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개선 현안은 '노사정위 논의'로 미뤄 심층적으로 다뤄지지 못해

지난 달 19일부터 시작된 20일간의 국정감사가 7일 막을 내렸다. 16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첫 국정감사는 초선의원들의 비율이 많은 탓에 의욕적인 준비와 성실한 질의로 노동현안이 골고루 다뤄진 반면, 그에 비해 소득은 미흡했다는 제기를 받고 있다.

* 현안사업장 제기보단 정책대안제시 '풍부'

이번 노동부(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정현준 게이트, 대우차 부도 등 사회전체적인 이슈가 떠오르면서 크게 부각되지 못한 속에 진행됐다. 또 예년과 달리 노사분규 사업장에 대한 질의보다는 각종 정책과제에 대한 대안제시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조용히 치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사태가 국정감사 기간중에 종결된 것도 한 원인이 될 것.

가장 큰 쟁점으로 제기된 사안은 올해 노동계의 핵심이슈로 등장한 비정규직 보호방안. 의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차별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의원들은 한국통신계약직노조, 골프장캐디들의 노조인 한성CC노조 등 구체적인 현장사례를 들며 이들의 노동기본권 보호에 손을 들어줬다. 특히 국감기간중에 보험설계사노조에 대한 설립신고서가 반려되자, 의원들은 일제히 반대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모성보호에 대한 질의들도 많이 나와 대체로 이번 국감은 열악한 환경에서 차별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로 포커스가 맞춰진 편이다.

* 일부 의원들 전문성 발휘, 노동부 답변 갈수록 '지루해'

이번 국감에선 의원들간에 편차가 있긴 하지만 전문성을 발휘하는 의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여성계 출신인 한명숙 의원, 한국노총 출신인 박인상, 김락기 의원 등이 각자 과거 경력을 발판으로 해 맹활약을 벌인 것. 특히 신계륜 의원, 박인상 의원, 한명숙 의원 등이 공공부문 구조조정, 비정규직 보호방안, 모성보호 등이 제출한 정책자료집은 이전에 나왔던 정책자료들에 비해 훨씬 내실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때는 심층적이고 집중적인 질의가 부족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데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몇 가지 주제를 잡아 보다 끈질기게 개선방안을 도출해 냈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노동부의 경우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김호진 장관의 두리뭉실한 답변에 대다수 의원들이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시정의지가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우리가 아무리 제기해 봐도 그저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흥이 안난다"며 "차라리 실무국장이 답변해라"고 언급하기도. 결국 이러한 분위기로 제기된 쟁점들은 명확한 결론을 낳지 못했다.

* 노사정위 논의 발목, 제도개선 현안은 논의미흡

노동시간단축방안, 노조전임자임금지급,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 등 노동계의 핵심현안에 대한 논의가 거의 다뤄지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노사정위에서 논의중이라는 이유로하반기 법개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주제가 다뤄지지 못한 것. 노사간 합의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행정부처나 정치권이나 문제를 제기하기엔 부담이 컸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밖에 정부의 퇴출기업 명단발표 등에 따른 실업자양산에 대한 질의도 시의적절하게 나오긴 했으나 이처럼 급박하게 진행된 현안에 대해서는 미처 준비가 안돼 풍부하게 다뤄지진 못한 편이다.

한편 의원실쪽에선 피감기관이 자료제출단계에서부터 무성의한 모습을 보여 원활한 국감준비를 돕지 못했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반면, 피감기관의 경우 여전히 민원을 의식한 인기성 발언, 노동문제에 전문성이 없는 의원들의 시간때우기성 질의 등도 눈에 띄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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