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무력화 우려도 높아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10월12일 사회 양극화와 노사문제 등 경제·사회적 의제를 다룰 사회적 협의의 틀로서 경제계와 노동계, 시민단체, 종교계, 농민, 전문가, 정당 등이 참여하는 가칭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국가경쟁력 제고와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저출산·고령화 사회, 노사관계, 남북협력 문제 등 경제·사회 의제들을 총망라하여 다루겠다고 한다. 

연석회의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

물론 사회 양극화와 노사문제 등 주요한 사회문제와 갈등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과 협력을 지향하겠다는 대의명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반대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 제안된 연석회의를 둘러싸고 기대의 목소리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연석회의를 통해 경제사회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환영의 목소리와 국민적 공감대 없는 소모적 정쟁만 부추기는 정치적 실험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도 있다.

연석회의 제안의 취지 자체는 수긍이 가지만 과연 이 시점에서 적절한 제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우선 몇 가지 문제점을 보자. 먼저 참여하는 주체들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노동조합과 같이 근로자의 대표성을 갖는 조직이 참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나, 과연 시민단체가 진정으로 시민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인가? 또한 시민단체의 경우 현재 숫자파악 자체도 어려운 무수한 시민단체들 중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대표성을 부여할 지도 문제이다. 

대표성도 이행력도 의문

노동문제, 빈곤, 차별 등 노사관계 전반에 대해 관장하는 ILO도 노사정 3자로 구성되어 있고, 여전히 3자주의(tripartism)를 내세워 시민단체의 참여를 암묵적으로 배제시키고 있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당의 참여 문제도 부정적 생각이 앞선다. 제1기, 2기 노사정위원회에 정당대표를 참여시켰지만 노사문제를 정치화시키는 데 급급했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던 사실을 쉽게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연석회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의에 대한 실질적인 이행력이 담보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국민연금, 쌀협상 비준 등 각종 현안이 국회에서조차 진척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더 많은 주체들이 포함된 논의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각 회의체간 기능의 중복과 옥상옥의 권력기구화 가능성도 문제다. 연석회의에서 예정하고 있는 의제를 관장하는 위원회는 노사정위원회 등 대통령 자문기구를 제외하고도 총리 산하에만 지난 2년간 무려 15개나 늘어 현재 48개에 이른다. 연석회의는 기존의 각종 위원회에 또 하나의 포괄적인 위원회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 또한 참여 주체에 있어서도 대부분 기존 각종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연석회의라는 또 다른 회의체에 참여한 것에 불과하다. 기능이나 구성원에 있어서 상당부분 중복하게 될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쉽게 극복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노사정위 무력화 우려도 높아

노사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노사정위원회라는 대통령자문기구를 연석회의라는 총리자문기구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노사정위원회에 물을 타서 되는 것 없이 뜬구름만 잡게 만들 것 같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연석회의를 통해 사회문제와 갈등에 대한 타협을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대화의 틀이 아니라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제기한 문제들은 연석회의의 개념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탓할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새로운 논의틀로 혼란을 야기하기보다는 기존의 대화채널을 복원하여 실질적인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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