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출신인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사진>이 노조위원장 재직 시절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배 의원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최근 배일도 의원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배 의원이 노조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때, 노조비로 단체물품을 사거나 외부단체 지원금을 지출하면서 회계부정과 공금횡령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내사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서울지하철노조가 구성한 진실규명위원회 위원 3명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최근 인쇄업자 등 관련자들도 불러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서울지하철 관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노조 자체 감사 자료를 들고 찾아와 제보해, 사실 확인 차원에서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했다”며 “이들이 고발이나 진정을 하지 않아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았고 현재는 내사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하철노조는 2003년부터 노조 대의원들 사이에서 배 의원에 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해 5월 대의원대회에서 진실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배 의원이 노조위원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노조 회계감사 지적사항과 회계 부실과 관련된 의혹을 조사했다. 진실규명위는 1년여 동안 조사를 마치고 지난 5월 대의원대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 의원은 △반전 티셔츠를 제작하면서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조합비 3,500여만원을 과다 지출했고 △외부단체 지원 명목으로 조합비 1천여만원을 유용하거나 횡령했으며 △노조 인쇄물의 과다 제작과 단가 부풀리기로 조합비를 유용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2003년 조합원 자녀 학자금 마련을 위해 조합원들이 단체보험에 가입하면서 배 의원이 특정 보험사를 낙찰시켜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과 호텔회원권의 갱신 비용, 호화 음식점에서의 밥값과 술값 과다 지출 등 일상 노조활동으로 볼 수 없는 부분에도 조합비를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배 의원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추호의 잘못도 없음을 밝히며, 근거 없는 단순 의혹제기 수준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보도해 명예와 권위에 상처를 입힌 무책임한 보도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이 제기된 ‘시점’에 강한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의도와 배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파헤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지하철노조는 21일 논평에서 “최근 양대노총 간부들의 비리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데 지하철노조는 이런 일련의 비리가 노조 내부의 건강한 감시와 비판, 견제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록 전임 위원장 재임시절의 비리 의혹이지만 노조 내부의 규약 제정에 따른 엄중한 조치를 통해 민주노조의 규율과 기풍을 바로 세운다는 관점에서 자체 조사와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배 의원은 ‘노선이 다른 집행부가 일방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나라당 내에서 노동계 출신 비례대표를 자임하고 있는 배 의원도 도덕성과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 삼지 않을 수 없으며, 오래 전부터 소속 조합원들로부터 비리 의혹을 받아오던 인물을 노동계 비례대표로 영입한 한나라당의 ‘정치적 양식’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오는 25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에서 배 의원 등에 대해 △제명을 포함한 엄중 징계 △부당 사용 조합비 환수 △부정비리에 대한 사법적 조치 의뢰 △의원직 사퇴요구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21일 “노조가 자정 노력을 하는 중에 의혹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며 “이 사건이 최근 민주노총 비리 국면 등과 맞물려 노조 전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소재로 쓰일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진실규명위 제기 의혹과 9~11대 집행부 해명
서울지하철노조 진실규명위원회가 지난 6월 배일도 전 위원장쪽에게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노조 9대~11대 상집간부들이 지난 7월 진실규명위쪽에 ‘서면답변서’를 보냈다.


상집간부쪽은 이 서면답변에서 “진실규명위원회는 당시 노조 중앙이 조합비를 남용하거나 과다집행 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과 크게 달라 정정돼야 한다”며 “지급 결정이나 지급 금액, 지급항목 등을 정하고 집행함에 있어서 해당 회의체의 의결을 엄격하게 지키지 못한 점은 지적할 수 있겠으나 불법 또는 부당한 지출과 도덕성에 위배되는 남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답변서 요약.


- 2003년 조합원 자녀 학자금 마련을 위해 조합원들이 단체보험에 가입하면서 배 의원이 특정 보험사를 낙찰시켜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 보험사 선정은 노사합의에 따라 조합원이 직접 투표를 해서 결정한 사항이다. 소위 리베이트 등의 문제는 발생할 수 없다.


- 반전 티셔츠를 제작하면서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조합비 3천5백여만원을 과다 지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반대하기 위한 사업으로 회의체에서 결정한 사업을 집행한 것이다. 제작 시 국산원사의 사용과 제작기일의 촉박 등 때문에 다소 높은 가격을 지급했다. 국내 영세기업의 사정 등을 감안할 때 대기업노조가 꼭 낮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도 잘 한 일이라 할 수 없다.


- ‘우리민족서로돕기’ 단체의 북한지원사업과 관련해.
= 지원금 마련과 관련해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부의했으나 회의에서 결정하지 못하자 북한의 농업 시기 등 때문에 해당단체가 지원금을 선납했다. 지하철노조가 이를 지급하지 않자 해당단체가 소송을 제기해 지원한 금액을 회수해갔다. 회의에서 설득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가능하겠지만 사회단체와의 신뢰문제 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 2001년부터 2004년 3월까지 (서울지하철노조가) 각종 단체에 지원한 지원금과 관련해 지원한 단체와 개인이 지원받은 사실을 부인하거나 지원한 금액보다 적게 받았다고 하는데.
= 집행부의 교체와 경찰 수배 등 상태에 있던 철도노조의 특정인에게 지원하고 식사, 쟁의 중 훼손된 물품 보충과 후원행사 티켓 등을 지원했는데 총괄처리 했기 때문에 확인에서는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 노조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지원받는 개인이나 단체를 밝힐 경우 당사자가 곤란한 사유가 발생해 실명을 공개하기 어려운 개인과 단체에게 지원한 경우 익명을 사용했다.
결론적으로 지원한 금액과 받은 금액이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해당 당사자가 수령 사실을 부인할 수는 있고, 회계규정의 입장에서 보면 횡령한 것처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노조의 특수성과 지원받는 단체나 개인의 특수성, 연대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부당한 지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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