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두산중공업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고 유용만씨의 사망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승인을 내렸다. 당초 이는 회사측의 산재은폐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공동조사단까지 구성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던 사건으로, 이번 결정에 대해 노동계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비록 산업재해로 승인이 됐지만 고 유용만씨의 눈에 띄는 외상에도 ‘업무상 사고’가 아닌 ‘업무상 질병’으로 결론이 나 미흡하다는 게 노동계의 의견이다.<본지 9월14일자 참조>


근로복지공단 “산재사망” 결론

고 유용만씨는 지난 7월5일 두산중공업 위브더스테이트(아파트) 건설현장 지하 4층의 엘리베이터 교체작업을 하다가 쓰러진 채 발견,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두산측의 산재은폐 의혹과 노동부의 직무유기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유족측의 산재신청에 대해 ‘산재승인’이란 대답을 내놨다. 지난 20일 근로복지공단 부천지사는 유족에게 고 유용만씨의 산재승인을 알렸다.

공단측은 “고 유용만씨의 직접사인은 심근경색이나 심근경색 이전에 정수리, 후두부 등에 뚜렷한 외상이 있었다”며 “여러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본 결과 심근경색과 외상 간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산재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단측은 “업무상 사고로 볼 수 없으며 사인은 심근경색이기 때문에 업무상 질병으로 분류된다”고 덧붙였다.

즉 심근경색과 외상간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지만 사고 순간을 목격한 사람이라든지 업무상 사고로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업무상 사고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계 “업무상 질병 아닌 사고”

이같은 공단의 산재승인 판정에 대해 노동계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나 업무상 사고가 아닌 업무상 질병으로 결론지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란 주장이다. 또한 노동계는 이번 산재승인으로 두산측과 노동부의 잘못이 더욱 분명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명선 건설산업연맹 산안부장은 “산재승인 자체는 의미가 크다”며 “그러나 사고발생 후 4일간이나 현장조사를 나가지 않는 등 노동부가 명백한 산재를 방치하고 직무유기를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노동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만약 이 사건이 계속 방치됐다면 자칫 애꿎은 죽음으로 처리됐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재해발생 시 사업주가 은폐를 시도하거나 노동자가 권리를 잘 모를 수 있으므로 노동부가 현장조사를 나가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산업안전감독관 집무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이번 사건을 쟁점화시켜 산재승인에 이르기까지 투쟁했던 중부건설노조는 “공단이 외상과 심근경색간 인관관계가 있다고 하면서도 업무상 질병으로 결론내린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미정 중부건설노조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두산측과 노동부에 있음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건설자본의 산업재해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됐으며, 그것을 감독·처벌해야 할 노동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직무유기” 책임 촉구

이같이 고 유용만씨의 산재승인 판정에 따라 노동부의 산재은폐에 대한 철저감독과 즉각적 현장조사 등 제도개선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감사원에 부천노동소장과 담당감독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의 이같은 태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고에 대해 건설산업연맹, 경기중부건설노조, 산재사망대책마련캠페인단(양대노총·민주노동당·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단(단장 남궁현)이 7월26일 구성돼 70여일간의 조사를 거쳐 9월13일 “현장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해 낙하물에 머리를 맞고 심근경색이 유발돼 급사한 산재사고”라며 “또한 사고 이후 두산측은 사고현장 미보존, 사고신고 지연 및 사고내용 허위신고, 사고관련 증거 미제출 등 사업주의 안전조치 위반 정황을 은폐했고 사인이 분명치 않은 사고임에도 심근경색으로 몰아가기 위한 시도를 지속했다”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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