놓은 것들이었다.

조합원들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 땡볕이 내리쬐는 8월, 화상을 입도록 8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노동부 앞에서 묵묵히 1인시위를 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리고 그는 비정규직 철폐를 입으로만 외치지 않고, 투쟁을 앞두고 망설이는 조합원들 앞에서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물속에만 사는 물고기는 바닷속이 세상의 전부인 줄만 알고 그 안에서 살다 죽는다. 그러나 날개 달린 물고기는 물을 박차고 나와 세상을 유영한다. 그 바깥 세상이 고난과 시련의 연속일지라도 날개 달린 물고기는 희망을 찾아 힘차게 날아다닌다. 그가 이용석 열사였다.

(이인휘 지음/삶이 보이는 창 펴냄/ 40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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