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부산시가 마련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놓고 말썽이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서울시당은 “거대양당이 나눠먹기식으로 선거구를 분구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162개 선거구로 획정하고 이 가운데 2인선거구를 120개, 3인선거구를 42개로 나눈 서울시 선거구획정위 안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중선거구제를 도입한 선거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에서는 이처럼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과 똑같이 선거구를 나눈 부산에서의 민주노동당 ‘파트너’는 열린우리당이다. 두 당 부산시당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 분구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선거구 분할 결정은 망국적 지역주의 악령을 부활시키는 셈이자, 최소한의 정치도의적인 체면과 양심을 모두 내팽개치고 풀뿌리 민주주의마저도 싹쓸이하겠다는 파렴치한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부산과 달리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은 선거구를 분할한 서울시 획정위 결정안을 반기는 표정이다. 한 술 더 떠 서울시당은 획정위에게 선거구를 최대한 나눠달라는 의견서까지 제출했다. 우리당 부산시당의 표현대로라면 유인태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우리당 서울시당은 “지역주의 악령을 부활시키고 체면과 양심까지 내팽개친 파렴치한 속셈을 가진 당”이 된다. 열린우리당 ‘수석당원’인 노무현 대통령이 입만 열면 ‘지역주의 청산’을 외치는 것과 대비해보면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

서울시당의 태도는 기초의원을 더많이 당선시킬 수만 있다면 지역주의 청산이건 뭐건 다 필요 없다는 셈이다. 이러한 무원칙하고 당리당략적인 사고방식이 그간 우리 정치판을 ‘엉망’으로 만들어 왔다고 주장하는 게 여당인데, 그 여당의 서울시당이 지금 그짓을 하고 있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서울과 부산이 딴 소리를 내는데 우리당 중앙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고도 걸핏하면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청산’을 외치는 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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