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한홍 전 한국노총 화학노련 조사통계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참한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속된 말로 정말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나게 됐다”고 비통함을 금치 못했다.

한국노총 간부가 조직 내에서 징계해고를 당한 이후 복직투쟁을 하다가 이같은 상황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기가 차지도 않는 비참한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한 한스러운 통탄인 것. 특히 한국노총 내 대다수의 채용직 간부들은 “이같은 상황이 언제 나한테도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며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심정을 나타냈다.

22일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고인이 안치돼 있는 영등포병원으로 하나 둘 모여 민한홍 전 부장의 죽음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이날 민 전 부장의 죽음을 처음으로 확인한 아내 김씨(37)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망연자실 쓰러져 일어서지도 못했다.

이날 정오부터 기자에게도 무수한 전화들이 쏟아졌으며 대다수 사람들은 이같은 사태에 대해 심한 분노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이전에 한국노총에서 간부로 일했던 한 사람은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되기까지는 화학노련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며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빈소에 모인 한국노총 간부들은 채용직과 조직출신 등 너나할 것 없이 한데 모여 곧바로 ‘노동운동가 고 민한홍 동지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화학노련 지도부의 진실된 사죄와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책위를 구성한 후 곧바로 성명을 내 “화학노련 지도부가 자진사퇴 권고에 응하지 않은 민한홍 전 부장에 대해 온갖 해고이유를 대며 결국 징계해고 해, 수많은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었다”며 “화학노련 지도부의 이에 대한 진실된 사죄와 함께 민 동지의 명예회복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들은 “화학노련 지도부는 노조말살을 위해 트집을 잡아 노조 간부를 징계하고 임단협 교섭요구도 묵살하는 등 그 어떤 사용자보다 더 악독하게 불법적인 노동탄압을 지속해 왔다”며 “노동운동이 좋아 노조 일을 시작한 민 동지에게 쏟아진 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 오늘, 민 동지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사태를 만들어 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민 전 부장의 죽음에 대해 화학노련 지도부에게 △진실된 사죄와 명예회복 △민한홍 부당해고에 대한 정당한 배상과 유가족 보상 △화학노련 장으로 영결식 진행 등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하며 “이같은 최소한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대책위원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책위원회는 임준택 경인화학일반노조 위원장(화학노련 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한국노총과 산하 노련 채용직 및 조직출신 간부 14명을 집행위원으로 선임해 구성됐다.



<1신> 화학노련 징계 해고자, 스스로 목숨 끊어
민한홍 전 화학노련 간부 22일 아침 집에서 목맨 채 발견


지난달 15일 화학노련에서 징계 해고된 이후 37일째 복직투쟁을 해오던 민한홍 전 한국노총 화학노련 조사통계부장(40)이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6월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다 김태환 충주지부장을 잃은 한국노총은 조직 내부의 문제로 또 다시 간부를 잃는 비운을 맞게 됐다.

22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민 전 조사통계부장은 이날 오전 7시 영등포구 양평동 자택에서 창틀에 끈을 달아 목을 맨 채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민 전 부장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으며 사망시간은 이날 새벽께로 추정되고 있다. 민 부장의 시신은 현재 영등포구청 옆 영등포병원으로 옮겨져 있는 상태다.

민 전 부장은 사건 전날인 21일 오후 9시께 가족들에게 “피곤하다. 혼자 자고 싶다”며 자택의 작은 방으로 잠을 자러 들어갔으며 결국 새벽에 목숨을 끊고 오전에는 싸늘한 사체로 발견됐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유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민 전 부장이 징계해고를 당한 이후 몹시 괴로워 해 왔다”며 “이같은 상황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민 전 부장은 지난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힘없는 목소리로 “몸이 매우 피곤해 요즘 집에 누워만 있다”며 “1인 시위에 나가지 못해 (나를 지지하는 다른 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민 전 부장은 징계 해고가 재심위원회에서도 확정된 지난 29일 이후 15여일간 1인 시위를 해 오다 최근 들어 노조 관계자들과도 만나지 않는 등 집안에서 두문불출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민 전 부장을 마지막으로 만난 임준택 경인화학일반노조 위원장(화학노련 정책실장)은 “민 전 부장은 해고 이후 ‘자신이 노동단체에서 해고를 당할 정도로 그런 심한 잘못을 했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며 “19일 이후 전화도 받지 않는 등 두문불출해 왔다”고 전했다.

고려대 84학번인 민 전 부장은 대학생 시절부터 학생운동을 해왔으며 지난 91년 8월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활동가로 일하면서 한국노총과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95년부터는 개인사업을 하다 2002년 10월 한국노총 화학노련으로 자리를 옮겨 올해 9월까지 약 3년간 일해왔다.

민 부장은 36세의 부인과 함께 슬하에 초등학교 3학년과 2학년인 아들 둘을 두고 있다.

결국 한 목숨 앗아간 화학노련의 내홍
“화학노련이 노조탄압”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한국노총에서도 논란 벌여져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한홍 전 한국노총 화학노련 조사통계부장이 지난달 15일 화학노련에서 징계 해고된 이후 한국노총 내에서는 채용직 간부의 해고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져 왔다. 화학노련 내 노조인 경인화학일반노조 부위원장이기도 했던 민 전 부장에 대한 해고로 한국노총과 산하 노련 간부 및 단위노조 대표자 150여명은 노조 탄압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하며 “이같은 해고는 부당하다”고 연서명을 하는 등 크게 반발해 왔던 것.


결국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건은 화학노련 내 다수 간부들이 올해 초부터 ‘화학노련 사무처의 비민주적 운영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지난 5월 초 화학노련의 핵심 실·국장들이 사전 상의 없이 직제개편안을 중앙집행위원회에 상정한 것에 항의하며 이 회의 참석을 거부하는 등 내부 반발이 이어졌다.


그러다 화학노련 내 채용직 간부 8명 중 6명과 화학노련 지역 간부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지난 5월20일 ‘화학노련 경인화학일반노조’를 결성했으며 화학노련 내에 화학노련 분회를 구성하기까지 했다. 이후 화학노련 쪽은 지난 7월22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난 5월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임준택 정책실장(경인화학일반노조 위원장)과 김기청 교육홍보실장(당시 조직실장), 이준희 노사대책국장에게 각각 정직 20일과 10일씩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내부 분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 세 명의 간부들이 정직을 당해 출근하지 않고 있는 동안 노조 부위원장이었던 민 전 부장과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던 간부와의 다툼으로 민부장이 ‘연차 휴가계’를 낸 후 노련 쪽이 이를 문제 삼으며 징계 해고를 운운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결국 노련 쪽은 지난달 15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무단결근과 지시불이행, 음주로 인한 근무태도 불성실’ 등을 사유로 민 전 부장에게 해고 징계를 내렸다. 이후 화학노련 인천본부와 울산본부 등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잇따르자 화학노련은 지난달 29일 재심위원회를 열었지만 이 자리에서도 해고 징계를 확정했다.


이후 당사자인 민 전 부장이 1인 시위에 나서고 경인화학일반노조와 한국노총 활동가노조를 중심으로 연서명과 모금운동을 통해 ‘부당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결국 민 부장은 이같은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비관해 이날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학노련의 노조 탄압 의혹은 경인화학일반노조 과정에서도 계속 제기돼 왔다. 경인화학일반노조가 지난 5월20일 결성되고 26일 ‘설립 필증’을 받자마자 김시원 화학노련 사무처장은 6월 초 노동부 서울남부사무소에 ‘노조설립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김 처장은 “노조를 결성한 사람들 중 대다수가 노조를 결성할 수 없는 사용자 위치에 있다”며 ‘노조설립취소 신청’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취소신청은 남부지방노동사무소가 결국 “노조 설립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노조에 전달하면서 일단락하게 됐다. 또한 한국노총 한 지역지부에서는 당시 경인화학일반노조에 동참했던 한 간부가 지부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하고 컴퓨터도 없는 빈 책상에서 대기발령으로 약 한 달여간을 앉아있다 자진 사직하는 사태가 발생키도 했다.


화학노련 내에서도 지난 6월 경인화학일반노조 화학노련 분회가 노련 쪽에 임단협을 처음으로 요청한 이후 9월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이를 요구했지만 노련 쪽은 무응답으로 일관해 왔다. 최근 들어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어서야 노련은 지난 18일 서울지노위의 중재를 받아 “노조와 임금협약 체결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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