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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과 1905년
  •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교수(사회학)
  • 승인 2005.10.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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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과 농업상품개발로 자신을 얻은 대만의 한 여성농부는 “피로하고 지친 인권운동가와 민주주의 운동가는 다 우리 집으로 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세계화 시대의 농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경에 모인 아시아의 학자 활동가 정책 책임자들의 국제회의 자리였다.

▲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교수(사회학).
지난 15년 동안의 경험을 통하여 이제는 세계화가 하늘에서 떨어진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라 사람이 끼어들어 모양과 틀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공기업의 민영화가 아닌 공기업의 효율화를 말하게 되었으며 자본이동의 자유에 준하는 노동이동의 자유, 즉, 이주 노동자의 세계 시민권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화두를 공정무역이라는 화두로 바꿔가고 있다. 이러한 숨 가쁜 변화의 흐름이 다다른 곳은 전통의 지혜에 대한 발견과 깨달음이었다.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다

소비를 통한 신자유주의적 행복은 그 자체가 경쟁과 새로운 욕망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갈증을 채울 수 없는 영원한 목마름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의 간디는 시장은 철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멕시코에서 대안 화폐운동을 하고 있는 루이쓰 로페스렐라는 시간은 돈이 아니라 시간은 인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행복, 시장, 시간, 생명 등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가지게 됨으로써 진정한 대안을 마련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다른 세계는 결국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숲 속에서 나는 것을 채취하며 대대로 숲을 의지하면서 살아온 인도의 산촌 여성들에게 ‘소유권’의 이름으로 숲을 훼손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숲은 재산이 아닌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나무를 끌어안고 “차라리 나를 먼저 베어라”라고 버티면서 숲을 지켜내었다. 이들의 원초적인 저항을 통해 숲의 사유 재산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토지에 대한 재산권과 숲을 가꿔온 사람들의 사용권의 문제가 칩코 운동을 통해 부각되게 되었다. 칩코 운동과 같은 사례는 댐 반대 주민운동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운남 지역의 댐 건설 예정 지역 주민들은 수몰지구에 살았던 다른 마을 사람들이 도시 근교에서 쓰레기 줍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을 목격한 후 ‘땅’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땅’을 지켜나가려는 다짐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멕시코에서는 '물의 민영화의 결과 계곡의 수원에서 멕시코시티까지 송수관을 연결하여 중간 지대 마을 사람들이 강물도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마을의 아낙네들이 곡괭이를 들고 송수관을 부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한 결 같이 자연 자원의 상품화에 분연히 일어서면서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새로운 대안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시도들을 통해 새로운 대안의 지향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1)사람 냄새 - 머리 보다는 가슴으로 생각하는 민중들의 생활 세계 안에 대안이 있다. 2)생계 및 생활 중심성 - 강, 숲, 토양 등의 사유 재산권의 개념을 강과 숲과 함께 살아온 원주민의 생활 세계의 차원에서 보는 것. 3)일상생활에서 영성을 강화하게 되면 물, 토양, 태양 등에 대한 새로운 생각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대안은 새로운 생명의 싹을 틔우는 과정처럼 조용하고 은밀하게 그리고 느릿느릿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다고 하기 보다는 같은 값이면 반이나 있다고 말하고 싶은 요즘이다. 지난 1주일 내내 매체의 전면을 달군 이념 논쟁을 지켜보는 내 나름의 요령이다. “또 다른 세상이 이미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는 지구촌의 시민사회의 인식과 “뉴 라이트”나 “뉴 레프트”의 소모적인 갈등에 매달리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보면서 2005년에 1905년을 생각한다. 글로벌 타임과 로칼 타임의 시차가 빚어냈던 비극의 악몽을 애써 잊고 싶다.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교수(사회학)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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